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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6일 이웃에 있는 손곡리 이달 선생 유적을 답사하는 김에 부근에 있는 폐사지를 함께 다녀왔습니다. 먼저 간 곳이 거돈사지입니다.
절터 끝나는 지점에 차를 댈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 바로 옆에는 우람한 비석이 있습니다. 보물 제78호 원주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原州居頓寺址圓空國師塔碑)입니다.
탑비의 주인공인 원공국사 지종(智宗) 대사는 930년(태조 13)에 출생하여 1018년(현종 9) 89세로 입적한 고려 전기의 고승입니다.
지종 대사는 8세 때 개경의 사나사에서 삭발하였으며 17세에 영통사에서 수계를 받았습니다. 953년(광종 4)에 봉암사오랬동안 머물렀습니다. 30세가 되던 959년(광종 10)에 중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11년 만인 970년(광종 21)에 돌아왔습니다. 귀국한 뒤 지종 대사는 광종으로부터 대사(大師)의 법계를 받고 금광선원에 거주하였습니다. 이후 광종·경종·성종·목종·현종대까지 왕의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지종 대사는 대선사를 거쳐 84세인 1013년(현종 4) 왕사(王師)에 책봉되었습니다. 1018년(현종 9) 4월 17일 거돈사에서 입적하였고, 원공국사로 추증되었습니다.
원공국사승묘탑비는 1025년(현종 16)에 세웠습니다. 비문은 당시 대표적 학자인 최충(崔沖)이 짓고 김거웅(金巨雄)이 썼습니다. 각자는 정원(貞元), 계상(契想), 혜명(惠明), 혜보(惠保), 득래(得來) 등이 담당하였고요. 글자체는 구양순(歐陽詢)의 서체라고 합니다. 비는 보존 상태가 매우 좋으며 귀부와 이수를 갖춘 거대하고 당당한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거돈사지는 무척 넓습니다. 절터가 7,500평에 이르니까요. 넓은 절터에는 가운데 3층 석탑만 남아 있고, 건물은 빈 터만 있습니다. 넓은 터 뒤쪽 맨 위에 멋진 승탑이 있습니다. 보물 제190호로 지정된 원주 거돈사지 원공국사탑(原州居頓寺址圓空國師塔)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서울로 반출되어 일본인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해방 후인 1948년 경복궁으로 옮겨졌고 현재는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있던 자리로 모형을 만들어놨습니다.
발굴 유물을 근거로 전문가들은 거돈사가 9세기 신라 말에 처음 창건되었다가 고려 전기에 전성기를 누리고, 조선 전기까지 유지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폐사가 됐는지는 근거 자료가 없어서 잘 모른다고 합니다. 폐사가 된 이후 최근까지 오랜 세월 동안 이곳은 마을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절터를 집터와 논이나 밭으로 이용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옛 절터의 집자리는 제법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법당 자리 앞에는 단아한 3층 석탑이 거의 원형을 유지한 채 보존되어 있습니다. 3층 석탑은 양식으로 보아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높이는 5.4m입니다. 현재 보물 제75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석탑 뒤로는 넓은 법당(法堂) 자리가 있습니다. 부처님을 모시던 법당은 금당(金堂)이라고도 합니다. 거돈사 법당은 전면 6줄, 측면 5줄의 초석(礎石)이 보존되어 있어 본래는 20여 칸의 대법당이 있었던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법당 터 가운데에는 높이 약 2m의 화강석 불좌대(佛坐臺)가 있습니다. 불좌대로 미루어 볼 때 그 위에 안치한 부처님은 어마어마하게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층석탑 앞에는 연꽃을 단아하게 돋을새김 한 배례석(拜禮石)이 놓여 있습니다. 크기는 135×85㎝입니다. 이곳에서 신도들이나 스님들이 기원을 담아 절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곳이 마을이었을 때 어떤 집에서 우물가로 옮겨놓았던 것을 원래 위치로 보이는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고 합니다.
절터를 나서기 전에 뒤돌아 절터를 살펴보았습니다. 현계산 자락이 빙 둘러싸고 있는 절터는 넓으면서도 아늑해보였습니다.
도로 쪽에서 절터를 보면 높은 축대와 우람한 느티나무, 넓고 높은 계단이 인상적입니다. 남향의 축대 밑에는 겨울이지만 햇볕이 뭉쳐 있을 터이니 이른 봄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봄까치꽃 한 송이가 저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2023년 2월 6일 여행
2023년 2월 22일 입력
풀소리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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