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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

허전을 채우는 술

풀소리 2017. 8. 9. 13:17

말이 많아지고,

술은 마른 논에 물 들어가듯 술술 들어갔지만

허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어제 「자주관리기업의 현황과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다.

운수산업노조추진준비위원회에서 주최하고 운수노동정책연구소와 우리 민주버스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여기서 난 2명의 주발제자 중 한명이었다. 여러 쟁쟁한 교수들과 자주관리기업 3사가 모두 참석한 행사였다. 참석자 누구나 ‘성공적’이었다고 할 만큼 의외의 성과를 낸 토론회였다.

 


 

 

그럼에도 우진교통 대표와 노조(지부) 대표의 발언은 나의 가슴을 후벼 팠다.

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른바 ‘우진교통 사태’의 중심에 있었다. 내 아무리 ‘나’를 변호할 충분한 ‘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아무리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내게 또는 민주버스에 ‘적의’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론회 주제와 별개인 그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참으로 의외였다. 더욱이 사실관계를 완전히 왜곡해서 말이다.

그들은 민주버스가 지나치게 경영에 ‘간섭’했고, 마치 그룹사가 계열사 다르듯이 했다고 한다. 부글부글 끓었지만 참아야지. 참아야하겠지...


2005년 1월 20일 자주관리기업이 출범하고, 2005년 내내 민주버스는 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에 간섭한 일이 전혀 없다. 심지어 민주버스 중앙(본조)이 가지고 있는 ‘교섭권’과 ‘체결권’을 모두 지부와 경영관리단에 위임했다. 경영관련하여 보고를 요구한 적도 없다. 우진교통에서 요구하지 않는 한 지부를 방문하지도 않았다. 최대한 자율을 보장했다. 그런데도 지나치게 경영에 ‘간섭’했다고 한다.


토론회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다. 더욱이 발제내용을 보면 모든 것을 미화하는 데 급급하다. 2005년 8월부터 조합비(의무금)을 납부하지 않은 자금은 조합원 복지자금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성과'로 자랑한다.


우리는 현재의 문제를 드러내놓고 문제의 해결지점을 찾고자 토론회를 했는데, 모든 게 잘되고 있단다. 문제가 있다면 민주버스가 잘못해서 조직이 ‘분열’돼 있는 것이라면서...


우진교통은 민주노총 지역본부 사무처장 출신인 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노조의 핵심 간부들이 그런 대표를 ‘성역’이니 ‘금지된 영역’이니 한다. 민주버스가 그런 성역을 건드렸기 때문에 잘못이라는... 제길. 운동이 아무리 대의를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대놓고 ‘성역’이 뭐란 말인가.

 

그들이 그렇게 가는 것에 대하여 분노하면서도, 그들이 ‘분노의 대상’이 된 것 또한 ‘나’를 포함한 ‘조직(노조)’의 책임이라는 걸 생각할 때 일방적으로 마냥 비난만 할 수도 없다. 스스로 해야 할 반성이 비난할 수위만큼이나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점점 망하는 길로 가고 있는 그들을 볼 때 무기력하고 아린 책임감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사랑은 쓸쓸한 것’이라고 양희은은 노래했지...

마시고, 허툰 말을 쏟아내고, 헛웃음을 흘리면서 텅 빈 가슴을 채우고 또 채운다.

 

 

 

<2006. 7. 2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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