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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서삼릉에 갑니다. 인종과 인성왕후 박씨의 능인 효릉(孝陵)의 제사를 지내는 날인데, 참관 겸 비공개능역 답사 겸 겸사겸사 갑니다.
서삼릉에는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정조 임금과 성송연 의빈 성씨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소개되기도 했죠.
시간이 없어 간단히 소개합니다.
드라마대로 의빈 성씨는 정조의 승은을 두 번이나 거절합니다. 그러나 끝내 정조 임금의 후궁이 되었고, 정조의 사랑을 듬뿍 받습니다. 둘 사이에 낳은 아들이 문효세자입니다.
그러나 1786년(정조 10) 5월 11일에 홍역으로 요절합니다. 그해 9월 14일 의빈 성씨도 갑작스럽게 죽습니다. 뱃속에 9개월 된 아이를 밴 만삭의 몸이었습니다. 정조는 제사 때마다 제문을 손수 졌습니다. 3년 상을 마칠 때까지요. 그 중 최고의 백미는 의빈 성씨를 무덤에 묻을 때 바친 '어제의빈치제제문(御製宜嬪致祭祭文)'입니다. 한 번 볼까요.
어제의빈치제제문(御製宜嬪致祭祭文)
건륭 51년 병오 11월 신미 초칠일 정축에
국왕은 의빈 창녕 성씨의 영혼에 제를 지내 말한다.
아아, 나는 오히려 빈의 죽음에 이렇게 슬퍼하노라
상변(사람의 죽음)이 참혹하고 인정에 고통스러운 것은 문효의 죽음보다 심한 것이 없으나 필히 마음을 넓게 가지고 슬픔을 다스렸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계절이 바뀌니 평소에 웃고 이야기하며 슬픈 표정을 짓지 않아 담연히 잊은 듯했다. 그런데 오히려 빈의 죽음에 이렇게 슬퍼하노라
아아, 빈은 문효의 어미이고 빈의 뱃속의 아이는 문효의 동기이다.
문효는 볼 수 없으나 그 친애하고 사모하는 것은 어미에게서 구하고, 그 비슷하게 닮은 것은 동기를 기다렸다. 고통스럽고 참혹하여도 마음을 넓게 가진 것이 이 때문이요, 슬픔을 다스린 것이 이 때문이다.
이제 빈이 이미 죽고 뱃속의 아이 또한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으니 문효의 자취와 여운은 마침내 씻은 듯 사라졌다.
내가 장차 어디에서 구하며 무엇을 기다리겠는가. 고통스럽고 참혹한데 또한 무엇으로 말미암아 마음을 넓게 가지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슬픔을 다스리겠는가.
나는 빈이 죽은 뒤로 비로소 문효의 종적이 날로 멀어지는 것을 깨달으며, 날로 멀어지나 날로 더욱 잊지 못함을 슬퍼한다. 이에 지금의 슬픔이 예전의 슬픔보다 더 심하니 그 슬픈 까닭이 어찌 다만 빈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겠는가?
아아, 빈첩으로서 도리를 알았으니 어질다 할 만하고 영귀하면서도 삼가고 절약하니 복록을 받을 만했거늘 문효를 여의고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또 뱃속의 아이와 함께 돌아가 스러지니 빈의 운명이 또한 슬프기가 심하다.
이제 빈을 보내 문효의 곁에 장사하리니 이는 진실로 빈의 소원이다.
현실(무덤 속의 방)이 매우 가까워 영혼의 기운이 흘러 통하리니 끝없는 이별의 한이 영원히 위로가 될 것이나, 또한 내가 슬픔을 잊을 수 없음을 (그대도) 마땅히 슬퍼할 것이다. 그러한가? 그렇지 않은가?
(今將送嬪于文孝之側而葬之 此固嬪之願耳 玄隧密邇 魂氣流通 終天泣訣之恨 永以爲慰 而亦當哀予之不能忘哀也 其然乎不然乎)
아아! 슬프도다! 흠향하라!
어떤가요? 참 슬프죠.
정조는 의빈 성씨의 비문과 무덤에 넣는 지문도 손수 짓습니다.
그 얘기는 내일 답사 때 하겠습니다.
서삼릉 이야기는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서삼릉 홈페이지 클릭 -> http://royaltombs.cha.go.kr/html/HtmlPage.do?pg=/new/html/portal_01_11_01.jsp&mn=RT_01_11
2023년 8월 17일
풀소리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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