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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1일(토) 뒤늦게 철쭉을 보겠다고 소백산엘 갔다. 죽령고개 까지는 기대를 갖고 갔는데, 초입 현수막을 보니 기대가 반으로 접히는 느낌이었다. 늦겨울 냉해 때문에 철쭉 개화가 좋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봄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꽃눈이 얼어서이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그래도 내친 걸음이니 오르기 시작했다. 길은 소백산 천문대 때문인지 시멘트 포장길이었고, 완만했다.

산길 초입의 철쭉은 져 있었지만 앞으로 고도 기준 약 700m 오르면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오르기 시작했다. 해발고도 1,000m 쯤 오르면서 함박꽃이 나타났다. 너무 기분이 좋아 높다란 나무 끝에 보이는 꽃들을 힘겹게 찍었다. 그런데 오르고 또 오르니 함박꽃이 너무 많고, 눈 높이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너무 많았다.



조금 더 오르니 길섶에 우아한 흰색의 고광나무꽃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르면 오를수록 고광나무 그루 수는 늘어갔고, 꽃들도 더 예쁜 거 같았다.


조금 더 오르니 시야가 트이면서 능선 풍경이 얼핏 보였다. 잔뜩 습기를 머금은 공기 때문에 시야는 좋지 않았다. 그래도 겹겹이 이어진 부드러운 능선들이 아름다웠다. 길섶에 개다래가 보였다. 잎이 군데군데 바랜 것처럼 흰색이 있어서 쉽게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꽃이 보였다. 개다래가 통풍에 특효라고 하는데, 꽃을 처음 본다. 물론 열매도 본 적은 없다.

제2연하봉 꼭대기에는 강우레이더가 있었다. 길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습관적으로 오르기로 했다. 그러나 등산로가 아니라 대피소로 오르는 길이다. 다시 내려갔다가 가기가 싫어 옆 헬기장 쪽으로 지름길을 선택했다. 헬기장 주변에는 처음 본 야생화들이 반겨주었다.



나는 헬기장에서 길을 잃은 이들이 우리만이 아닐 거란 확신이 있었다. 큰 길은 끊겼지만 샛길은 있을 것이다. 정말 샛길이 있었다. 다시 주 등산로로 내려왔다.





조금 더 오르는 누른종덩굴이 나타났다. 물론 오르면서도 봤지만 너무 높은 데 있어 그때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할미꽃은 잎이 다 지고, 꽃씨를 만들고 있었다. 씨를 멀리 날리기 위한 희고 긴 술들이 마치 할머니 흰 머리 같았다. 아마도 할미꽃의 이름이 붙은 건 저 열매술 때문 아닐까 생각을 했다.
제2연화봉 전망대로 가는 길은 처음 나타난 비포장길이었다. 아마도 평탄해서 포장을 안 한 것 같았다. 키 작은 구상나무가 쭉 늘어선 구부러진 비포장 도로가 참 예뻤다. 난 비로소 길을 찍었다. 제2연화봉에서는 산상결혼식 준비를 하고 있어서 산 아래 풍경 하나만 찍고 길을 떠났다.











소백산 야생화는 제2연화봉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우아한 함박꽃이 지천으로 널렸고, 해당화인지 장미인지 헷갈렸던 인가목의 예쁜 꽃도 피어 있었다. 숲 속에는 앵초도 피어 있었고, 병꽃도 모듬으로 피어 있었다. 까치박달나무 열매는 또 신비로웠다.
소백산에 와서 처음 본 꽃이 참 많았다. 개다래와 구슬붕이를 시작으로 쥐오줌, 누른종덩굴, 백당목, 인가목 등등. 까치박달나무 열매도 처음 보았다.




소백산 천문대를 지나면 길은 좁아진다. 연하봉을 오르는 길은 양 옆으로 온통 철쭉이건만 꽃잎이 하나도 없다. 철쭉꽃을 본다는 꿈은 접어야 겠다. 연하봉 전망대에서 멀리 제1연화봉, 비로봉이 보였다. 멀지만 그래 가보자. 연하봉부터는 본격적으로 산길이었다. 전형적인 산길 말이다. 산길이다 보니 걸음이 느려졌다. 서둘러야겠다. 그런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곧 그치겠지 하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는데, 빗줄기는 더욱 세차지고 천둥소리는 요란하다. 제1연화봉부터는 능선에 나무도 없다는데.. 그럼 낙뢰에 그대로 노출되는 건 아닐까? 하는 수없이 제1연화봉을 코앞에 두고 걸음을 돌렸다.





비를 흠뻑 맞고 내려오니 대피소에 올라 커피 한잔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대피소에는 아무도 없고 지키는 직원은 잠들어 있었다. 깨우기 싫어 사진 하나를 찍고 내려왔다. 대피소에 오른 성과라면 가는 길에 콘크리트 축대를 뚫고 나온 기린초를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소백산 철쭉은 어땠냐고? 아래 사진을 보시라.. ㅠ


2022. 6. 11. 답사
2022. 6. 18. 기록
풀소리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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