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 메밀꽃 엇! 저게 뭐지. 있을 것 같지 않은 장소에 있었다. 앉아서 보니 누가 일부러 키운 것도 아니다. 빗물에 실려온 조그만 흙덩이에 용케 싹을 틔웠나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가는길, 팍팍한 시멘트 포장도로 옆에 기적처럼 피어난 메밀, 메밀꽃이다. 잎새가 조금 시들어 있다. 6월의 햇살을, 숨막히는 광합성을 조그만 흙덩이가 품은 물기로는 감당하기 어려운가보다. 그래도 싱싱한 꽃을 피웠다. 머지 않아 열매도 맺겠지. 여린 순이 부러질까봐 빗물통에 살짝 동여놓은 손길이, 시선이 아름답다. 온통 시멘트 더미 속에서 기적처럼 자란 메밀, 메밀꽃 사족 서울본부 앞길은 내 통학로였다. 옛날 다니던 중학교를 보고 한 컷 찍었다. 지금은 강남으로 이사간 동북중학교다. 멀리 보이는 흰 건물들이 내가 다니던 옛날..
* 뻐꾸기님의 [음악 이어받기(젊은바다로부터)] 에 관련된 글. 음악. 노래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난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낯설다. 유난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의 나는 제일 못하는 게 책읽기와 노래부르기였다. 나도, 나도 할 분들이 있겠지만 부끄럼을 타는 정도가 특히 심했다. 국어나 영어시간에 돌아가며 책읽기를 할 때면 늘 긴장되고 진땀이 났다. 음악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시험 보기 위해 마지못해 노래를 할라치면 하늘이 노래졌다. 우리 가족과 친척들은 한 때 내 노래를 듣는 게 소원이기도 했다. 그런데 적성검사에는 음악 점수가 제일 높았다. 놀라웠다. 마흔이 넘고, 언론 인터뷰에 방송까지 출연하면서 부끄러움은 이제는 많이 누그러졌지만 노래는 영 낯설다. 물론 투쟁가는 무수히 불러왔지만 말이다. 혼자..
비에 대한 다른 표현 병곤 : 성연아. 비가 오니까 좋지? 성연 : 예. 병곤 : 호수에 비가 내리니까 어떻게 보여? 성연 : 빛이 막 반짝거리며 커지는 것 같아요. 2017. 7. 5 낚시터로 쓰이기도 하는 곤지암 저수지에서 후배 병곤이의 물음과 우리 아이의 답변이다.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문득 호수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동심원을 그리며 퍼지는 물살을 보았다. 정말 빛이 반짝거리며 커져가는 것 같다. 어릴 때 보았던 초가을 밤하늘 가득한 별빛만큼이나 커지고 없어지는 동심원은 반짝거리며 넓은 호수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래. 맞아. 그런데 왜 나는 그렇게 못 봤을까.
마로니에 꽃이 피었다 민주노동당 고양시위원회 가는 길에 마로니에 꽃이 피었다. 어릴 때 듣던 노래가 생각난다. ---------- 지금도 마로니에는 루~ 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눈물 속에 봄비가 흘러내리듯 임자 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 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 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루~ 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루~ 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듯이 끝없이 사라진 다정한 그 목소리 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 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루~ 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 왠지 우울하면서 뭔가 있어 보였지 아마. 그런데, 사실 꽃은 처음 본다. 마로니에 꽃을 보기는 쉽지 않다. 가로수로 심어진 ..
수로에는 물이 넘치고... 내 출근길은 능곡을 기점으로 바뀐다. 출근 버스는 집에서 능곡까지 시내구간을 구불구불 지나고 능곡부터 당산역까지는 교외 풍경, 행주산성, 한강변 등 그나마 시원한 풍경의 연속이다. 난 대개 능곡까지는 책을 보며 가다 차가 능곡을 지나면 책을 덮고 밖 풍경을 보면서 간다. 한겨울 황량하기 그지없는 풍경조차 또 그것대로 볼만하다. 들판은 계절에 민감해 이른 봄 잎새가 보이기 전 물이 오르면서 나무들 색깔이 변하는 걸 숲으로 보기도 하고, 살어름 사이로 돝아나는 푸르름이 어느새 짙어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행주산성 입구에 있는 수로풍경/ 한강에서 퍼올린 물이 넓은 관개지로 흐른다. 요즈음 이곳 수로에는 물이 가득하다. 한강에서 퍼올린 물이 둑 높이까지 차올라 신도시로 편입되었어도 ..
금강산엘 간다 2박 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 간다. 명목은 남북운수노동자 자주교류사업 실무회담 이다. 금강산. 이미 오고감이 뚫리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와 심리적 거리도 멀지 않다. 하지만 나에겐 언제나 먼 땅이었다. 굳이 금강산엘 가야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게다. 어릴 적 할아버지가 금강산 다녀오신 얘기를 자주 했고, 그래서 많은 상상이 남아 있음에도 이상하리 만치 금강산은 나와 별개로 생각했다. 물론 심층적으로 따지면 지극히 왜곡된 자본의 방식으로 열린 관광구역이라는 반감이 있겠지만... 그런데, 막상 금강산에 가는데, 실감이 안 난다. 불과 20여일 만에 전격적으로 결정된 일인데도 말이다. 평소에 집중하지 않았던 통일관련 사업으로 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덤덤할 뿐이고, 달리 다른 사람..
여의도 꽃진 거리를 가다 꽃진 거리에는 사람들도 사라지고 텅빈 보도 가로수는 그저 가로수일 뿐이다. 불과 2-3일 전만 해도 꿈처럼 빛났을 벗꽃은 마침 불어온 비바람과 함께 모두 날아가 버렸다. 사무실 내 자리에서 고개를 내밀면 여의도 윤중로가 보인다. 벗꽃이 피고 지고, 사람들이 몰려오고, 몰려가고 자리에 앉아서, 때로 창가에 서서 봄이 익어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이따금 여의도를 가로질러 온 사람들 말이 여의도는 인산인해, 사람과 차들로 가득찼다고 전한다. 화려함이란 대가가 있는 법. 붐비는 사람들과 넘치는 상인들. 그곳에 있는 나. 그러나 나는 자신이 없다. 분비는 사람들 속에 섞이고 싶지도 않고... 나는 이렇게 꽃이 지고, 텅빈 거리를 거니는 것을 만족하고, 고개 들어 이미 져버린 가지마다 흰 벗..
머리 염색 어제 한 1년만에 머리 염색을 했다. 1년 전에도 열심히 염색을 하고 다니지는 않았다. 머리깎을 때마다 한 번씩 건너 띄어서 집에서 스스로 또는 아내가 대충(?) 검정물을 들였다. 대충 염색을 하면 금새 탈색하여 검정과 노랑이 섞이게 되고, 이걸 또 특별한 염색기법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민주노동당 총진군대회(04. 12. 05)에서/ 장미를 들고 있는 백발이 나다. - 산오리 찍음 염색을 하지 않기로 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알레르기성 피부라 염색을 하면 머리가 헐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없다는 염색약을 아무리 가볍게 사용해도 일주일 정도는 머리가 가렵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적극 권했다. 자연상태로 두자고. 11살 연하인 아내는 나에게 적극 백발을 권한다.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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