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강학당인 명륜당 옆에 커다란 팥배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팥배나무는 꽃은 배꽃을 닮고 열매는 팥을 닮아 생긴 이름입니다. 명륜당 옆에 팥배나무라니 좀 뜸금없죠? 하지만 여기엔 깊은 뜻이 있습니다. 옛날 주나라 문왕의 아들 소백이 백성 돌보는 정치를 아주 잘했답니다. 소백이 감당나무 밑에서 정사를 보았기에 백성들은 감당나무를 자르지도 꺽지도 훼손하지도 말라고 노래한 것이죠. 백성들이 이러한 내용으로 소백의 정사를 칭송한 시가 시경에 나오는 감당시입니다. 감당나무를 아가위나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통칭 팥배나무를 감당나무라고 합니다. 성균관은 교육기관이면서도 미래의 관리들을 양성하는 기관이니 나중에 관리가 되더라도 소백처럼 정치를 잘 하라는 뜻이 아닐까요. 甘棠(감당) 詩經 召南(시..
한시는 시 자체로 좋기도 하지만, 붓글씨로 옮겼을 때 또 다른 맛이 나기도 합니다. 특히 이백처럼 호방한 시는 글씨 쓰는 이가 느낌을 살려 글씨의 크기와 모양을 잡으면 정지용의 향수가 글자가 아닌 노래가 되듯, 아름다운 풍경이 더더욱 멋지게 살아나기도 합니다. 이백의 시는 여러 시들이 많이 애송되기도 하지만 산중대작(山中對酌)도 많이 사랑받는 거 같습니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특별하기도 하죠~ ㅎㅎ 소지 강창원 선생이 쓴 산중대작(山中對酌) 산중대작(山中對酌) 兩人對酌山花開(양인대작산화개) 둘이 술을 마시는데, 산에는 꽃이 피었네 一杯一杯復一杯(일배일배부일배) 한잔 한잔 또 한잔 我醉欲眠君且去(아취욕면군차거) 나는 취해 자고싶으니 그대는 가시구려 明日有意抱琴來(명일유의포금래) 내일 아침 또 술..
풀소리의 한시산책 – 유종원(柳宗元)의 「강에는 눈이 내리고(江雪, 강설)」 밤 눈 -기형도-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 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지난..
풀소리의 한시산책 -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산영루(山映樓) 외 아침에 단풍을 마주 보고 저녁에 낙엽을 줍네 오늘은 백옥세탁소에 들려 맡겨둔 와이셔츠를 찾아온 일 밖에 한 일이 없네 그러는 틈에 나무도 하늘도 바뀌었네 가을날/ 문태준 정말 단풍철은 짧은 것 같습니다. 아침에 단풍을 보고 저녁에 낙엽을 줍고, 어영부영하는 동안에 나무도 하늘도 바뀌니까요. 제 글도 문태준의 시를 닮은 것 같습니다. 단풍이 한창인 철에 맞춰 글을 보내려고 했는데, 단풍이 저무는 철이 돼서야 원고를 탈고하니 말입니다. 저는 가을 단풍이 한창일 때와 봄날 봄꽃이 한창일 땐 우울한 일이 있다가도 어쩔 수 없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봄꽃이 한창일 땐 꽃그늘에서 술잔에 꽃을 띄우고, 가을 단풍이 한창일 땐 북한산으로, 남산으로,..
풀소리의 한시산책 – 장유(張維)의 「지정추사(池亭秋思)」 이 글은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던 9월 초에 원고를 넘길 계획으로 쓰던 글입니다. 일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원고를 넘깁니다. 지금이 초고를 썼던 계절인 9월 초라고 여기시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십이지장 죄 녹이는 그 무슨 환장할 일로 목 놓아 울음 우는 곡비 같은 천형을 안고 쓰르람, 적멸 천리에 내가 나를 탄주한다. - 윤금초의 시조 「쓰르라미의 시2」 중 여름을 상징하는 것은 무수히 많겠죠. 그 중 우렁찬 매미 소리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한때, 밤에도 그치지 않고 동네가 떠나갈 듯 울어대는 말매미 소리에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잠을 못 자기도 했었지요. 그런 매미들 속에서 쓰르라미는 좀 독특합니다. 쓰르라미..
풀소리의 한시산책 – 맹호연(孟浩然)의 「초추(初秋)」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김현승의 「가을」 중 시인은 자연의 숨결에 자신의 숨결을 기대고 사는 사람들인가 봅니다. 시인 김현승은 어쩜 봄과 가을을 이리도 잘 표현했을까요. 봄을 찾는 이들은 땅을 살피죠. 솟아나는 새순과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 겨우 보이는 작은 꽃들이 추운 땅을 뚫고 한줌 햇살에도 거짓말처럼 나타나는 그런 기적을 눈으로 보려고요. 그러니 봄은 가까운 땅으로부터 오지요. 가을은 어떤가요? 햇살은 여전히 따갑고 덥지만, 문득 달라진 느낌에 하늘을 바라보면 여름과 달리 파랗게 투명한 하늘이 펼쳐지고, 맑은 공기를 뚫고 내려온 빛은 산란 없이 반사돼 그늘은 한없이 깊어만 집..
맑은 하늘이 못 속으로 내려오고... 풀소리의 한시산책 - 「雨後池上(비온 뒤 연못에서)」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 김종삼, 「비 개인 여름 아침」 이제 장마도 끝물입니다. 한두 번 장마전선이 오르내리면 장마도 끝이겠지요. 이 장마가 끝나면 가장 무더운 한여름이 될 겁니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면 계절은 늘 한 계절 앞서 나타납니다. 한겨울인 1월에도 남쪽 바닷가 덤불 사리 밑에는 새 풀들이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상대적으로 추운 서울 인근에도 양지쪽 돌 틈으로 작은 풀들이 솟아납니다. 여름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위가 절정인 요즘도 논에는 벼꽃이 피어나고, 산에는 언뜻언뜻 가을빛이 보입니다. 때로는 가을처럼 맑은 하늘이..
새파란 마음에 구멍이 뚫린다는 것 풀소리의 한시산책 積雨輞川莊作(적우망천장작) 어제는 비가 매우 퍼붓더니 오늘은 비가 안 오신다 올해 장마는 지각생이다. 천상병의 「장마철」 중 이제 본격적으로 장마철입니다. 장마라고 비가 매일 오는 건 아니죠. 천상병 시인의 노래처럼 오기도 하고 안 오기도 하고, 지각하기도 하죠.. 올해는 지각에다가 편애까지 하시니 심술스러운 장마입니다. ‘장마’라는 말이 한자말일까요? 한자말처럼 보이는데, 우리말이라고 하네요. ‘장’은 길 ‘장(長)’자이고, ‘마’는 ‘물’의 옛말이라고 합니다. ‘긴비’라는 뜻이 되는데, 저는 ‘장마’ 자체가 우리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장마는 주로 6월 말에서 7월 초에 걸쳐서 오죠. 이 시기는 매실이 익어 떨어지는 시기하고도 맞아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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