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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글쓰기가 싫다 (?)

 

 

이 글은 서른즈음에님의 [요새는 글쓰기가 싫다.]와 관련된 글입니다. 서른즈음에님의 글에 대한 반론이기보다는 논의를 심화시키기 위해 비판적으로 접근한 글입니다.

 

<들어가며>

 

  어제 화정분회 모임이 있었다. 낮에 서른즈음에님의 [요새는 글쓰기가 싫다.]라는 글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뭔가 글을 써야 할 것 같은데, 노동조합 일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퇴근길에 화정에 다 와서 선배님에게 전화를 했다. '화정분회에 오시면 저도 참석하겠습니다' 하고. 분회모임에서 많은 얘기를 나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얼굴이라도 보자는 취지였다. 결국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지만, 전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이유는 다음으로 미루자.

 

<이 글을 쓰는 이유>

 

  먼저 서른즈음에님의 '밑천이 딸린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선배님 글을 계속 보아온 사람 중에 누가 동의하겠는가. 다만 북핵과 관련하여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참고로 김진환 통일연구원은 북미 핵공방이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정세를 계속적으로 규정할 것이라고 하였다.) 문제로 뭔가 의견을 피력해야 할 것 같다. 그것도 단순히 '북핵'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남한의 민주주의 운동, 노동운동, 계급운동과 맞물려 있는 부분으로 조금 더 확대하여 의견을 피력해야 할 것 같다.


 

 

 

 

<북한의 핵보유선언에 대한 문제제기>

 

  북한의 핵보유선언에 대하여 진보주의자로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이며, 어떤 실천활동을 할 것인가는 '핵' 자체와 그로 인해 파생될 동아시아의 군비경쟁 등과 맞물려 중요하고도 무거운 주제이다.

 

  사실 서른즈음에님이 지적한 대로 답은 나와 있다. 서른즈음에님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프로세스나 남북의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미제를 압박하는 반제역량의 강화가 주방향임은 분명하다. 요지는 우리가 모든 종류의 핵무장에 반대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압도적인 책임이 미제에 있다는 점을 빼뜨려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절대 동의한다. 우리는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 평화프로세스를 추구하고, 군축을 추구해야 한다. 물론 한반도의 긴장을 야기시키는 주범인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책임추궁과 나아가 미군철수를 포함한 간섭배제를 요구하고 그 실현을 위해 투쟁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에 북에서는 '남북 군축'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달리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민주노총 통일위원회에서 나온 얘기다.)

 

  내가 제기하는 문제는 '당이 그러한 원칙을 가지고 북한 핵보유 선언에 대응했는가'에 있다. 당 내에는 북핵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지지 옹호하는 당원들이 의외로 많다. 지도부와 NL계열 당원들을 중심으로 한 북핵 옹호에 대하여 찬성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들과 투쟁하면서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진환의 발제와 포럼에 대하여>

 

  나도 물론 고양시위원회 정치포럼에서의 김진환의 발제가 돋보였다는 데 대하여 찬성한다. 북한 전문가답게 북한의 핵보유 선언인 이른바 2월 11일 '외무성 성명'이 나오기까지 사실관계와 배경에 대하여 짧은 시간에 당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였다.

 

  그럼에도 나는 의문점을 가졌던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보유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넘어 '민주노동당과 당원들은 어떤 방침과 요구로 실천투쟁에 임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없었다는 점이다. 즉, 김진환이 북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과, 최소한 진보주의자의 올바른 태도와 실천에 중점을 두기보다 '정치공학'에 지나치게 중점을 두고 있지 않은가 하는 판단을 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다른 발제자들도 모두 고마우리만큼 성실하게 발제하였고 질의에 답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당원들이 걱정할 정도로 예각화한 정파적 대립에 비해 지극히 다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북한 핵보유에 대하여 상호 차이를 분명히 하거나 의구심에 대하여 질의 및 토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의안 채택에 대하여>

 

  사실 나는 결의안 채택에 찬성하였다.(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북핵관련 결의안 채택의 건) 적어도 '한반도 비핵화 평화프로세스나 남북의 평화공존을 위해'서라면 북한의 외무성 성명에 대하여 남한의 진보정당은 진보정당 다운 결의안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결의안은 서른즈음에님이 지적한대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결의안을 부결시키는 것, 즉, 2월 12일(혹시 11일) 대변인 브리핑(최고위원회 회의결과를 요약 브리핑한 것. 북의 핵보유선언에 대하여 비판적 시각이 부재하다.)을 당의 유효한 결정으로 채택하는 것, 보다는 문제가 있더라도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함께>의 입장 또한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상식과 대립하는 NL에 대하여>

 

  정파에 대하여는 따로 정리하여 답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반딧불님이 진지하게 정파에 대하여 물었다면 누군가는, 적어도 정파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기본적인 의구심 또는 피해의식만을 제기하겠다. 부족하더라도 문제제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지도부가 대부분 'NL' 또는 'NL 경향성(경향성은 동조로 이해하시면 될 듯)'을 가진 사람들이고, 그들의 오류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상의 편향성으로부터 나오지 않는가 하는 판단 때문이다.

 

  당원들이나 상식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은 지난해의 이른바 '국보법 올인'이라든지 이번의 '(대마도를 포함한) 독도 문제', 과도한 민족감정 자극 등을 보면서 '저들은 왜 저럴까' 생각했을 것이다. 도대체 상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대중의 상식만 있어도 저렇게 지지(율)를 까먹지는 않을 텐데' 하고 안타깝게 여기기도 하였다.

 

  NL 진영이 그러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 사고의 중심이 '남'이 아니라 '북'에 있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며, 그 뿌리는 이른바 '민주기지론'에 근거한다고 생각한다.

 

  '민주기지론'에 의거한다면 식민지 남한과 미제의 무력 앞에서 한(조선)반도 혁명을 위해서는 혁명기지로서 북한의 수호가 최우선적인 과제라는 것이다. (물론 성립 초기는 이와 달랐지만) 즉, 한반도의 모든 진보진영은 그 어떤 일보다 '북의 수호'를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평양의 지도성'이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지침'이 되어야 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이러다 보니 남한의 독자적인 혁명역량, 즉 남한 민중에 의한 변혁 역량과 변혁 그 자체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룰 수밖에 없지 않는가 한다.

 

  남한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남한이 미국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우리 민중의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그것은 NL 진영이 주장하는 미제의 식민지논쟁하고는 무관한 것이다. NL 진영의 남한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주장은 남한 자체의 변혁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기보다는 북한의 정당성의 근거를 찾기 위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남한이 (완전한) 미제의 식민지라는 규정에 따라 있지도 않는 민족자본가(미제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보아 미제에 대립하는 자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매고, 그들과 연합을 꿈꾼다. 그들은 다만 있지도 않는 민족자본가를 자유주의적 자본가 진영인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대체하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비판적지지' '2중대' '연합정권' 논란이 그 증거라고 나는 생각한다.(몰론 정파와 관계없이 그들의 의견에 동조한 당원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의 비판은 정파에 한정한다. 정파는 나름대로 연구를 하고 목적의식적으로 실천을 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NL 진영이 출세주의자, 기회주의자들과 원칙과 주저 없이 결합하는 것 또한 북한을 절대 수호할 '민주기지'로 여기는 데서 기인한다고 판단한다면 지나치게 침소봉대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하여는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하겠다.

 

<과제에 대하여>

 

  많은 당원들이 분노하듯이 한편으로 노사정위원회를 열면서 한편으로는 800여명의 노동자들을 폭력으로 연행하였다.

 

  비정규직은 줄어들 기미가 없고, 서민들 생활은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당에서는 비정규철폐투쟁이나 서민생계 대책, 서민 복지 확충을 위한 사업을 뒷전으로 계속 미루는 것 같다.

 

  정말 당이 이대로 좋은가, 민주노총이 이대로 좋은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들 말대로 나름대로, 독자적으로라도 실천을 하면서 말이다.

 

<2005. 4. 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