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소망 - 오광수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반가운 8월엔 소나기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얼굴이 되고 만나면 시원한 대화에 흠뻑 젖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이면 얼마나 좋으랴? 푸름이 하늘까지 차고 넘치는 8월에 호젓이 붉은 나무 백일홍 밑에 누우면 바람이 와서 나를 간지럽게 하는가 아님 꽃잎으로 다가온 여인의 향기인가 붉은 입술의 키스는 얼마나 달콤하랴? 8월엔 꿈이어도 좋다. 아리온의 하프소리를 듣고 찾아온 돌고래같이 그리워 부르는 노래를 듣고 보고픈 그 님이 백조를 타고 먼먼 밤하늘을 가로질러 찾아왔으면, 8월의 칡꽃. 향도 좋고 맛도 좋다. 8월은 더위가 최고조로 달했다가 꺾이는 철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더위는 내내 계속되기에 시원한 한줄기 소나기는 반가운 존재입니다. 그런 소..
금남로는 사랑이었다 내가 노래와 평화에 눈을 뜬 봄날의 언덕이었다 사람들이 세월에 머리를 적시는 거리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처음으로 알아낸 거리 금남로는 연초록 강 언덕이었다 달맞이꽃을 흔들며 나는 물새들 금남로의 사람들은 모두 입술이 젖어 있었다 금남로의 사람들은 모두 발바닥에 흙이 묻어 있었다 금남로의 사람들은 모두 보리피리를 불고 있었다 - 김준태 「금남로 사랑」 中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합니다. 오월이 되면 진달래 벚꽃 살구꽃과 같은 이른 봄꽃은 지고 아카시와 장미 등 늦은 봄꽃이 피어납니다. 초록 잎새들은 이른 봄꽃이 필 때 함께 피어나기 시작해서 늦은 봄꽃이 필 때쯤이면 온 산을 신록으로 가득 채웁니다. 오월은 밝고 빠르고 명랑한 계절입니다. 생동하는 싱그러움이 어린이와 닮아서일..
4월의 노래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바다로 열려 있는 항구는 늘 자유의 냄새가 납니다. 얼었던 대지에서 솟아나는 봄날의 화창한 햇살과 꽃들 역시 자유를 연상시키니 봄과 항구는 같은 시어로 읽히나 봅니다.) 때로는 꽃샘추위가 시샘하지만 4월의 봄은 찬란합니다. 매화 개나리 진달래가 피어나고, 살구꽃 벚꽃이 피어납니다. 버드나무 귀룽나무로부터 시작한 애기연두빛 이파리들이 하루가 다르게 황량한 산빛을 바꾸어 갑니다. 저는 꽃 피는 봄날이면 벗들과 함께 꽃잎 띄운 술잔을 나누곤 합니다. 벚꽃 복사꽃잎이 바람에 날리..
봄꽃 피는 날 - 용혜원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 사랑나무 한 그루 서 있다는 걸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어나는 걸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를 보고 활짝 피어나는 걸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를 보고 활짝 웃고 있는 이유를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구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이라는 유명한 시 구절이 있지요. 당나라 축천무후 시절에 활동한 관료이자 시인인 동방규(東方虯)의 시 「소군원(昭君怨)」에 나옵니다. 중국의 전설적인 미녀 왕소군(王昭君)이 한나라 때 정략적인 이유로 흉노의 왕(선우, 單于)에게 시집갔는데, 그 슬픔을 노래한 시입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남산길 시의 유래는 몰라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시 구절은 봄..
봄날 - 신경림 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의 딸이 늙은 소나무 아래서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판다 잔을 들면 소주보다 먼저 벚꽃잎이 날아와 앉고 저녁놀 비낀 냇물에서 처녀들 벌겋게 단 볼을 식히고 있다 벚꽃무더기를 비집으며 늙은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하얀 달이 뜨고 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이 딸이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파는 삶의 마지막 고샅 북한산 어귀 온 산에 풋내 가득한 봄날 처녀들 웃음소리 가득한 봄날 새들이 지저기는 음조(音調)는 한층 올라가고, 시냇물은 경쾌하게 흐릅니다. 햇살은 하루하루 밝아지고, 산하는 조금씩 조금씩 빛을 더합니다. 명랑하고, 쾌활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봄. 그러기에 봄을 젊음에 비유하는 것 같습니다. 노년에 느끼는 젊음의 계절은 어떨까요. 신경림의 시처럼 달뜬 젊은이들이 찾는 꽃동산에서..
풀소리의 한시산책 – 백거이(白居易)의 「지상이절(池上二絕)」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이정하의 「낮은 곳으로」 세상에 사랑만큼 가슴 떨리게 하는 게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은 사랑을 하기 위해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맑은 거울처럼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상대가 있다면 너무나 행복한 일이겠죠. 거꾸로 내 마음이 맑은 거울처럼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풀소리의 한시산책 – 왕안석(王安石)의 「매화(梅花)」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이성부(李盛夫) (『창작과 비평』 1974년) 오랜만에 한시산책을 올립니다. 사실 제가 원고를 작성하려고 한시를 골라 놓은 것은 1월 중순이었습니다. 봄을 갈망하는 마음으로 첫봄의 상징..
고전번역원에서 제공하여 거의 매주 2회 정도 도착하는 고전산책은 저처럼 한문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쏠쏠한 재미를 줍니다. 하지만 가끔은 중언부언하는 말에, 또는 제 감성하고 다른 번역에 조금은 아쉬움을 갖기도 합니다. 이번에 보내온 시는 매계(梅溪) 조위(曺偉) 선생의 「매화를 마주하고 밤에 주역을 읽다(對梅夜讀周易)」입니다. 한시를 읽고 번역을 읽으니 초학자지만 제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습니다. 하여 보내온 시를 한번 보고, 저도 또 한번 번역해 봤습니다. 그리고 길고 긴 중언부언은 끊어 냈고요.. 참고로 매계(梅溪) 조위(曺偉) 선생은 사림의 종주이신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학식 높은 제자로 스승의 글 을 실록에 올린 사건을 기화로 일으킨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곤장을 맞고 순천에 귀양 가 그곳에서 돌아가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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