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에는 가을이 가고 있었다 1. 오랜만의 일탈이었다 우리는 탈영이라 부르며 찔리지만 들뜬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2004년 10월 16일 토요일. 목적지는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 우리 지구당의 대표적인 한량(나는 이 말을 존경의 의미로 쓴다)인 이준 위원장이 분위기를 띄웠고, 또 다른 대표 한량 산오리 곽장영 위원장이 받았다. 그렇게 해서 곰배령 단풍구경은 급물살을 탔다. 그런데 어쩐담. 난 자유주의자(?)지만 소심하기도 하고, 더욱이 내가 관여하는 운수연대 주최의 집회가 있고, 지역에서는 시의원 선거가 한참인 걸… 꽁무니를 빼는 눈치를 알아차린 이준 위원장은 못을 박는다. “꼭 가야 돼요.” “안 가면 안 돼요” “예” 대답은 하였으나 찜찜하다. 이준 위원장은 책임을 주어 못을 박는다. “차가 4명..
다시 능내에 가다 추억은 시간이 지나면 비수가 되기도 한다. 추억이 있는 곳은 지금은 없는, 함께 있던 사람이 유령처럼 떠나지 않고 기억의 영상 속에 여전히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그곳은 아름답기보다는 가슴저림이 앞서는 곳이기 십상이고, 근처에 가기는커녕 생각조차 이어가기 힘들게 한다. 능내는 내게 그런 곳 중 하나였다. 능내는 누가 내게 우리 역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한 사람만 고르라면 이 사람이야 할 다산 선생의 고향이고 묘소가 있는 동네이며, 거리가 가까운데다 팔당 호수와 야산들이 오밀조밀한 풍경을 이뤄 즐겨 찾던 곳이다. 즐겨 찾던 날들이 10여년을 지났는데도 기억을 되살리니 정말 그랬나 싶게 마치 오래 살던 고향동네처럼 논둑길의 메마른 풀 한 포기며, 봄날 빛나는 새 이파리를 매단 채 하..
늦가을 호사 난 오늘 여의도 샛강에 갔다. 점심을 먹고 창밖을 내다보니 아직 지지 않은 플라타너스 잎새 위로 늦가을 찬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먹은 검은 차도와 검은 흙, 안개 속에 희미한 여의도, 나는 우산을 집어들고 길을 나섰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선 63빌딩이 있는 여의도와 샛강이 보인다. 물론 책상에서 창밖을 보면 대방동 쪽으로 아파트가 제멋대로 삐죽삐죽 솟아있는 사이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집들로 빼곡한 그런 특별할 것 없는 도회풍경이다. 그런데도 창밖을 생각하면 제일먼저 여의도와 샛강이 떠오르는 건 그곳이 숲이 있고, 계절이 있기 때문이다. 걸어서 5분 거리, 넘어지면 코닿을 거리인데도 나는 선뜻 발걸음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7월 말, 이 사무실에 나오면서부터 나는 샛강을 바라봤다. 그리고..
배재로 가는 길 1. 여행은 오래된 나의 몇 안 되는 사치 중 하나다. 나는 주머니 속이 항상 비어 있어서인지 몰라도 편안하거나 호사스러운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래 전에 파키스탄 카라치에 갔을 때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막막한 사막이었다. 하지만 좋은 기회였음에도 가보지 못했다. 사막을 가고싶어하는 사람은 일행 중 나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내가 선택한 것은 그곳 시장이었다. 당시 카라치에는 연일 폭동이 일어나 하루에도 몇 명씩 죽곤 했던 시절이었다. 홀로 시장에 다녀온 나에게 초조하게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은 질겁을 하였다. 하지만 그곳은 우리네 옛날 시장처럼 활기차고 평화롭기만 했고, 차도 없이 터덜터덜 걸어 생소한 나라의 삶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에 나는 한없이 즐겁기만..
답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나는 여러 자리에서 고양시 지역의 답사를 조직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부터 시작하고,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이 많다. 고양시 지역에서 답사를 한다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서민들의 삶을 먼저 보자면 당연히 초가집이지. 아니야 역사성을 살린다면 금정굴이나 장준하 선생 유적이지. 사람들 눈길을 잡으려면 장희빈 관련 유적은 어떤가. 속절없이 고민만 하면서 답사를 조직하겠다는 나의 발언은 빈말이 되어가고 있다. 에이 생각난 김에 혼자라도 하는 마음에서 찾은 곳이 복재선생 기준(奇遵)의 묘소이다. 복재선생은 조광조, 김식, 김정 선생 등과 함께 기묘명현의 대표 인물이다. 수많은 선비들이 죽어나간 기묘사화는 유교에 바탕한 이상주의..
유례를 찾기 힘든 강추위가 열흘 가까지 세상을 꽁공 얼릴 때 나는 날이 조금 풀리는 대로 연미정을 가고 싶었습니다. 임진강이 얼고, 한강이 얼면 밀물과 썰물을 따라 수많은 얼음 조각이 바다로 밀려 내려갑니다. 특히 강추위가 지나고 썰물이 흐를 땐 이곳 연미정 앞 조강은 그야말로 유빙의 천지가 되어 마치 거대한 용암처럼, 빙하처럼 유유히 부빙들이 흘러갑니다. 마침 추위가 주춤해진 어제(2016년 1월 26일) 나는 연미정으로 향했습니다. 일산 대화에서 97번 버스를 타고 김포 한강로사거리에서 3000번 버스로 갈아타고 강화터미널로 갔습니다. 11시 15분에 도착했는데, 연미정 가는 버스는 12시에나 떠납니다. 마음이 급한 나는 택시를 탔습니다. 왜냐하면 물때를 맞춰야 유빙의 장관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움'이란 '외로움' 또는 '공허함'이랑 짝하기 쉬운 말입니다. 그럼에도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아마도 피할 수 없는 타고난 운명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한 길은 공양왕릉뿐이니 아무 길로 가도 그리 가기만 할 터였습니다. 우리는 수역이마을을 거쳐 연안이씨 선산을 넘었습니다. 일행 중 한명이 이미 점심을 먹을 청대골에 도착했다고 해서 원당골 뒷산은 생략하고 마을길을 걸어 청대골로 향합니다. 겨울이라 냇물은 맑고 풀섶 뒤로는 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닙니다. 중간에 일행을 만나 청대골 철원양평해장국에서 다섯끼 만에 첫 밥을 먹었습니다. 해숭위 윤신지 묘 밥을 먹고 어디로 갈까 하다가 문득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소수가 답사할 때만 할 수 있는 자유로움 중 하나지요. 해장국집에서..
- Total
- Today
- Yesterday
- 소양강 안개
- 호수공원_복수초
- 연희숲속쉼터
- 벚꽃마당
- 행주누리길
- 안산방죽
- 출렁다리
- 전노협
- 마장저수지 출렁다리
- 사가(佐賀)
- 2021년_노동절
- 창경궁 대온실
- 전국노동조합협의회
- 서대문구_노동네트워크
- 행주산성역사누리길
- 이고운횟집
- 서대문구_노동자종합지원센터
- 별꽃
- 물의 도시 춘천
- 사가 1박2일 여행
- 서운노협
- 삼악산 케이블카
- 서울운수노동자협의회
- 이한열기념관
- 전태일_따라_걷기
- 냉이꽃
- 대온실 매화
- 보광사임도
- 강매석교
- 큐슈 사가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