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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누리길은 원당역에서 행주산성에 이르는 길이다. 원당역에서 성라산을 빙 돌면 길고 펑퍼짐한 지렁산이 나온다. 지렁산 끝 장미란체육관 옆 들길을 따라 배다골테마파크을 지나면 길은 성사천과 만난다. 성사천이 경의선과 만나는 강매역을 지나 경의선 위로 난 육교를 넘어 강매동 봉대산으로 오른다. 봉대산을 내려오면 창릉천 옆에는 고양시에서 유일하게 남은 옛 돌다리 강매석교가 있다. 이곳에서 큰길을 따라 행주산성 입구 먹자골목을 지나 행주산성 주차장에 이르면 행주누리길은 끝난다.
하늘에 별이 얇은 비단 펼친 것처럼 보였던 성라산
원당역 3번 출구를 나서면 바로 앞에 야트막한 야산이 나온다. 별 ‘성(星)’ 깁 ‘라(羅)’를 쓰는 성라산(星羅山)이다. 산에 오르면 하늘이 별이 촘촘하게 너무나 많아 마치 하늘에 얇은 별 비단을 두른 것처럼 보였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순수 우리말로는 별아산, 베라산 등으로 불렀다. 지금처럼 오염이 심하고 전등불이 밝아 상상도 어렵지만, 하늘에 촘촘한 별들을 보면서 이름을 붙인 선인들을 생각하면서 이 산을 걸어보자. 성라산은 해발고도 109m의 자그마한 산이지만 옛날에 고을제사를 지내던 곳이라 국사봉(國祀峯)이라고도 불린다.
원당역과 성라산 사이 골짜기 이름이 불당골이다. 아마도 한때 이곳에 절이 있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원당역 3번 출구를 나와 불당골을 오르다 보면 오른쪽에 커다란 무덤이 있다. 이곳이 조선 개국원종공신(開國原從功臣)이며 검교좌정승(檢校左政丞)을 지낸 권희(權僖, 1319년(충숙왕 6)~1405년(태종 5))의 묘이다. 그의 후손 중에 권율(權慄) 장군도 있다. 권희 선생의 묘는 향토유적 제38호이다.
사방이 훤히 보이는 봉대산 해포 봉수대
성라산 둘레길을 빙 돌아 지렁산으로 향한다. 지렁산은 매우 낮은 구릉이 지렁이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낮고 펑퍼짐해 중간 부분은 대부분 밭이나 과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지렁산 중간 길섶에는 조그마한 지석묘들이 있다.
지렁산에서 내려와 배다골테마파크를 끼고 돌면 행주누리길은 성사천 둑길을 따라간다. 서정마을 천변길이 끝나는 곳 강매역 근처에서 경의선 위로 놓인 고가도로를 넘어가면 길은 봉대산으로 이어진다. 봉대산은 해발고도 96m로 높지 않은 편이지만, 평야지대 한가운데 있어서 조망이 넓다. 조망이 좋기 때문에 예전에 이곳은 해포(醢浦) 봉수대(烽燧臺)가 있던 곳이다.
고양의 유일한 옛 돌다리 강매석교
지렁산을 내려와 제2 자유로 밑 굴다리를 통과하면 마주 보이는 언덕 위에 커다란 무덤이 있다. 이 무덤의 주인공은 서호산인(西湖散人) 신효(申曉, 1381년(우왕 7)~1461년(세조 7))이다. 신효는 조선이 개국 된 뒤 약 10년 된 1402년(태종 2) 22세의 나이로 과거에 장원급제한 천재였지만, 태종 임금에게 실망하여 평생 이곳에서 은둔하며 살았던 분이다.
신효 묘에서 내려와 우회전하면 고풍스러운 돌다리가 나온다. 다리가 향토유적 제33호 강매동 석교다. 가운데가 올라가도록 약간의 곡선을 주어 아름다우면서도 매우 견고하게 구축되었다. 8열 24개의 교각 위에 세워진 다리의 규모는 총길이 18m, 넓이 3.6m, 높이 2.7m이다.
고양시청 홈페이지에는 1920년 경신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나온다. 이것이 맞을까? 1920년 이곳은 서쪽으로는 행주나루, 동쪽으로는 수색으로 가는 소로가 있던 곳이다. 더욱이 1904년 능곡역이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였으므로 편리한 철도를 놔두고 통행도 잦지 않은 이곳에 애써 돌다리를 놨겠는가. 더욱이 1920년에는 이미 철근콘크리트 다리가 일반화됐던 시기인데, 이 시기에 만들기 더 힘든 돌다리를 애써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아마도 강매석교는 1800년이나 1860년에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사진 5> 1917년 조선총독부 발간 5만분의 1 지도. 왼쪽 위 네모 부근이 능곡역, 오른쪽 아래 네모 부근이 강매석교다. 강매석교 근처에는 나루터 표시가 있는데, 아마도 이때 이미 돌다리는 토사에 묻힌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 ‘2019년 올해의 자랑스러운 고양인’으로 선정된 독립운동가 동암 장효근
강매석교에서 행주산성 오는 길 창릉천 둔치에는 최근 코스모스길이 조성되어 있다. 앞으로 강매석교 주변 등 창릉천 상류에도 코스모스 밭이 조성될 예정이다. 가을이면 둑길 말고 창릉천변길을 걸어보자.
창릉천 둑길을 지나 음식점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 행주내리다. 이 동네에 끝인 행주산성 주차장 밑 언덕에 독립운동가 장효근(張孝根, 1867년(고종 4)~1946년)) 선생의 생가가 있다.
장효근 선생은 3.1운동 「독립선언서」 인쇄의 현장 책임자였다. 1919년 2월 26일 「독립선언서」를 조판하였고, 2월 27일 이를 보성사 이종일 사장에게 전달하였으며, 2월 28일 총무 장효근, 공장감독 김홍규, 직원 신영구가 21,000매를 인쇄했다. 곧바로 오세창에게 전달하는 한편 천도교, 기독교, 불교계에 배포하여 3.1운동 준비를 완료하였다.
선생은 3.1운동으로 6개월여 옥고를 치렀다. 석방된 이후 동암 선생은 제2의 3.1운동을 준비했다. 그러나 제2 3.1운동에 실패하면서 1924년에는 고향인 고양군 행주내리로 완전히 낙향하였다. 선생은 낙향한 이후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권율 장군을 모신 기공사가 퇴락하자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행주기공사수리기성회를 설립하여 모금활동을 전개하여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하였다.
장효근 선생 생가에서 언덕길을 올라 행주산성 주차장에 이르면 행주누리길은 끝나고 행주산성역사누리길이 시작된다.
2021년 11월 1일
풀소리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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