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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환 이용휴 선생의 「재우중희재(在寓中戱題)」에 붙여 참 맑은 물살 (회문산에서) - 곽재구 참 맑은 물살 발가락 새 헤적이네 애기 고사리순 좀 봐 사랑해야 할 날들 지천으로 솟았네 어디까지 가나 부르면 부를수록 더 뜨거워지는 너의 이름 참 고운 물살 머리카락 풀어 적셨네 출렁거리는 산들의 부신 허벅지 좀 봐 아무 때나 만나서 한몸되어 흐르는 눈물나는 저들 연분홍 사랑 좀 봐. (곽재구 시집 『참 맑은 물살』 창비, 2000년) 봄날 우리 산들은 유난히 예쁩니다. 생강나무, 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귀룽나무 새싹이 돋으면서 봄이 시작됩니다. 산벚꽃이 군데군데 피어날 때면 산들은 온통 애기초록 이파리들이 여백을 가득 채워 그야말로 황홀할 지경입니다. 전남의 높은 산 회문산도 봄날이면 그렇겠지요. 남도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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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 선생의 시 「기응(飢鷹, 굶주린 매)」에 붙여 눈먼 말 - 박경리 글기둥 하나 잡고 내 반평생 연자매 돌리는 눈먼 말이었네 아무도 무엇으로도 고삐를 풀어주지 않았고 풀 수도 없었네 영광이라고도 하고 사명이라고도 했지만 진정 내겐 그런 것 없었고 스치고 부딪치고 아프기만 했지 그래, 글기둥 하나 붙들고 여까지 왔네 (박경리 시집 『우리들의 시간』 나남, 2010)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년~2008년) 선생의 시입니다. 요즘 세대는 잘 모르지만 5060세대에게 박경리 작가는 물을 필요 없는 대문호입니다. 그의 시집 『우리들의 시간』 첫머리에 서문처럼 이 시가 있습니다. 마치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기계 방앗간이 나오기 전에 마을마다 연자매라 불리는 연자방아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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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6일 이웃에 있는 손곡리 이달 선생 유적을 답사하는 김에 부근에 있는 폐사지를 함께 다녀왔습니다. 먼저 간 곳이 거돈사지입니다. 절터 끝나는 지점에 차를 댈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 바로 옆에는 우람한 비석이 있습니다. 보물 제78호 원주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原州居頓寺址圓空國師塔碑)입니다. 탑비의 주인공인 원공국사 지종(智宗) 대사는 930년(태조 13)에 출생하여 1018년(현종 9) 89세로 입적한 고려 전기의 고승입니다. 지종 대사는 8세 때 개경의 사나사에서 삭발하였으며 17세에 영통사에서 수계를 받았습니다. 953년(광종 4)에 봉암사오랬동안 머물렀습니다. 30세가 되던 959년(광종 10)에 중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11년 만인 970년(광종 21)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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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李達) 선생의 시 「화학(畵鶴)」에 붙여 절망(絕望) - 김수영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速度)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拙劣)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에서도 오고 구원(救援)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절망(絕望)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김수영 전집1 시』 민음사, 1984) 현재 상태나 습관을 변화시키는 힘은 ‘반성’으로부터 나옵니다. 바람은 딴 데서도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건만, 절망은 변화될 가망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절망입니다. ‘민주’와 ‘자유’를 갈망했던 김수영 시인은 4.19 혁명에 환호했습니다. 환호도 잠깐 불과 1년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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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선생의 「한성우사분매증답(漢城寓舍盆梅贈答)」에 붙여 꽃잎의 사랑 - 이정하 내가 왜 몰랐던가, 당신이 다가와 터뜨려 주기 전까지는 꽃잎 하나도 열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이 가져가기 전까지는 내게 있던 건 사랑이 아니니 내 안에 있어서는 사랑도 사랑이 아니니 아아 왜 몰랐던가 당신이 와서야 비로소 만개할 수 있는 것 주지 못해 고통스러운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이정하 시집 『혼자 사랑한다는 것은』 명예의전당, 2002년) 사랑에 어디 높고 낮음이 있겠어요.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그러면 된 거죠. 그런데 말이죠. 우리의 사랑은 가만히 보면 조건적인 것 같아요.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터뜨려 주어야 비로소 만개하는 거죠. 물론 꽃잎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우리 마음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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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정(虛靜) 대사의 시 「임종게(臨終偈)」에 붙여 사랑은 2 - 이정하 사랑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오직 바다에게로만 달려가는 강물이 되는 일이다. 강물이 되어 너의 바다에 온전히 제 한 몸 내주는 일이다. 사랑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탓하지 않고 온몸으로 강물을 맞이하는 바다가 되는 일이다. 바다가 되어 먼 길을 달려온 너를 포근히 감싸주는 일이다. 사랑은, 그리하여 하나가 되는 일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털끝 하나라도 남기지 않고 너에게 주어, 나를 버려 너를 얻는 일이다. (이정하 시집 『편지』, 책만드는집, 2013년) 삶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일까요. 사랑일까요? 만약 사랑이라면,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오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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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9일. 고양시 강매 창릉천변에는 코스모스가 빛났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도 그날 밤 마음 아픈 참사가 있어서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한강 쪽 보다는 상류 강매석교 쪽이 사람도 적어 한적했습니다. 꽃도 더 예쁜 것 같았습니다. 바야흐로 가을의 끝자락. 억새가 곱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억새가 있는 길은 가을로 들어가는 문처럼 보였습니다. 코스모스가 역광을 받으니 더욱 빛났습니다. 간식을 먹기에 어디가 좋을까요. 사람들이 많아서 한적한 곳을 찾습니다. 간식을 먹고 한적한 꽃길을 돌아 강매석교 쪽으로 나왔습니다. 내년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오고, 또 기록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길 기대합니다. 2022년 10월 29일 여행 2022년 11월 22일 기록 풀소리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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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일산 고봉산의 숨은 보물 고봉산은 일산 신도시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해발고도 206m로 높지 않지만 평야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제법 우뚝한 형상을 하고 있다. 정상에는 백제시대 산성이 있고,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는데, 지금은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어 가 볼 수가 없다. 그밖에도 고봉산에는 수많은 문화재가 있다. 오래된 절 만경사가 있고, 영천사가 있다. 모당(慕堂) 홍이상(洪履祥), 어세공(魚世恭), 성운(成運) 등 권문세가 집안의 묘와, 「천명도설(天命圖說)」을 지은 대학자 추만(秋巒) 정지운(鄭之雲) 선생의 묘가 있다. 홍이상은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의 조상이고, 어세공은 장희빈의 사돈 어유구(魚有龜)의 조상이다. 그 중 이야깃거리로 치자면 장희빈 친정 묘역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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