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매년 1월 중순은 서울을 기준할 때 1년 중 제일 추운 시기입니다. 영하 10도 밑으로 10일 이상 지속되면 한강이 얼어붙습니다. 서해의 높은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밀물은 많을 때에는 마포까지 올라온다고 합니다. 밀물이 올라오면 수위가 올라가면서 추위 속에 꽁꽁 얼어붙은 얼음도 깨지기 마련입니다. 이때 조각난 얼음은 썰물을 타고 하류로 떠내려 갑니다.
썰물이 빠를 때에는 조각난 얼음들이 떼로 흘러가서 마치 빙하가 흐르는 것처럼 장엄한 풍경을 이룹니다. 저는 매년 1월 중순이면 유빙을 보러 강화도 월곶 연미정으로 갑니다. 물론 물때를 맞추면 더욱 좋기에 물때표를 보고 갑니다.
연미정 주차장에 있는 할머니 식당에 백반을 시켜놓고 연미정으로 올랐습니다. 참고로 할머니 식당은 사람이 오면 그때부터 냄비밥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15~20분, 많이 기다릴 때는 30분 쯤 기다려야 하므로 주문하고 연미정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내려오면 얼추 맞습니다. 연미정은 조선 중종 때 명장 황형 장군에게 나라에서 하사한 집터입니다. 황형 장군은 중종 5년(1510년)에 일어난 삼포왜란을 진압한 명장입니다.
연미정이 있는 이곳은 월곶 돈대뿐만 아니라 군사 요충지인 월곶진(月串鎭)이 있던 곳입니다. 이곳 월곶은 한양으로 오가는 배들을 검문할 수 있는 요지였습니다. 한강을 드나는 배들은 이곳에 들러 허가를 맡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물때에 맞춰 한양으로 들어갔습니다. 밀물 때에는 바닷물이 한강 상류로 밀고 올라가므로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곳 월곳진에는 관문인 조해루(潮海樓)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연미정으로 올라갔습니다. 연미정의 커다란 느티나무 중 하나는 태풍으로 꺾이어 하나만 홀로 서 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곳에 멋진 자태로 자리잡은 연미정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민족의 아픈 역사가 깃들여 있습니다. 1627년(인조 5) 정묘호란이 일어납니다. 만주에서 성장한 여진족이 후금을 세우고 조선을 침략했습니다. 후금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던 조선은 이곳에서 후금과 형제의 맹약을 맺고 전쟁을 수습니다. 물론 조선이 동생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끝은 아닙니다. 인구와 물자가 훨씬 풍부했음에도 조선은 이후 준비를 태만히 하여 9년 뒤인 1936년 일어난 병자호란에는 이곳 강화도가 청나라에 의해 함락되었고, 남한산성에 있던 왕은 삼전도로 나와 청나라 황제 앞에 무릎을 꿇고 항복을 하였습니다. 당시 대책없던 서인 집권당은 아무런 전쟁준비 없이 입으로만 전쟁 전쟁을 외쳤습니다.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죽어나는 것은 백성이고요..
연미정에 왔으면 유빙을 보아야죠. 얼른 강이 보이는 성첩으로 달려갔는데, 예상대로 유빙이 별로 없었습니다. 올해 유난히 따뜻한 날씨 때문에 유빙이 적은가 봅니다. 또 하나는 물때가 잘 안 맞아 물살이 빠르지 않았습니다. 보름날이 보통 7물이고, 조수간만의 차는 7물, 8물 때가 가장 높습니다. 제가 갔던 1월 22일은 11물이라 조수간만의 차가 작았기에 물의 흐름이 크지 않았습니다.
연미정 양쪽으로 500년이 더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늠름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왕성하게 자라던 왼쪽 느티나무가 2019년 태풍 링링 때문에 밑둥이 부러졌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밑둥에서 새 가지가 돋아나고 있습니다. 부디 새 가지가 커다란 줄기로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연미정에서 내려와 할머니 식당으로 갔습니다. 할머니는 새밥을 지어 김치찌개, 생선찌개 그리고 밑반찬 등을 정성스럽 차려 내왔습니다. 마침 배가 고팠던 차라 허겁지겁 먹다 보니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배가 불러 사진을 찍을 때에는 이미.. ㅎ 고구마는 할머니가 내준 것입니다.
연미정에서 강화나들길 1코스를 따라 이곳 북문을 거쳐 강화성으로 들어왔습니다. 고려궁지, 용흥궁, 강화성당 등 강화 시내를 두루 구경하고 강화풍물시장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2022. 1. 22. 여행
2022. 1. 24. 기록
풀소리 최경순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시 행주에도 봄까치꽃이 피었습니다. (0) | 2022.02.14 |
---|---|
창경궁 대온실에 매화가 피었습니다 (0) | 2022.02.06 |
강진 김영랑 생가 (0) | 2022.01.18 |
강진 다산초당 그리고 백련사 (0) | 2022.01.17 |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서 처음 유배생활을 했던 「사의재(四宜齋)」 (0) | 2022.01.14 |
- Total
- Today
- Yesterday
- 이한열기념관
- 출렁다리
- 전태일_따라_걷기
- 전노협
- 호수공원_복수초
- 서울운수노동자협의회
- 별꽃
- 전국노동조합협의회
- 마장저수지 출렁다리
- 소양강 안개
- 창경궁 대온실
- 행주산성역사누리길
- 서대문구_노동자종합지원센터
- 2021년_노동절
- 사가(佐賀)
- 서운노협
- 대온실 매화
- 이고운횟집
- 보광사임도
- 삼악산 케이블카
- 연희숲속쉼터
- 사가 1박2일 여행
- 큐슈 사가
- 벚꽃마당
- 물의 도시 춘천
- 냉이꽃
- 안산방죽
- 행주누리길
- 강매석교
- 서대문구_노동네트워크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