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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1일. 작년 마지막 날 해넘이를 하면서 2024년에 대한 몇 가지 계획을 세웠다. 모두 꾸준하게 해야 하는 것인데, 2024년 첫날인 1월 1일 할 일도 세 가지 정했다. 첫째, 새해 해맞이. 둘째, 북한산 의상능선에 올라 삼각연봉의 설경을 보기. 셋째, 서울에서 가장 먼저 매화가 피는 창경궁 대온실에 가 매화를 감상하기다.

 

2023년 마지막 해넘이. 밀물로 강물이 가득찬 행주강 너머로 2023년 마지막 해가 넘어가고 있다.

 

 

2024년 1월 1일. 버스를 잘못 타서 엉뚱한 곳에서 해맞이를 했다. 전전날 많이 내린 눈이 아직 있을까 하고 북한산 삼각연봉이 가장 장엄하게 보이는 의상능선을 올랐다. 조금 오르기 쉬운 국녕사 코스를 선택했다. 물론 국녕사에서 보는 삼각연봉도 매우 장관이기에 겸사겸사다. 의상능선에서 북한산 삼각연봉을 감상하였으니 이제 서울의 첫 매화를 보러 창경궁 대온실로 간다.

 

의상능선에 본 삼각연봉

 

 

북한산도 사람들이 많더니 창경궁에도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 참 부지런하다. 

 

다른 해에는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에서 곧장 대온실로 갔는데, 이번에는 전각들을 거쳐 갔다. 땅이 질퍽댄 것도 그 한 이유다.

 

 

다른 해에는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에서 곧장 대온실로 갔는데, 이번에는 전각들을 거쳐 가기로 했다. 땅이 질퍽댄 것도 그 한 이유다.

 

창경궁 춘당지는 얼음이 꽁꽃 얼어 있다. 5월 1일 전후에 다시 오면 연못 주변은 온통 연분홍이 가득 피고, 원앙들은 병아리들을 종종종 데리고 물가를 유영하고 있을 것이다.

 

창경궁 대온실

 

 

춘당지를 거쳐 대온실로 갔다. 춘당지는 올해도 얼음이 꽁꽁 얼었다. 대온실 앞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곧장 온실 안으로 들어갔다. 창경궁 대온실의 매화는 1월 1일 전후에 피는 옥매다. 보통 옆문으로 들어갔을 때 오른쪽 긴 전시대 중간 쯤에 있었다. 물론 작년에는 왼쪽에 있었지만. 나는 확률이 높은 오른쪽으로 들어갔다. 일별해본다. 없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하나하나 천천히 살피며 간다. 없다. 

 

정문 쪽 긴 전시대 쪽으로 돌았는데, 기대치 않던 옥매가 저 멀찍이 보인다. 

 

1월 1일 전후에 피는 창경궁 대온실 옥매. 올해는 맞춤한 시기에 온 것 같다.

 

올해 청음 본 홍매. 옥매 바로 옆에서 있었지만, 옥매 사진을 다 찍고 나서에 알아챘다.

 

 

꽃들이 싱싱하다. 약간 시들기 시작하는 꽃송이도 있지만, 아직 피지 않은 봉우리도 여기저기 보이니 옥매를 감상하기엔 가장 맞춤한 시기인 것 같다. 흡족한 마음에 이리저리 사신을 찍었다. 지나는 이들도 매화꽃을 신기한 듯 처다본다. 봄은 이렇듯 예측치 못한 곳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도 온다는 것이 신기할 것이다.

 

옥매 사진을 충분히 찍고 나서야 바로 옆에 홍매가 있음을 발견했다. 꽤 여러 해 연초마다 이곳에 오지만 이번에 처음 본다. 홍매는 이제 막 꽃잎이 피어나고 있었다.

 

나에게 매화를 본다는 것은 봄을 마중하는 일이다. 때로는 제주도로, 남해안으로 봄마중을 가지만, 서울에서는 창경궁 대온실에서 봄마중을 한다. 1월 1일 전후해서 서울에서 매화꽃을 본다는 건 감동적인 일이다. 특히 봄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내게는 말이다. 옥매도 그렇고 홍매까지 시기를 맞춰 피우는 정원사의 정성이 고맙다. 

 

동백꽃

 

영춘화

 

명자꽃

 

 

이제 다른 꽃들도 보자. 겨울과 봄을 이어주는 동백꽃은 여러 종류가 골고루 피어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야외에서 가장 먼저 피는 나무꽃 중 하나인 영춘화도 개나리와 닮은 예쁜 노란 꽃을 피웠다. 명자꽃도 붉디 붉게 피었다.

 

 

2024년 1월 1일 방문

2024년 1월 3일 기록

 

풀소리 최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