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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인가요. 모처럼 시간이 맞아 양평으로 바람을 쏘이러 가기로 했습니다. 갈 곳을 찾다가 "수종사 어때?"하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나도 수종사 가고 싶었는데~"라는 답변이 바로 왔습니다. 뭔가 통했습니다. 4월 24일 토요일 전철을 타고 긴 여행을 거쳐 운길산역에 도착했습니다. 배가 고파 역 근처 식당 풍경에서 아점을 먹었습니다. 풍경은 매우 유명한 식당이지만 아점으로 먹은 육개장은 다른 식당에 비해 조금 좋다는 정도였지만, 주인장은 무척 친절했습니다.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입니다. 오른쪽 볼록한 봉우리 밑 약간 빈듯한 공간에 수종사가 있습니다.

 

밥을 먹고 마을길을 지나 논 가운데 난 아주 옛 추억이 묻어나는 시골길을 거쳐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가는 길목에 옷나무를 키우는 곳이 몇 곳 있었습니다. 옷순이 두릅만큼 자란 것을 보니 지금이 딱 옷순을 먹는 철인가 봅니다. 

 

 

운길산을 오르면서 본 한강. 양수리에서 남한강 북한강 물이 합하여 한강을 이뤄 서해로 흘러갑니다.

 

운길산 오르는 길에서 도마뱀도 만났습니다.

 

평소에 만나기 힘든 매화말발도리도 바위 틈에 피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산철쭉이 한창 피어나고 이었습니다.

 

제 계획은 운길산 중턱에서 수종사로 직접 가는 거였습니다. 같이 가신 분이 정상까지 가고 싶은 눈길을 진하게 보냈습니다. 어쩌겠습니다. 옛말에 죽은 돼지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을 못 들어주겠습니다. 그것도 멋진 분의 소원을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말이 그렇지 정상을 오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가지고 간 스틱 덕분에 조금은 수월한 것 같았습니다. 능선에서 수종사로 내려오는 길은 계곡으로 주변 풍경은 별로였습니다. 그래도 내려가는 건 오르는 것보다 수월했습니다.

 

 

수종사 가는 길에서 본 연두빛 풍경.

 

운길사 입구 해탈문. 저 계단을 오르면 해탈이 될 지도 모릅니다. 욕구를 모두 버린 해탈이 꼭 좋은지는 의문이지만요~ ㅎ

 

운길사가 가까워지면서 숲에는 느티나무가 늘어갑니다. 느티나무가 있다는 건 절이 가깝다는 표식이기도 합니다. 깊은 산속에서 혹시 느티나무를 만난다면 그곳은 언젠가 절이 있던 곳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운길사는 전망이 정말 좋은 절이라서 기대를 하고 해탈문 계단을 오릅니다. 욕구로부터 해방된 것이 해탈이라고 하는데, 과연 욕구를 모두 버린 것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ㅎ

 

 

운길사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한강 풍경입니다.

 

수종사 풍경입니다. 수종사는 산 중턱에 있어서 전체 모습을 찍기 어렵습니다.

 

죄가 많은 세조 임금이 하사했다는 500년 넘은 은행나무는 그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 장엄하기만 합니다.

 

수종사에서 남들이 잘 안 가는 길인 송촌리 방향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이곳은 한음 이덕형이 살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 마을 앞 강변에는 물의 정원이라는 이름의 공원이 있는데, 제법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물의 정원에는 버드나무 꽃씨가 날려 마치 눈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봄날 눈 속에서 핀 봄꽃처럼 가장해보았습니다.

 

'못가에 돋은 풀들이 봄꿈에서 깨기도 전에, 섬돌 앞 오동나무 잎 벌써 가을소리로구나' 저는 올 한해 일을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민들레는 이미 씨앗을 날리며 한해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강가에는 텃새화 된 오리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강변 그늘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술을 한잔 했습니다. 같이 간 분이 "요 앞에 오리가 왔으면 좋겠어."라고 했는데, 정말 오리 한쌍이 왔습니다. 금방 날아갔지만 운 좋게 날아가는 오리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멋진 버드나무와 외로운 조각배가 묶여있는 물의 정원 풍경.

 

모처럼 산행과 긴 걷기였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간직할 추억을 만들었기에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2021년 4월 24일(금) 여행

2021년 4월 28일(수) 기록

 

풀소리 최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