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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달 진보블로거 산행모임에 꼭 함께 가고 싶었다.
산행 후기들을 읽으니 더욱 아쉽다.
아직 낯가림이 남아있는 난 새로운 모임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도 진보블로거들에게는 쉽게 적응할 것 같다.
산행팀에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산오리도 있으니 이참에 끼어보려고 했는데, 아내의 1박2일 수련회와 겹쳤다. 모처럼 가는 아내의 수련회인지라, 더욱이 지역에서 수련회를 열기에 아이와 함께 그리로 가기로 했다.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경기북부협의회 분회활동가 수련회」 긴 이름의 수련회다. 아내는 분회장이고 활동사례 발표자로 선정되었으므로 당연히 참가해야 했다.
3층 창문밖으로 날 불러낸 산벚
2
오후 4시까지 가야 한다고 해 버스 타고, 택시 타고 가까스로 4시까지 도착하니 수련회장은 썰렁하다. 원래 5시인데, 준비하라고 일찍 오라고 하였다나...
아이와 함께 옆에 있는 승마장에서 말구경도 하고 이리저리 다니다보니 놀이방 선생님이 오셨다. 아이는 어느새 놀이방 선생님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놀이방 선생님을 따라 즐겁게 노는 아이들
행사 준비를 돕다 밖을 보니 3층 창너머로 벚꽃이 한창이다. 그 너머로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뛰어놀고 있다. 나는 카메라를 챙겨들고 아이들 있는 곳으로 갔다. 아이들은 나이차가 많이 나는 것 같은데도 서로 잘 어울려 논다. 선생님이 잘하셔서겠지만 말이다. 아이들 사진을 많이 찍으려던 생각을 바꿨다. 선생님이 내가 옆에 있는 게 신경이 쓰이나 보다.
초록빛 오리나무 이파리와 뒤섞인 산벚
이왕 나온 김에 금정굴로 방향을 잡았다. 오르는 길에는 진달래가 한창이고, 벚꽃은 이제 막 피어나는 것에서부터 흐드러지게 핀 것까지 꽃천지를 만들고 있다. 떡갈나무는 이제 새순을 내놓고 있지만 오리나무는 이미 잎새가 제법 크고, 초록의 그늘을 만든다. 초록과 어우러진 벚꽃은 또 다른 시원한 맛을 낸다.
금정굴 현장/ 아래 프른 천막 밑이 아직도 시신들이 뭍혀있는 수직굴이다.
3.
사진 몇 장 찍으니 금정굴이다. 살육. 광기어린 살육의 현장이다. 금정굴은 불과 고개마루에서 30M 높이의 언덕 정상에 나 있는 수직갱이다. 일제시대때 금 채굴을 위해 팠던 굴이라 얻은 보통명사가 고유명사가 된 굴이다. 금정굴은 또한 한국전쟁 때 치안부재 상황을 이용해 경찰들이 부역자(?) 가족들을 약 400-2,000명(추정)을 처형해 매장한 아픔의 현장이기도 하다. 금정굴 홈페이지(바로가기)
시신들이 쌓여있는 서울대병원/ 금정굴에는 아직도 얼마나 많은 유골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여기서 죽은이들은 세상이 바뀌어도 크게 두려울 게 없는 순박한 사람들이었다는 게 증언자들의 말이다. 인공치하에서 경찰 등이 문제삼을 만한 사람들은 이미 북으로 넘어간 이후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 두릅으로 묶여서 즉결처분 후 수직갱 밑으로 내던져졌다. 반백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죽인이들은 유지행세를 하며 살고, 죽은이들의 가족들은 모습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이조차 여의도 날바닥에서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외쳐야 하는 게 오늘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4.
분회활동가수련회는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성황이다. 미우니고우니 해도 민주노동당에 대한 애정은 아직도 높기만 한가보다. 덕분에 모처럼 재미있게 교육도 받고, 뒷풀이에 정담도 나눴다.
성황을 이룬 수련회 참가자
가까운 고양시나 파주시에서 당원들은 밤새 거의 다 도망가고, 아침에 남은 이들은 대부분 멀리 의정부, 구리시에서 온 당원들이다. 남아 있는 당원들이라도 해장국은 먹어야지. 난 사람들을 인솔하여 금정굴을 넘어 도보로 식당으로 함께 갔다.
<2005. 4. 2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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