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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천 황현 선생의 시 「절명시(絶命詩)」에 붙여 유랑 - 남덕현 어둠 속으로 길이 길을 접으면 외길에서도 나는 길을 잃어 힘없는 별빛이나 기다렸다가 무릎이 쓸쓸히 다 울 때까지 마저 떠돌아야지 (남덕현 시집 『유랑』, 노마드북스 2016) 깜깜한 밤입니다. 길조차 길을 감추는 아주 깜깜한 밤입니다. 갈 길이 정해진 외길이 분명하지만, 길을 잃지 않을 재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으렵니다. 힘없는 별빛이라도 나온다면 그 희미한 빛에라도 의지해 걸으렵니다. 무릎이 더 이상 걷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때까지.. 걸으렵니다. 오늘 소개하려는 한시의 주인공은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년(철종 6)∼1910년) 선생입니다. 남덕현 시인의 시 「유랑」처럼 끝까지 가려고 한 길은 분명하였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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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두 점의 국보 '미륵보살반가사유상'으로 독립된 전시공간을 마련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하여 「사유의 방」이다. 소식을 듣고 바로 가고 싶었지만, 며칠 전에서야 갈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라고 배웠는데, 일부 학자들은 「미륵보살반가사유상(彌勒菩薩半跏思惟像)」으로 부른다고 한다. 차이는 태자시절 고뇌하는 싣다르타를 표현한 것과 미래불인 미륵보살을 표현한 것이다. 나는 미륵보살로 보기로 했다. 세상일이 힘들 때.. 찾아와 영혼을 치유하고 간다는.. 그 미륵보살 말이다. 「사유의 방」에 들어서면 가만히 있어도 문득 영혼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보일락말락 하는 얼굴에 스며든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사유의 저 너머에 뭔가 행복한 깨달음이 있을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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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1946년~1986년) 선생의 묘를 찾은 건 정말 오랜만이다. 잊은 건 아니지만, 절실하지도 않았나 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첫번 째 답사로 이곳을 찾은 걸 보면 나름 위기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민주화운동을 '수입한 이념'이라며 민주화운동 자체를 모독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그 당의 대표는 광주민주항쟁에 '부채감이 없다'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오윤 선생은 해방 다음해인 1946년에 태어났다. 한국전쟁을 유년에 겪었고, 전쟁의 직접적인 포화를 비껴간 부산에서 태어나고 유년을 보냈다. 다행이라 하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완벽한 내적 외적 상처를 남긴 한국전쟁의 유산의 그늘을 벗어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좌'냐 '우'냐가 '죽음'이냐 '삶'이냐를 결정했던 말도 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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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의 시 「증연장로(贈蓮長老)」에 붙여 호수 - 문태준 당신의 호수에 무슨 끝이 있나요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한 바퀴 또 두 바퀴 호수에는 호숫가로 밀려 스러지는 연약한 잔물결 물위에서 어루만지는 미로 이것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문태준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 2018) 어렸을 때였습니다. 하나 둘 셋 넷. 할머니에게서 백까지 세는 걸 배웠습니다. 거기까지만 배웠으면 좋았으련만, 그만 그 다음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백이 백 번 모이면 만이 되고, 만이 만 번 모이면 억이 되고, 억이 만 번 모이면 조가 되고, 조가 만 번 모이면 경이 되고.. 그러면 끝은? ‘경’이라는 숫자도 아득했지만 ‘끝’이라는 단어는 더욱 아득했습니다. 그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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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대사(西山大師) 시(詩) 「청허가(淸虛歌)」에 붙여 작은 신이 되는 날 - 김선우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내가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당신을 향해 사랑한다, 말할 수 있어 말할 수 없이 찬란한 날 먼지 한점인 내가 먼지 한점인 당신을 위해 기꺼이 텅 비는 순간 한점 우주의 안쪽으로부터 바람이 일어 바깥이 탄생하는 순간의 기적 한 티끌이 손잡아 일으킨 한 티끌을 향해 살아줘서 고맙다, 숨결 불어넣는 풍경을 보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날 (김선우 시집 『내 따스한 유령들』, 창비 2021) 사람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먼지 한 점인지 모릅니다. 티끌 한 점인지도 모르고요.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 비추어야만 드러나는 그런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그대가 내 마음을 비추어주었을 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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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4월 4일)부터 가보고 싶었다. 덕수궁 석어당 앞 커다란 살구나무에 꽃이 한 가득 피어 있는 모습을 보러 말이다. 그런데 짬이 나지 않아 오늘에야 점심 시간에 잠시 들를 수 있었다. 덕수궁을 들어서자 벚꽃들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살구꽃과 벚꽃은 약 1주일 차를 두고 피어나니 아차 늦지 않았을까? 덕흥전 쪽으로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석어당 앞 커다란 살구나무가 보였다. 꽃이 가지 끝에 몇 송이 남아 있다. 설마 꽃잎이 다 진 건 아니겠지? 가까이 가 보았다. 아뿔싸.. 벌써 꽃잎이 모두 지고 난 뒤다. 아쉬운 마음에 석어당 앞 중화전 뒤로 가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내년을 기약하면서.. 이제는 석조전 앞 수양벚꽃을 볼 차례다. 얼른 걸음을 옮겼다. 수양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석조전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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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은 작년보다 10일 이상 늦게 오고 있습니다. 식목일인 어제 서대문의 벚꽃 명소 안산 연희숲속쉼터에 갔습니다. 흐드러지지는 않아도 꽤 많은 벚꽃이 피었을 거라고 기대하고 갔는데,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숲속쉼터 벚꽃은 이번 주말인 4월 9일(토), 10일(일)에는 절반 이상이 필 것 같습니다. 서대문구청에서는 숲속쉼터 벚꽃 개화에 맞춰 3년 만에 '벚꽃 2022 어게인'이라는 음악회를 여네요. 연희숲속쉼터의 또 다른 명물 꽃밭도 아직 꽃들이 피어나기 전입니다. 튤립도 아마 주말이면 피어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홍제천 인공폭포와 연희숲속쉼터로 들어가는 물레방아 풍경입니다. 살구꽃도 조금씩 피기 시작하네요. 2022. 4. 5. 방문 2022. 4. 6. 기록 풀소리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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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20일 전후면 창덕궁의 오래된 매화나무 만첩홍매가 만개합니다. 날씨 변화에 따라 일찍 피기도 하고 늦어지기도 하는데, 올해는 늦겨울과 초봄 날씨가 추워서 1 주일 이상 늦게 피는 편입니다. 그래도 봄이 왔으니 창덕궁 만첩홍매화를 봐야겠죠. 점심 시간에 짬을 내 얼른 달려갔습니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진선문 가기 전에 조그마한 화단이 있습니다. 이곳에 만첩홍매 애기나무를 심어놨는데, 지금은 제법 자랐습니다. 후원 앞 만첩홍매가 얼마나 피었을까 가늠하기 위해 이 애기나무로 달려갔는데, 한 두 송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후원 앞 만첩홍매도 안 피었으면 어쩔까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화단에는 미선나무가 활짝 피어 특유의 진한 향기를 가득 풍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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