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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눈 내린 서오릉

풀소리 2020. 12. 13. 23:40

 

첫눈이 오는 날 서오릉에 갔습니다. 9시가 갓 넘어 문을 열자마자 들어갔습니다. 새벽부터 내린 눈이 곱게 덮인 서오릉. 눈 덮인 서오릉은 참 오랜만에 갔습니다.

 

 

눈 덮인 숙종의 명릉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숙종의 명릉이 보입니다. 잔디밭에 들어갈 수 없게 해서 길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숙종 임금을 생각하면 제 개인적으로는 답답하지만 오늘은 그냥 자연만 보기로 했습니다.

 

 

명릉에서 경릉 가는 방향의 키 큰 나무가 있는 길

 

 

서오릉을 한 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익릉 쪽이 아니라 곧장 걷기로 했습니다. 위의 사진 오른쪽은 예전에 연지가 있던 곳이었답니다. 연못을 메웠어도 물기가 많아 지금도 오리나무와 같은 물을 좋아하는 나무들이 많답니다. 길가에도 몇 그루 있습니다. 입을 모두 떨군 키 높은 활엽수에 눈이 덮이니 이 또한 아름다웠습니다.

 

 

 

 

세조의 맏아들 의경세자와 여장부 인수대비가 묻혀있는 경릉. 의경세자의 릉은 세자묘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의경세자와 인수대비의 릉인 경릉입니다. 세조의 맏아들 의경세자는 세자 시절에 죽어서 세자묘로 조성되었기 때문에 석물이 간출합니다. 흰눈이 덮인 능역을 보니 간출한 석물이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장희빈의 대빈묘. 실제로는 온화한 성품이었는 것 같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독살스러운 요녀로 기억하고 있다.

 

 

장희빈의 대빈묘에 들렀습니다. 장희빈의 아들 경종 임금은 아주 잘생긴 얼굴에 성격도 참 좋았다고 합니다. 살아서 어머니 장희빈을 왕비로 다시 복권시킬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장희빈이나 경종에 대한 음해는 예전뿐만이 아니라 지금 사람들도 여전합니다. 그래서 정쟁에 악착같이 이기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영조의 왕비 정성왕후 서씨의 홍릉. 괴팍한 영조에 의해 실질적으로 소박을 당했던 불행한 여인이다.

 

정성왕후 서씨의 홍릉에 갔을 때는 다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괴팍한 남편 영조를 만나 평생 소박을 받았던 비극적인 여인입니다. 성품이 훌륭했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영조는 그래도 미안했는지 무덤 옆에 자신이 묻힐 자리를 만들어놨습니다. 그러나 끝내 여기 묻히지 못해 오른쪽(앞에서 보면 왼쪽)이 비어 있습니다.

 

 

세조 임금의 둘째 아들 예종 임금의 능 창릉. 이 릉 때문에 지금 창릉천 이름이 생겼다.

 

 

출입구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예종 임금의 릉 창릉입니다. 창릉 때문에 덕수천이 창릉천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예종은 세조 임금의 둘째 아들입니다. 아버지의 악업 때문인지 20세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죽었습니다.

 

 

 

 

사철 아름다운 서어나무길. 꽃 피는 봄날에는 마스크 없이 걸을 수 있을까?

 

 

창릉에서 돌아오는 길은 서어나무길입니다. 이 길은 제가 참 좋아하는 길입니다. 봄이 오면 커다란 서어나무숲 사이로 진달래가 군데군데 피어납니다.

 

 

서어나무길 곳곳에 이런 벤치가 새로 놓여 다. 저 의자에서 근심 없이 따뜻하게 쉬는 꿈을 꾼다.

 

 

서어나무숲길 군데군데에는 저런 벤치가 새로 놓였습니다. 따뜻한 봄날 벤치에 오래도록 쉬는 꿈을 꿉니다. 물론 코로나가 물러나 마스크 없이요..

 

서어나무길이 끝나면 소나무길입니다. 심은지 20년 된 소나무숲이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2020년 12월 13

 

최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