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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참고 : '꼬인다'는 꾀이다의 옛(?) 표현입니다. '꼬신다'와 같은 뜻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표준어 원형은 '꾀이다'라고 합니다.)
지난 9월 11일(금) 저녁에 홍천 내면 솔무치로 귀농한 친구 집에 갔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동네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낡아 언제 쓰러질 지 모르는 외딴 집 한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이 집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정면이 집의 뒷부분입니다.
사진을 찍는 제가 바라보는 게 남남서 쯤 되니, 집 주인은 남쪽을 바라보고 집을 지은 듯합니다.
완전이 남향으로 짓자니 풍경이 아무래도 답답했겠죠.
저는 이 집을 지은 이가 궁금했습니다.
혹시 막 결혼하는 아들을 위해 지어준 새집이 아니었을까요?
문득 김상용의 시가 생각나기도 했고요.
지금은 고냉지작물로 부자마을이지만, 예전에는 옥수수 감자나 심는 가난한 산골 화전마을이었을 겁니다.
가난해도 삶은 이어지지요.
척박한 곳에서도 결혼을 하고, 인생을 시작한다는 건 화창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벅찬 일이죠.
저는 그냥 상상을 해봤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의 결혼을 축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그리고 이곳에서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던 신혼부부의 단꿈을요..
아이들이 태어나고, 또 자라고..
집 앞뜰과 뒷뜰에는 꽃들이 가득했겠지요..
봄이면 흰꽃이 가득 피는 돌배나무도 한 그루 심고요..
세월이 흘러 이곳을 떠난 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요?
사람이 떠나고도 여러 해 동안 앞뜰 뒷뚤에 심어 놓은 꽃들은 주인 없이 피고 졌겠죠..
우거진 풀들에 눌려 꽃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그러다 풀섶에 완전히 묻히고..
집도 이제는 다 허물어져 가네요..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
새벽녁 제게 많은 상념을 주었습니다..
2020년 9월 29일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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