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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9일.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3일차. 우리는 루스키섬으로 갔습니다. '루스키'는 러시아인이라는 뜻일 테인데, 섬 이름으로 삼은 것은 아마도 이유가 있겠지요.
루스키섬은 블라디보스토크를 감싸고 있습니다. 오오츠크해의 거친 파도를 막는 방파제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섬과 본토 사이로 난류가 흐르는지, 블라디보스토크는 이곳의 유일한 부동항이기도 합니다.
본토에서 루스키섬으로 이어주는 다리는 루스키대교로 3.1km 거대한 현수교입니다. 러시아가 2012년 AFEC 회의를 개최할 때 루스키섬에서 본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그 회의를 위해 놓은 다리입니다. 회의장은 지금 극동연방대학교가 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보안이 심해서 대학교에 들어갈 수 도 없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바틀린곶으로 향했습니다.
찻길에서 바틀린곶으로 내려오는 길도 참 예뻤지만, 더 많은 기대가 있었기에 지나쳤습니다. 매점이 있는 곳을 지나면 이렇게 바다가 보입니다. 그리고 오르막길이 나타나는데, 파도가 얼마나 거센지 단애절벽이 곳곳에 이어집니다.
이곳의 길은 모두 비포장입니다. 비포장이면 어때요. 사람이라곤 거의 살지도 않는데요. 언덕을 넘어 바닷가 절벽 쪽으로 갔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커다란 바위절벽으로 오오츠크의 거센 바다가 파도를 일으키며 거칠게 부딛치고 있었습니다.
반면 반대쪽 바다는 매우 고요해 보였습니다. 길 옆으로는 넓은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앵초는 유난히 진분홍빛이었고, 현호색도 키가 껑충하고 색도 더 짙었습니다.
초원을 가로질러 숲속으로 길이 나 있었습니다. 잔잔한 바다쪽으로요. 나무들도 제법 빽빽이 자라고 있어 그리로 길을 잡았습니다.
숲길은 참 예뻤습니다. 이곳 나무들은 거의 참나무 종류인데, 키가 크지 않습니다. 아마도 추위 때문에 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땅은 검고 거름기가 많아 매우 비옥해보였습니다. 참나무숲 밑으로는 초원이 펼쳐져 있는데, 처음 보는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바다입니다. 바닷가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사슴뿔처럼 갈래갈래 가지를 펼친 참나무를 만났습니다. 마치 피뢰침이 하늘의 번개를 땅으로 이어주듯, 하늘의 기운을 땅으로 전달하는 뭔가 신령스러운 존재 같았습니다.
바다로 내려왔습니다. 반대편의 거친 바다와 달리 이곳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했습니다. 멀리 섬처럼 육지처럼 보이는 곳은 안개인듯 구름인듯 보이는 운무에 잠겨 너무나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보이고 있었습니다.
바닷가에서 올라와 처음 왔던 바틀린곶 초입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뭔가 익숙한 색감이 눈에 띄었습니다. 진달래였습니다. 이렇게 멀리서 진달래를 보다니요. 기후 탓일까요. 이곳 진달래도 유난히 진분홍빛이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무궁화의 땅 '근역(槿域)'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학자는 이 '근(槿)' 자를 무궁화 '근'이 아니라 진달래 '근'이라고 합니다. 암튼 고향에 온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서 본 참나무숲은 마치 푸른 초원에 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건강하고 기름진 흙에서 자란 풀들이 너무나 싱그러웠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이들은 아마도 저 초원에 간다면 숲어 있는 수많은 야생화를 만나겠지요..
블라디보스토크를 우리와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고 하지요. 도시도 물론 매력 있습니다. 그런데 식생이 잘 보존된, 그리고 고요한 풍경의 루스키 섬 또한 다시 찾고 싶은 매력적인 곳입니다.
2019년 5월 19일 여행
2022년 7월 14일 기록
풀소리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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