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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1일. 작년 마지막 날 2024년에 대한 몇 가지 계획을 했다. 모두 꾸준하게 해야 하는 것인데, 2024년 1월 1일 할 일도 세 가지 정했다. 첫째, 새해 해맞이. 둘째, 북한산 의상능선에 올라 삼각연봉의 설경을 보기. 셋째, 서울에서 가장 먼저 매화가 피는 창경궁 대온실에 가 매화를 감상하기다.

 

새벽 하늘을 보니 하늘은 온통 회색빛었다. 에라 의상능선이나 오르자는 심정으로 길을 나섰다. 그런데 왠 걸. 지축역을 지나는데, 하늘이 개고 있지 않은가. 구파발에서 내려 흥국사 옆 예전 고양시에서 만들어놓은 매미골누리길 전망대로 가려고 맘 먹었다. 그런데 버스를 잘못 탔다. 북한산성 앞으로 가지 않고, 종점으로 가는 버스였다. 어쩐지 사람들이 안 타더라.

 

뜨하지 않게 고양시 지축동 창릉천 가 북한산교 옆에서 2024년 해맞이를 했다. 해는 비봉능선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렸지만, 북한산성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한참을 더 걸어야 했다. 해는 언제 떠오를 지 모르는데 말이다. 그래서 창릉천 뚝방을 걷기로 했다. 될 수 있으면 건너편 고양시 쪽으로 말이다.

 

몇 곳에 사람들이 모여 해가 돋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도 해맞이를 하기엔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북한산성 쪽으로 더 올라가기로 했다. 고양시 쪽 창릉천 뚝방길은 이내 끊겼다. 밧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 걸었지만, 그 길도 이내 끊겼다. 뒤돌아 나오려는데, 해가 떠오르고 있다. 지축동 북한산교 옆 창릉천 가에서 말이다. 해는 비봉능선 위로 떠오르더라.

 

백화사에서의 일출

 

 

의상능선을 가기 위해 북한산성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산으로 가까이 갈수록 해는 산 뒤로 숨었다 나타났다를 거듭했다. 그렇다. 2024년 해맞이는 한 번이 대여섯 번을 한 셈이다. 백화사를 지나는데 절 뒤로 떠오르는 해돋이는 어떨지 궁금했다. 한참을 기다리니 그곳에도 해가 떴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잔치국수를 먹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월 초하루라서 그런가 산을 찾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심지어 벌써 내려오는 이들도 있었다. 아마도 정상에서 해맞이를 한 사람들일 게다. 길이 온통 얼어 아이젠을 꺼내 신었다.

 

정월 초하루여서 그런가? 등산객이 참으로 많았다.

 

 

대서문을 지나 첫 번째 만나는 절이 무량사다. 무량사는 고종황제의 후궁 엄비가 기도해서 영친왕을 얻었다는 전설이 있는 절이다. 내가 이 절을 찾는 이유는 전설 때문이 아니다. 절 뒤 미륵전에서 바라보는 삼각연봉 풍경이 장엄하기 때문이다.

 

무량사 대웅전 뒤 미륵전에서 바라본 삼각연봉.

 

 

의상능선은 국녕사를 거쳐 오르기로 했다. 그쪽으로 오르는 길이 상대적으로 편안하기도 하지만, 국녕사에서 바라보는 삼각연봉이 장엄하기도 해서다. 

 

최근에 눈과 비가 많이 와서인지 계곡에는 물이 여름처럼 많았다.

 

국녕사 관음대불

 

 

국녕사는 관음대불이 먼저 맞아준다. 동양 최대라고 하는데, 나는 크다는 데 큰 감흥이 없다. 부질없어 보일 뿐이다. 관음대불 옆으로 의상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지만, 나는 대웅전으로 올랐다. 삼각연봉을 보기 위해서다. 여전히 삼각연봉은 장엄하게 펼쳐저 있었다. 다만 눈이 많이 녹아 조금 아쉬웠지만 말이다.

 

국녕사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삼각연봉. 눈이 많이 녹아 조금 아쉬웠다.

 

가사당 암문 오르는 길에서 본 삼각연봉

 

 

의상능선으로 오르기 위해 가사당 암문으로 올랐다. 오르는 길에서 본 삼각연봉도 멋있다. 그래도 의상능선만 하겠는가?

 

가사당 암문

 

 

원래 계획은 가사당 암문에서 의상능선에 올라 사진만 찍고 다시 돌아와 백화사 쪽으로 내려가려는 것이었다. 의상봉에서 북한산성 입구로 내려가는 길은 악명이 자자할 정도로 험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상봉에 올랐다가 마음이 변할 지 몰라 가사당 암문 밖으로 나와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아뿔싸. 사진을 찍었기 때문인가. 결국 북한산성 입구로 직접 내려가는 코스로 내려왔다.

 

의상능선에서 바라본 삼각연봉. 왼쪽부터 원효봉, 영취봉, 백운봉, 만경대, 노적봉 그리고 노적봉 앞은 북장대가 있던 기린봉이다. 영취봉 옆으로는 멀리 도봉산도 보인다.

 

의상능선에서 바라본 용출봉, 용혈봉과 비봉능선

 

 

역시 의상능선에서 바라보는 삼각연봉은 단연 최고다. 연봉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이제 내려가야 한다. 용기를 내 북한산성 입구로 바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러나 후회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험하기로 악명 높은 등산로엔 얼음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하산길 중간에 있는 토끼바위. 토끼처럼 보이나?

 

 

아니나 다를까. 내려오는 길에 넘어진 부상자를 만났다. 머리를 크게 다치고 오른쪽 어깨를 쓰지 못하는 것으로 볼 때 아마도 골절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다행이 일행이 있어서 119에 구조요청을 하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믿음직한 구조대원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잘 구조되었길 바란다. 아울러 겨울 산행이 만만치 않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버스를 타려다 돌아본 의상봉. 저 뾰족한 산실을 내려왔단 말인가!

 

 

마침 버스가 왔다. 이제 서울에서 가장 먼저 피는 매화를 보러 창경궁 대온실로 가자.

 

 

2024년 1월 1일 탐방

2024년 1월 2일 기록

 

풀소리 최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