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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2020. 5. 20.) 휴가를 내고 어디를 갈까 하다가 파주 연천 일대를 돌기로 했습니다.

마침 공기는 한없이 맑았고, 햇살은 투명했습니다.

 

벽초지수목원을 들러 임진각에서 점심을 먹고, 반구정을 들렀다가 시간이 더 남아서 연천 호로고루를 다녀오려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호로고루는 옛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 가본 곳이었습니다. 이름도 이국적이어서 더욱 궁금했습니다. 순 우리말인지 알았는데 한자더라구요. 호로고루(瓠蘆古壘) 표주박 '호' 갈대 '로' 옛 '고' 성 '루'. 풀이하면 호로에 있는 옛 성이라는 뜻입니다. 고구려 사람들은 이곳 임진강을 호로하(瓠蘆河)라고 불렀다죠.

 

지도를 검색해보니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고랑포 신라 경순왕릉 근처에 있었으니까요. 뭔가 신기할 것 같아 찾아갔는데, 와우!!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넓은 들판에 가득 심어진 청보리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선 성채가 너무나 멋있었습니다.

 

 

홍보관에서 바라본 호로고루

 

 

좁지 않은 주차장엔 차량이 제법 많았습니다. 평일임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은 가 봅니다. 주차장 바로 위에 호로고루 홍보관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현재 휴관 중입니다. 홍보관에서 호로고루를 바라보니 청보리밭 사이로 우뚝한 성채가 솟아 있었습니다.

 

 

 

 

 

 

청보리밭 풍경이 아름다워 이쪽 저쪽을 찍어봤습니다.

 

 

 

멀리리서 본 호로고루. 왼쪽 조금 높은 부분이 장대고, 밑의 구조물이 치랍니다.

 

 

아무것도 심지 않은 밭입니다. 아마도 가을에 오는 분들을 위해 코스모스를 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호로고루는 높이 약 10m, 밑면 넓이 약 40m, 길이 90여m에 이르는 커다란 성채입니다. 멀리서 보면 평지에 우뚝 솟은 동산처럼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호로고루를 '재미산'이라고 불렀답니다.

 

원래 고구려 성이었는데, 고구려가 멸망한 다음에는 당나라와 신라와의 전쟁인 나당전쟁에서 승리한 신라가 차지해 사용했다고 합니다. 신라가 차지했을 때는 오랜 전란으로 성벽이 많이 무너져 신라 군사들이 기존 고구려 성벽에 덧대서 성을 쌓았다고 합니다. 재밌는 것은 고구려 때 쌓은 성벽의 돌들은 이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무암이 95% 정도인데, 신라 군사들이 쌓은 성벽 돌은 대부분 멀리서 가지고 온 편마암이라고 합니다. 현무암은 돌이 단단하여 다듬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곳을 오랫동안 지배하던 고구려의 석공들은 이미 현무암을 다듬는 기술을 터득하였는데, 갑자기 점령하여 경험이 없는 신라 석공들은 현무암을 다듬는 기술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멀리서 다루기 쉬운 편마암을 가져다 쌓았다고 합니다.

 

 

 

성벽 오르는 계단 옆에는 엉겅퀴가 예쁘게 피어나고 있고, 나비도 한 마리 날아와 있습니다.

 

 

성 위에서 바라본 풍경1. 날씨가 좋아 멀리 적성 감악산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성위에서 바라본 풍경2. 옆에 있는 강이 임진강입니다. 휘어져 나가 흰 건물이 살짝 보이는 곳이 고랑포구입니다.

 

 

성 위에서 보면 이곳이 정말 요새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성 안에 해당하는 서쪽 부분은 삼각형 형태인데, 남쪽과 북쪽이 모두 수직에 가까운 현무암 절벽입니다. 고랑포구에는 고랑포구역사공원이 있는데, 지금은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전시관은 휴관한 상태입니다. 한국 전쟁 전 고랑포구는 굉장히 큰 포구고, 도회였다고 합니다. 일제시대 때 인구가 이미 2~3만에 이르러 화신백화점 분점이 있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역사공원에 있는 전시관에는 고랑포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현재 휴관이어서 조금 아쉬었었습니다.

 

청보리가 멋진 호로고루. 청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도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2020. 5. 23.

최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