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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대온실에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너무 늦게 알았다.
더 지체하면 노지 매화가 필 때까지 꽃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점심시간 짬을 내 잠깐 다녀왔다.
곧장 대온실로 갔다.
아쁠싸 매화가 다 졌구나..
가까이 가 보니 한 송이가 아직 싱싱하게 피어 있었다.
마치 나를 기다리는 듯이 말이다.
보름달 뜨는데 매화는 지네
- 박제가
창 아래엔 늘어진 매화가지
창 밖엔 떠오르는 둥근 달
맑은 달빛 빈 가지 비추니
시든 꽃 다시 피어나는 듯
梅落月盈
牎下數枝梅
牎前一輪月
淸光入空査
似續殘花發
박제가는 매화가 다 지고 있는 게 아쉬웠나 보다.
마침 둥근 달이 떠올라 달빛에 비친 시든 매화꽃 송이가 새로 피어난 것처럼 보이니 얼마나 좋았을까..
나도 박제가처럼 느끼려면 달밤에 다시 와야 하나?
그래도 한 송이 옥매화를 본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매화를 보고 나니 많은 꽃들이 보였다.
겨울꽃 동백도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명자꽃도 아름답게 피어나고..
봄의 또 다른 상징 영춘화도 예쁘게 피어 있었다.
봄이 오는 걸까.
춘당지 버들은 물이 오르기 시작하나 보다.
늘어진 버들가지의 색이 조금 화사해졌다.
춘당지 섬 가까이에는 원앙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잉어들도 여전히 사람을 따르고..
그래도 아직은 겨울이다.
건너편 응달 쪽으로는 얼음이 여전하다..
..
화사한 꽃이 피는 봄날은.. 오겠지..
2020. 01. 24.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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