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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본 사가(佐賀) 1박2일 여행

풀소리 2018. 6. 26. 11:29

 

지난 6월 15일 - 16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 사가(佐賀)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3월에 싼 티켓이 나와서 무작정 끊어놓은 게 사가 여행의 출발점이었습니다.

3월에는 6월이 올까싶었는데, 세월은 참 빨랐습니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7시 50분이라 6시 15분 쯤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는데, 공항은 그야말로 만원이었습니다.

 

 

 

 

드디어 탑승.

 

 

 

 

비행기는 순식간에 날아올라 영종도와 인천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지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마치 남극을 비행하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색다른 풍경을 보면서 갔습니다.

 

 

 

 

제주도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비행기는 벌써 사가 상공을 날고 있었습니다.

하긴 1시간 10분 거리니 제주도와 비슷하게 느낄만도 합니다.

 

사가 시가지는 참으로 넓은 평야지대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보다 따뜻해서인지 아직 대부분 모내기를 하기 전이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렌트카를 이용해 들판을 달리다 보니, 대부분의 논에는 보리를 심어서 막 추수를 끝낸 다음이었습니다.

다음에 언젠가는 청보리가 팰 때 사가현의 들판을 한없이 쏘다니고 싶어졌습니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요부코(呼子) 아침시장이었습니다.

이곳은 예전에 고래잡이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오징어잡이로 유명한 곳이랍니다.

 

시장은 오전 12시까지 열리는데 우리는 조금 늦게 도착해서 시장을 보지 못했습니다.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조용한 어촌 풍경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신사가 보여서 들렀습니다.

아타고(愛宕) 신사였습니다. 정문 도리이에는 '정로기념(征露紀念)'이라는 글자가 보였습니다.

직감적으로 노일전쟁과 관계 있는가보다 하고 뒷면을 보니, 1904년 노일전쟁 승전을 기념해 세운 도리이였습니다.

 

우리는 피해자 입장에서 늘 일본을 보게 되는데, 그래서 늘 씁쓸한데, 일본 입장에서는 노일전쟁의 승리, 산업혁명 성취 등이 자랑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타고 신사에서 내려다 본 요부코어항입니다.

 

 

 

 

돌아오는 길은 골목으로 잡았는데, 입구에 요부코 아침시장통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네요..

 

 

 

 

 

 

다음에는 하토미사키(波戶岬)으로 갔습니다.

하토미사키는 넓은 겐카이 국정공원(玄海國定公園) 안에 있는 돌출된 반도입니다.

물결 파(波)가 지명에 들어간 걸 보니 바람이 아주 드센 곳이고, 늘 파도가 치나봅니다.

우리가 이곳에 갔을 때에도 바람이 세차고, 파도가 높았습니다.

 

 

 

 

이곳에는 이렇게 작고 예쁜 해수욕장도 있습니다.

푸른 바다. 밝은 노란빛 모래밭, 초록빛 잔디밭.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앞에 서 있는 돌하루방과 옆의 몽생이 이정표는 익숙하지요?

우리나라 제주올레의 도움을 받아 큐슈올레길을 만든 기념으로 세운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전에 입구에 있는 포장마차로 갔습니다.

작은 오징어 2마리가 500엔(약 5000원), 뿔소라 작은 것 5마리가 500엔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보다 더욱 저렴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 중에 하나는 이곳에는 바가지라는 게 없는 것 같았습니다.

가격은 저렴하고, 사람들은 친절하고요..

 

 

 

 

암튼 안주가 있으면 술이 있어야겠죠?

아사이 캔맥주 한 캔씩 시켜 안주와 함께 마셨습니다..

 

 

 

 

파도가 드세지요?

멀리 보이는 다리로 이어진 탑은 수중에서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수중전망대입니다.

우리는 별로 궁금하지 않아 들어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바람이 드세서 그런지 넓은 초원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하도 드세서 동영상을 찍어봤습니다.

 

 

 

 

연인(戀人)의 성지(聖地)입니다.

아곳 지명이 '하토미'가 '하트'의 일본식 발음 '하토'와 비슷해서 생긴 것 같습니다..

어찌됐던 발상이 시골스러워서 정겨웠습니다~ ㅎ

 

 

 

 

바람의 벌판(?)을 지나다가 해변으로 내려가 봤습니다.

 

 

 

 

 

 

제주도처럼 현무암 해변에 파도가 끝없이 밀려와 부딪칩니다.

 

 

 

 

 

 

하토미사키 외해와 달리 안쪽은 이렇게 어항이 있을 정도로 평온합니다.

 

 

 

 

다음으로는 오카와치야마이마리(大川内山伊万里) 도자기마을로 갔습니다.

마을 안내도도 도자기 타일로 만들었습니다.

 

 

 

 

이마리 도자기마을 주차장 건너편 공동묘지입니다.

이삼평(李參平)과 같이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온 도공들과 그 후손들의 무덤입니다.

약 880여기의 무덤이 있다고 합니다.

 

 

 

 

 

 

 

 

이마리 도자기마을입니다.

군데군데 가마 굴뚝도 있습니다.

집집마다 자기 가마에서 구운 독특한 도자기를 팔고 있습니다.

 

뒤에 있는 멋진 산은 병풍산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병풍바위라는 명칭을 가진 바위가 많죠..

옛 조선 도공은 고향을 그리며 병풍산이라고 불렀나 봅니다.

 

암튼 술잔을 특히 좋아하는 저도 행토요(杏土窯)에서 예쁜 술잔 하나 사왔습니다~ ㅎ

 

 

 

 

이곳 사가의 영주인 나베시마(鍋島, 과도) 가문의 도자기 공장이 있었음을 기념하는 기념공원입니다.

 

 

 

 

이어 아리타(有田)에 잇는 도진신사로 갔습니다.

이 신사는 조선 도공 이삼평(李參平)을 신으로 함께 모신 신사입니다.

이곳에 이삼평을 기념하는 비석 등이 있는데, 마침 핸드폰 밧데리가 나가서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도진신사에서 나와서 우리는 타케오시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도서관의 시설도 멋있지만, 근처에 있는 3000살이 넘은 녹나무를 보려고 갔습니다.

이 녹나무는 도서관 뒷편 타케오신사 뒷편에 있습니다.

 

 

 

 

수령 3000살의 녹나무입니다.

정말 숲의 정령이 살만한 분위기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머물면서 이 오랜 나무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해걸음에 이 녹나무와 이곳의 소리를 녹음하는 이가 있어서 방해하지 않으려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20-30분 오래 머물고 싶습니다..

 

 

 

 

녹나무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이렇게 큰 대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우리의 숙소이자 워크샵 장소인 로몬테이료칸(武雄溫泉)입니다.

방 1개에 5000엔(약 5만원)인데, 시설은 시골스러웠지만 너무나 잠을 잘 잣습니다.

특히 숙소에 붙은 온천장이 좋았는데, 야외 온천에서 밤하늘 별을 보며 하는 온천욕은 더욱 좋았습니다.

 

 

 

 

다음날 사가역에서 렌트카를 반납하고 시내관광을 시작했습니다.

 

 

 

 

 

 

사가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사가신사에 가는 길에 요렇게 예쁜 돌다리도 만났습니다.

사가에서 부러운 것 중 하나는 도심을 흐르는 맑은 냇물이었습니다.

정식 이름은 마쓰바라가와(松原川) 입니다.

송사리와 다슬기가 사는 것으로 보아 1급수인 것 같았습니다.

 

 

 

 

 

 

 

 

사람도 아니고 딱히 어떤 동물도 아닌 이 요상하게 생긴 것은 갓파(河童)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물의 요정이라고나 할까요..

아이들을 홀려서 큰 강으로 유인하다고 하는데, 장난끼 많고 때로 어리숙해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요정인 거 같았습니다.

 

갓파 상 옆에 설명이 있는데, 제가 일본어는 문외한인지라 그 뜻은 모르겠네요..

 

 

 

 

작은 냇물에 돌다리를 놓아 물 옆으로 걸을 수 있게 해놨습니다.

저도 저 돌다리를 건넜는데, 돌다리 밑 그늘에 많은 물고기들이 숨어 있다가 흐다닥 훝어지기도 했습니다.

 

 

 

 

 

 

사가신사는 사가의 10대 번주(藩主, 영주) 나베시마 나오마사(鍋島直正)와 11대 번주 나베시마 나오히로(鍋島直大)를 모신 신사라고 합니다. 사가 신사는 매우 커서 그 안에 작은 신사가 6개나 더 있습니다.

 

 

 

 

사가 성의 옛 지도입니다.

제가 사진을 찍은 위치가 나와 있습니다.

 

 

 

 

위에 지도 있는 부근으로 건너가는 다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넓은 냇물은 약 80m에 이르는 옛 사가성의 해자 흔적입니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흰 건물이 사가현청입니다.

 

 

 

 

현청 옥상은 일반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사가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밤에는 홀로그램 공연도 한다는데, 낮이라 더워서 그냥 내려왔습니다.

 

 

 

 

사가 박물관에서 길을 건너면 사가 나베시마 번주가 살던 성내 성이 나옵니다.

아래 옛 지도를 보면 이곳 입구도 성을 따라 작은 해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메워져 있습니다.

 

 

 

 

번주가 살던 곳은 위 지도의 우하 귀퉁이 해자로 둘러싸인 곳입니다.

번주가 살던 궁전이 지금은 복원되어서 사가성혼마루역사관으로 개방되고 있습니다.

옛 설계도가 있어서 제대로 복원하였다고 합니다.

 

 

 

 

영주의 궁전 대문입니다.

대문은 의외로 허술해보였습니다.

 

 

 

 

이제 정해놓은 곳을 다 둘러보아서 그냥 무작정 골목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냇물 위로 냇물을 따라 확장해놓은 집들이 보였습니다.

이런 풍경을 보는 게 골목여행의 매력인 거 같습니다.

 

 

 

 

해자에 살던 거북이들이 나무 위로 올라와 일광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당인정(唐人町, 토우진마치)의 유래비입니다.

일본어는 모르지만 한문을 중심으로 내용을 읽어보니 조선인이 세운 마을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인들은 외국인을 모두 당인(唐人)으로 불렀나봅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591년 일본으로 표류해 온 조선인 이종환(李宗歡)을 사가번주가 무사로 채용했고, 임진왜란 때에는 통역 등의 일을 하게 했나봅니다. 임진왜란 끝나고 철병할 때 도공들을 데려오기도 했고요, 해외에서 고급품을 수입해서 성공도 거둔 것 같습니다.

 

이종환과 이곳에 살던 조선인들이 만든 마을이 바로 토우진마치 당인정입니다.

 

 

 

 

당인정에 있는 미용실입니다. 1913년에 문을 열었다는 간판이 있습니다.

 

 

 

 

우리는 사가역으로 돌아와 역 북쪽에 있는 라멘집에서 라멘과 아사히 한잔을 마셨습니다.

이 라멘집은 우리가 들어간 다음에 기다리는 줄이 늘어나기에 맛집인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가의 맛집 라라라 라멘 (ららら らーめん)이라고 하네요.

라멘을 먹고, 사가역 안에 있는 서점과 쇼핑가를 둘러 보고, 공항버스를 이용해서 사가공항으로 갔습니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알찬 여행이었습니다. 일본의 장점도 느낄 수 있었고, 관광진흥을 위한 사가현 정부의 노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기리려고 하는 메이지유신이나 그때 활약했던 인물들을 보면서 일본인으로는 동양에서 최초로 산업혁명을 이룩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튼 짧은 여행이었지만, 사가는 언젠가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청보리가 팰 때든지, 단풍이 들 때든지, 아니면 한 겨울이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