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행주에도 봄까치꽃이 피었습니다.

올 겨울은 작년보다 훨씬 덜 추웠지만, 늦겨울 추위는 작년보다 더하네요. 늦겨울 추위로 봄이 늦어지지만, 그래도 혹시나 봄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걸을 길은 화정역 - 지도공원 - 행신도서관 - 번데미산 - 행신역 - 봉대산 - 강매석교 - 창릉천 - 행주강 - 행주산성 역사공원입니다.

 

 

 

화정역 광장에서 로데오거리를 지나 중앙공원을 저쳐 어린이박물관 뒤편으로 해서 길을 건너 지도공원으로 올라갔습니다. 함께 걸은 시원님이나 풀잎님, 그리고 장박님은 이 공원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추억이 많으시네요. 정수강 선생의 시비(문학비)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정수강 선생의 호가 월헌입니다. 나주 정씨 월헌공파가 명문으로 자리잡는 데 선생이 많은 기여를 하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선조입니다.

 

나주 정씨들은 행주 일대에 터를 잡고 오랬동안 살았답니다. 능곡중학교도 이 문중에서 희사한 땅에 세웠다고 합니다.

 

저 비석 직전에 커다란 나무를 보았는데, 미루나무인지 백양나무인지 구분이 안 됐습니다. 잎이 돋으면 또 한번 와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걸은 길은 내내 벚꽃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꽃피는 봄날 벚꽃을 따라 한 바퀴 걷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번데미산 토성길

 

지도공원을 지나 무원마을 옆 번데미산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백제시대에 만든 토성이 있다고 하는데, 자세히 보니 토성이 보입니다. 아직 발굴을 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공원으로 조성할 때 불굴조사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번데미산에서 행신역으로 가는 길 언덕에는 커다란 벚꽃동산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벚꽃이 필 때를 기약하며 지났습니다.

 

 

 

오늘 목표 중 하나는 꽃을 보는 것입니다. 눈을 크게 뜨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도 꽃이 없습니다. 강매역 다 가서 바닥에 노란 게 보였습니다. 민들레꽃이 피다가 추위에 얼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게 어디입니까~ ㅎ

 

 

 

그런데,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강매석교 옆 석축 밑에 봄까치꽃이 한창 피고 있었습니다. 꽃이 피었으니 봄이라고 우겨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도 봄날처럼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도우면서요~ ㅎ

 

약 1달 쯤 지나면 강매육교 들머리 부분 성사천 끝머리에 피는 홍매는 예쁘게 피어나겠지요. 그때 쯤이면 봉대산 진달래도 하나 둘씩 피어날 것이고, 생강나무 노랑꽃도 피어나겠지요. 목향 언덕에 온갖 구근식물들도 꽃대를 올릴 것이고요.

 

뚝방슈퍼는 방송에 나온 뒤로 손님이 넘쳐나는가 봅니다. 차도 많이 세워져 있네요. 예전처럼 편안하게 들러 목을 축이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찌하겠습니까. 세상은 그렇게 변해가고 흘러가는 것인 걸요.

 

 

 

창릉천에는 아직 얼음이 남아 있고, 돌아가지 않은 오리들도 많이 있습니다. 오리들은 사람들이 지난다고 날아가지는 않지만, 헤엄쳐 멀찍이 달아납니다. 아직 자신들을 잡아먹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DNA에 박혀 있나봅니다. 언젠가 사람들이 지나면 오리들이 다가오는 날이 있겠지요.

 

 

행주산성역사문화누리길에서 본 행주강과 방화대교

 

창릉천이 한강과 만나는 곳에는 갯벌이 드러나 있습니다. 물이 가장 많이 빠진 시간입니다. 강변 데크길을 걷기 시작하자 밀물이 올라오는 게 보였습니다. 물때표를 보니 강화대교에서 이곳 행주까지 밀물이 올라오는데 4시간 정도가 걸리네요.

 

멋진 방화대교를 지나 큰기러기가 많이 있는 행주강을 지나 우리는 걷기를 마쳤습니다. 약 11km 따뜻한 봄날을 즐기며 걸었습니다.

 

 

2022. 2. 12. 여행

2022. 2. 14. 기록

 

풀소리 최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