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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焦土)의 시 · 8
― 적군 묘지 앞에서
구상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고나.
- 중략 -
이 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삽십(三十) 리면
가루 막히고
무주 공산(無主空山)의 적막만이
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여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북(北)으로 흘러 가고
어디서 울려 오는 포성 몇 발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목놓아 버린다.
지난 토요일(2018. 6. 9) '파주 연천 생명 평화 여행' 말미에
파주에 있는 적군묘지에 다녀왔다.
전쟁이라는 광풍에 휩쓸려
어딘지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누구의 총알인지도 모른채
그렇게 쓰러져간 이들..
아까운 청춘의 죽음 뒤에 아군 적군이 어디 있으랴..
70년이 다 되도록 풀지 못하는 적대와 전쟁의 그늘이 부끄러울 뿐이지..
구상의 시와 반대로 구름은 북서쪽에서 몰려왔다..
시신조차 돌려주지 못하는 '적대'가 여전한 이땅의 현실을 슬퍼하는지
비먹은 바람과 함께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었다..
적군묘지 가는 길엔 흰 으아리가 피어 있었다..
크지도 않은 덩굴..
묘지에 점점이 바쳐지는 조화인가
한 송이라도 더 필려고 몸부림치듯
흰 으아리는 빼곡이 피어 있었다..
** 사족 :
근데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유일하게 하나 있는 화장실이
군사용이라 사용을 금한다고 한다..
대체 언제적 코미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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