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간의 출장. 돌이켜보니 회의와 술만으로 이어진 것도 아니었구나... 목요일. 출장중 마지막 회의가 오후 3시 못 미쳐 끝났다. 하루 더 머물다 가라는 작은 처남의 간곡한 부탁을 난 들어줄 수 없었다.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두었고, 처리할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처남은 시간을 내 내가 회의 끝마치는 시간에 차를 가지고 회의 장소로 날 데리러 왔다. 새로 만든 은점포구 우리는 남해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모처럼 가을 하늘은 넓고 높다. 흰 띄를 풀어놓은 듯한 구름 또한 경쾌하다. 삼천포에서 창선도로 향하는 곳에 새로 생긴 멋진 다리들이 있다. 가운데 무인도와 늑도 그리고 창선도를 잇는 다리들이다. 이 다리 밑으로는 원시시대부터 있어왔다는 유명한 죽방렴이 있다. 이곳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리품..
이번 출장 중에 진주에서 2박을 하였구나~ 두번째 날은 나 혼자만 남아 진주 사람들하고 놀았지만, 첫날은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더욱이 뒷풀이 하는 술집에는 예기치 않았던 사람들까지... 큰소리가 오고가고, 술자리가 걸어질 즈음 비겁한 술꾼 몇몇이 풍류를 핑계로 진주성으로 나섰다. 요즘 각 지자체마다 모두 축제 한두가지씩은 하는데, 진주도 예외는 아니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는 개천예술제와 유등축제를 하는 기간이었다. 진주성에서 바라본 유등축제장 물론 난 무슨무슨 축제를 한다면 일부러 비켜갈지언정 참여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두뇌구조를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구경가겠다는데야 술자리도 피할겸 이보다 더 좋은 핑계거리가 또 어디 있으랴~ 밤에 오른 진주성은 축제 기간임에도 행사장이 없어서인지 사람들이 분비지..
1. 88고속도로 88자가 붙은 게 모두 그렇듯이 88고속도로도 전두환 군사정권의 작품이다. 광주의 피냄새가 진동하던 시절 이른바 동서화합이라는 명목으로 건설한 도로... 그러나 또 한 측면에서는 엄청난 불경기로 시멘트 산업이 붕괴 직전에 있었고, 막대한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최초로 시멘트 고속도로로 시공되었기도 하였다. 88고속도로 멋진 풍광이 이어지는 길이지만 자동으로 전두환이 연상되고, 그만큼 정나미가 떨어지는 이름이기도 했었다. 2. 이제는 세월이 흘러 핏빛도 바랬는가. 아님 내가 무뎌졌는가. 그냥 길이 있었고, 멋진 풍경이 있었다. 88고속도로는 지금은 유일하게 남아 있는 왕복 2차선 고속도로다. 더욱이 얼렁뚱땅 만든 도로라서 그런지 땅의 모양새 그대로 길을 만들어서 고개는 경사가 급하고, 그 ..
이름이 멋있어 더욱 매력적인 무창포. 오랜만에 그곳에 다녀왔다. 무창포 해수욕장 물론 노조의 상근자수련회 때문이었지만,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철도수련원도, 바다도, 하늘도 모두 좋았다. 일출/ 역광이라서인지 후진 디카로 찍으니 저녁 같기도 하다. 무창포는 노을이 참 좋다는데, 어제 저녁에는 하늘이 먹구름으로 잔뜩 흐려 있었기에 노을구경은 일찌감치 포기했었다. 새벽 하늘엔 둥근 달도... 아침에 일어나니 6시인데, 밖은 이미 밝아 있었다. 구름이 환해지고, 하늘이 밝아지는데도 보름을 넘긴지 얼마 되지 않은 둥근달은 여전히 하늘에 걸려 있다. 이윽고 아침 햇살은 동네 가득 퍼지기 시작하고... 늦은 아침을 먹으러 나서니 바닷물이 많이 빠져 나갔다. 이곳의 명물이라는 일명 '모세의 기적'은 일어나려나.....
모처럼 토요일, 일요일 연속으로 쉬었고, 금요일, 토요일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셨다. 점심을 먹고, 후배 만나 상담을 받고, 4시가 다 돼서 가방을 챙겨서 헤이리로 떠났다. 그런데, 성연이가 굳이 함께 가자고 한다. 난 밤 헤이리를 보고싶었다. 난 사실 저녁때부터 밤까지 헤이리를 걸어볼 요량이었다. 성연이가 따라 온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성연이 보고 따라 오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도 또한 불가능한 일이다. 내 욕망을 접는 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화역까지는 후배가 태워줬고, 우리는 거기서 200번 버스를 탔다. 차가 대화역을 벗어나자 논들이 나타났다. '성연아. 저 논 좀 봐. 벌써 벼가 익었나봐~.' '어디 어디~. 정말 논이 노랗다!' 헤이리로 가는 200번 버스는 많이 많이 돌아서 간다..
- 2007. 7. 26 감은사지 빈 절터. 돌덩이들과 탑이나 비석이 남아 옛날의 화려했던 시절을 증언하지만 그러나 이제는 텅 빈 옛 절터는 쓸쓸함 못지않게 낭만적이기도 하고, 풍성한 상상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감은사지는 유홍준이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쓴 이후 너무나 유명해 기대치가 높아져서인지 몰라도, 절터 자체에 대해서 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다만, 석탑의 굉장히 크면서도 간결한 모습이 꽤나 멋있어 보였다. 문무대왕릉이라는 대왕암을 지나 경주방향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연무는 점점 더 짙어져갔다. 서쪽 산 꼭대기에 걸린 저녁 태양은 붉은 빛만 아니라면 달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빛을 잃고 있었다. 감은사지 입구에서 본 일몰 국도에 인접해서인지, 아님 워낙 유명해서인지 이곳을 들르는 차들이 제법 ..
제가 초여름이면 늘 걷던 길이 있습니다. 장흥에서 양주 기산저수지로 넘어가는 큰 고개가 있는데, 그 고개 이름이 말머리고개입니다. 말머리고개에서 고령산 능선길을 따라 보광사 뒤에 있는 앵무봉을 거쳐 보광사로 내려오는 길입니다. 이 길은 능선길이라도 봉우리마다 오르내림이 가팔라 제법 힘드는 곳입니다. 다만, 처음서부터 끝까지 나무들이 울창해서 그늘길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중간에 삼국시대부터 있었다는 보루성인 기산보루성도 있고, 시원한 전망을 볼 수 있는 천연 전망대도 있습니다. 기산보루성 중간에 높은 봉우리에 있는 기산보루성입니다. 이곳에서는 삼국시대 유물도 발견된다고 하니 아마도 삼국시대부터 사용됐나 봅니다. 조선시대에도 봉수대로 쓰였다고 하니 봉수대를 겸한 보루성인가 봅니다. 보기에도 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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