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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풍차.
우리 동네에 있던 빵집 이름이었다.
우리는 서울에 내내 살다 1999년 12월에 이곳 고양시 원당으로 이사왔다.
삶이 조금씩 뿌리를 내리면서 이 낯선 동네에서 단골집이 하나 둘 씩 늘어갔다.
파란풍차는 마트 다음으로 처음 단골이 된 집이었던 것 같다.
빵도 빵이지만, 주인 아저씨의 따뜻한 미소가 좋았다.
각종 선거 때면 누구하나 관심같지 않고 거들떠 보지 않는 우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로 힘을 주기도 했었다.
제법 많은 단골을 가진 파란풍차였지만,
동네에 넓은 평수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사정은 급변했다.
신흥 아파트 주변으로 화려한(?) 상가들이 생기고,
유명 체인 제과점들이 둘씩이나 들어섰다.
사람들은 냉정하다.
간혹가다 여전히 의리(?)를 지키는 우리네 같은 사람들도 있지만,
어차피 우리들은 소수일 뿐이다.
파란풍차 아저씨가 하던 막걸리집/ 빛바랜 청사초롱처럼 문닫힌 지 오래다.
경쟁에서 밀린 아저씨는 그 자리에 막걸리집을 냈고,
어쩌다 들르면 장사가 썩 잘 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겨울 어느날
마을버스 차창너머로 '임대문의'라는 쪽지가 붙은
굳게 닫힌 문짝을 봤다.
참 쓸쓸했다.
파란풍차 아저씨는 어디로 갔을까.
지금도 곳곳에선
떠날까 말까를 고민하는 또 다른 파란풍차 아저씨들이 많겠지...
그들이 떠나 향할 수 있는 곳은 또 어딜까...
<2008. 3. 2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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