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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선생이 강진에 도착했던 날은 1801년(순조 1) 음력 11월 22일 또는 23일이었습니다. 나주 율정에서 출발한 날이 11월 21일이었으니까요. 그날은 눈발이 날렸었다고도 합니다. 다산 선생 집안은 한 때 매우 잘나가는 집안이었습니다. 다산 선생도 병조 참지나 승지 등 요직을 역임했고요. 다산 선생을 아낀 정조 임금은 다산 선생을 장래 정승감으로 점찍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조 임금이 갑자기 승하하면서 다산 집안은 멸문에 가까운 탄압을 받게 됩니다. 셋째 형과 형수, 그 조카들, 매형 등이 사형 당합니다. 그리고 조카사위인 황사영이 백서 사건으로 사형을 받습니다. 다산 선생은 졸지에 대역죄인이 되었습니다.
낯선 유배지. 어느 누구도 대역죄인 사상범을 집에 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동문안에서 주막을 하고 있던 주모가 다산 선생을 거둡니다. 언제나 약자를 감싸는 건 약자 자신인가 봅니다. 주모에 대한 고마움 때문인지 복원된 사의재 마당엔 주모상을 세워놓았습니다.
다산 선생은 초라한 주막 방 한 칸에서 유배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방의 이름을 「사의재(四宜齋)」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집 이름을 정한 날은 1803년(순조 3) 12월 10일입니다. 이날은 마침 동지날이니 다음해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다산 선생은 집 이름을 짓고는 왜 그렇게 이름 지었는지 기록으로 남겨놓았습니다.
「사의재기(四宜齋記)」
사의재(四宜齋)라는 것은 내가 강진(康津)에 귀양가 살 때 거처하던 집이다.
생각은 마땅히 담백해야 하니 담백하지 않은 바가 있으면 그것을 빨리 맑게 해야 하고, 외모는 마땅히 장엄해야 하니 장엄하지 않은 바가 있으면 그것을 빨리 단정히 해야 하고, 말은 마땅히 적어야 하니 적지 않은 바가 있으면 빨리 그쳐야 하고, 움직임은 마땅히 무거워야 하니 무겁지 않음이 있으면 빨리 더디게 해야 한다.
이에 그 방에 이름을 붙여 ‘사의재(四宜齋)’라고 한다. 마땅하다[宜]라는 것은 의롭다[義]라는 것이니, 의로 제어함을 이른다. 연령이 많아짐을 생각할 때 뜻한 바 학업이 무너져 버린 것이 슬퍼진다. 스스로 반성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때는 가경(嘉慶 청 인종(淸仁宗)의 연호) 8년 (1803, 순조 3) 겨울 12월 신축일 초열흘임. 동짓날[南至日]이니, 갑자년(1804, 순조 4)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날《주역(周易)》건괘(乾卦)를 읽었다.
대역죄인으로 몰렸지만 다산 선생은 마음을 더욱 더 다잡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보면 예전엔 동지를 기준으로 해가 바뀐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해가 가장 짧아졌다 막 길어지기 시작하는 때이니 새로운 시작으로 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사의재로 가는 곳을 저잣거리로 복원해놓았습니다. 문 이름은 청조루입니다. 입구에 책 읽는 다산 선생 상을 세워놓았는데 뭔가 어색합니다. 다산 선생은 요즘 기준으로 꽃미남 스타일이었다고 하는데, 동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복원된 저잣거리입니다. 커다란 나무 뒤 동문샘이 있는데, 그곳에서 왼쪽으로 틀면 사의재가 나옵니다.
동문샘입니다. 아마도 식수와 빨래 등 생활용수로 쓰였나봅니다. 이곳에서 좌회전하면 사의재가 나옵니다.
드디어 사의재입니다. 사의재 안에서는 주막답게 지금도 약간의 안주와 술을 팔고 있습니다.
2021. 9. 3. 여행
2022. 1. 14. 기록
풀소리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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