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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정
강화도 월곳에 있는 연미정은 틈이 나면 종종 들르는 곳입니다.
연미정(燕尾亭)이라는 이름에서 보이듯이 물길이 제비 꼬리처럼 갈리지는 곳에 위치한 정자입니다.
한강이 임진강과 만나 할아버지강 조강(祖江)이 되고, 김포를 지나 강화도를 사이에 두고 본류는 서해로 직진하고, 한 줄기는 김포와 강화 사이의 좁은 강 염하(鹽河)로 흘러듭니다. 자연 연미정이 있는 월곳에서 물길이 갈리는데, 갈리는 모습이 제비 꼬리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연미정에서 바라본 북한지역. 물 빠진 조강 너머로 북한지역이 훤히 보입니다. 가운데 희미하게 보이는 높은 산이 개성 송악산입니다.
제가 연미정을 자주 찾는 이유는 우선 조망이 시원하기 때문입니다.
날이 좋으면 북한지역이 훤히 보이고, 개성 송악산도 보입니다.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혹한기에는 썰물을 따라 한강과 임진강에서 유빙들이 떠내려와 장관을 이룹니다. 겨울에는 일부러 썰물 물때를 맞춰 옵니다.
그리고 연미정 주차장에 있는 할머니식당의 밥맛이 그리워 찾기도 합니다. 사람이 오면 그때서야 밥을 앉혀 햇밥을 먹을 수 있는데, 손수 가꾼 재료로 만든 백반 맛이 참 좋습니다.
월곳 포구를 지키던 조해루
연미정이 있는 월곳돈대에 오르기 전 이런 커다란 문이 나타납니다. 이름은 조해루(朝海樓)입니다.
이런 외진 곳에 이렇게 장대한 성문이 필요할까? 사실 이곳은 조선에서 아주 중요한 포고 월곳나루가 있던 곳입니다.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등지에서 모인 세곡선이 이곳에 집결하였다가 밀물이 되어 물길이 바뀌면 일제히 배를 띄어 한양 마포나루로 향했다고 합니다.
배를 띄우면 순식간에 한양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 전투가 한창 진행될 때 조선 수군들은 이곳에 집결해 있었습니다. 조선 수군이 밀물을 타고 행주에 상륙했다면 조선군은 보다 수월하게 전투를 치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도 죽음의 전장으로 달려가지 않았습니다. 이때 80세 노장군 충청수사 정걸 장군이 "나는 살만큼 살았으니 무기라도 달라. 내가 행주로 가겠다."고 외칩니다. 정걸 장군은 큰 배 두 척에 무기를 잔뜩 싣고 행주로 향합니다. 그 모습을 본 조선군은 이내 함성을 질렀고, 왜군은 사기가 꺾여 퇴각합니다.
월곳돈대
이제 연미정이 있는 월곳돈대로 올라갑니다. 숙종은 북방의 외적이 처들어왔을 때 수비하기 좋아 전략적으로 중요한 강화도 해안에 52개의 돈대를 쌓습니다. 월곳돈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여담으로 말하면 돈대 축성은 사실 숙종의 할아버지 효종 때부터 추진하던 북절정책을 포기한 선인입니다. 현실에 안주해서 쳐들어오는 적이나 막겠다는 것이죠. 기득권 서인 노론을 중심으로 한 그럴싸한 논리에 따라 우선 외적 침법을 대비한 단도리부터 하자는 것으로 포장했지만 말이죠. 북벌을 하려면 수비보다는 공격을 준비해야 했는데, 윤휴가 주장한 공격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았거든요.
연미정
암튼 돈대 안으로 올라가면 멋진 정자 연미정이 나타납니다. 이곳은 1627년(인조 5) 정묘호란 때 청나라의 전신 후금의 침략으로 후금과 형제의 맹약을 맺었던 또 다른 치욕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실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저 아름다운 정자이고, 좋은 풍광입니다.
연미정에서 바라본 북한 풍경
연미정을 보았으면 이제는 북녘땅을 볼 차례입니다.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은 곳. 그러나 이제 분단 70년이 넘어 갈 수 없는 곳입니다. 산하만 끊어진 것이 아니라 산하가 끊어지니 민족의 자주성도 지키기 어렵습니다. 외세는 우리의 분단을 이용하기가 너무 쉽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곳에 오면 늘 한참 동안 저 곳을 바라봅닙니다.
김포 월곶반도와 유도
이제 눈을 돌려 상류 쪽을 바라보면 유도(留島)가 나타납니다. 예전에 장마 때 북에서 소 한 마리가 떠내려와 살았던 곳이고, 얼마 전 어떤 탈북민이 거꾸로 이곳 월곳에서 수영을 해서 저 곳을 통해 북으로 건너갔다는 곳입니다.
한겨울 추위가 절정일 때 썰물 때면 저곳에서 유빙이 한없이 내려옵니다.
연미정에서 바라본 문수산성
이제 눈을 돌려 염하 쪽을 볼까요.
염하 건너편에 문수산성이 보입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사가 저곳에서 뗏목을 타고 지금 강화대교가 있는 갑곳나루로 쳐들어왔다고 하죠. 암튼 문수산성 정상에서는 북한지역이 좀 더 잘 보입니다.
연미정에 자주 가보셨던 분이라면 위의 연미정 사진을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맞습니다. 느티나무 거목 한 그루가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9월에 온 태풍 링링 때 저 거대한 느티나무가 밑둥채 잘려나갔습니다.
연미정 주차장 옆 할머니집의 밥 하는 시간이 약 15분 됩니다. 보통 할머니집에서 밥을 시켜놓고 올라오기 때문에 제가 연미정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15분 이내입니다. 이제 밥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ㅎ
2020년 9월 2일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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