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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루루 루루 루루루
루루루 루루 루루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눈물속에 봄비가 흘러 내리듯
임자 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
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아
루루 루루 루루루
루루루 루루 루루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 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아
루루 루루 루루루
루루루 루루 루루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피고 있겠지
피고 있겠지

 

 

계동 원서공원에 핀 등나무꽃

 

등나무꽃이 피면 대학로 커다란 마로니에 나무에는 꽃이 한 가득 피어납니다. 주로 5월 1일 전후입니다. 이때면 창덕궁 춘당지에는 원앙이 새끼를 부화해 연못에서 줄지어 다니기도 합니다. 매년 시기를 맞춰 안국역에서 원서공원을 거쳐 창덕궁을 지나 창경궁 춘당지에서 한참을 머물렀다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꽃을 한가득 피운 커다란 마로니에 꽃그늘에서 캔맥주 하나를 마시는 게 저의 연례행사 중 하나입니다. 올해는 5.1 노동절 행사를 주관하는 관계로 일주일 일찍 지난 4월 25일 다녀왔습니다. 

 

원서공원의 등나무는 덩굴 밑으로 꽃을 가득 달아 마치 연등을 가득 단 절마당이 연상되었는데, 올해는 어째서인지 몇 송이 안 달렸네요..

 

 

창덕궁에 핀 모란

 

이날 행사에서 창덕궁은 그냥 지나가는 길입니다. 큰 길로 가기엔 너무 밋밋해 창덕궁을 거쳐서 갑니다. 창덕궁엔 요즘 모란이 한창이고, 곧 작약도 피어날 겁니다.

 

 

창덕궁에서 춘당지 가는 길에서 본 창경궁

 

저는 창덕궁에서 춘당지로 곧장 갑니다. 이 길도 풍경이 좋습니다. 왕비가 살았던 통명전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하나 찍고 춘당지로 향합니다.

 

 

꽃마리입니다. 보일듯 말듯한 작은 꽃입니다. 

 

가는 길에 풀섶에는 꽃마리가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꽃마리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만큼 작은 꽃입니다. 이 꽃이 꽃마리임을 알게 되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꽃마리가 있는지 알게 됩니다.

 

 

봄꽃이 가득 핀 창경궁 춘당지

 

드디어 춘당지입니다. 그런데 웬일인가요. 제법 많이 살던 원앙이 한 마리도 안 보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늘에 앉아 영산홍이 가득한 신록의 춘당지를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일요일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붐벼 마음마저 부산했지만요..

 

 

창경궁 대온실

 

춘당지를 떠나 대신 창덕궁으로 통하는 문이지만 보통은 닫혀 있어 인적이 뜸한 영춘문에 자리잡고 창경궁 대온실 앞 풍경을 즐겼습니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바뀌어가는 숲이 너무나 평화롭습니다.

 

 

은방울꽃

 

둥굴레꽃

 

 

춘당지에서 정문인 홍화문으로 나오는 길 옆에는 은방울꽃이 한창이었습니다. 대표적인 독초지만, 작고 앙증맞은 흰 방울이 예쁜 꽃입니다. 옆으로는 둥굴레꽃도 한창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마로니에공원

 

마로니에 공원에 있는 커다란 마로니에

 

마로니에 공원으로 갔습니다. 아르코미술관 앞 커다란 마로니에 나무는 한가득 꽃송이를 이고 있지만, 아직 활짝 피어나지 않아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봄날 이곳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아르코미술관 입구 계단에서 본 마로니에 공원

 

저는 캔맥주 하나를 사서 마르코미술관 입구 계단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곳에서도 커다란 마로니에 나무가 보입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자리도 있지만, 그곳은 이미 다른 이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 이곳에 자리잡았습니다.

 

올해 이곳을 찾은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공원을 나서 마로니에 공원 뒷길을 따라 종로5가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이 길은 저의 중학교 통학로이기도 해, 풍경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그때를 추억하면서 걸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에 소주 한잔을 마시고 오랜만에 봄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술에 취해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2021년 4월 25일 일요일 여행

2021년 4월 29일 입력

 

풀소리 최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