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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집을 뒤지다 옛 명함이 나왔다. 처음 노동운동을 시작했던 1990년 명함이다. 당시 노동단체 이름은 서울운수노동자협의회였다. 보통 줄여서 서운노협이라고 했다. 신설동 로터리 근처 지하실에 사무실이 있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현실 사회주의가 급격히 흔들렸다.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으로 활동해왔던 주변의 수많은 선후배 동료들도 흔들렸다. 주변에서 우수수 운동 대열을 이탈했다. 하도 많은 이들이 떠나니 부끄러워할 것도 아니었다. 투철하기보다는 리버럴에 가까운 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어쩌면 가장 먼저 대열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두 떠나니 나까지 떠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현장으로 가기로 하고 들어간 곳이 위의 서운노협이다.
상근을 시작한 날은 공교롭게도 대한민국 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즉 전노협의 출범일인 1990년 1월 22일이었다. 전날은 눈이 많이 내렸다.
너무도 오랜만에 본 명함이라 얼떨떨했다. 반가웠다. 내 삶의 근간이 되는 활동무대를 시작한 곳인데, 그곳의 흔적이 남아 있다니..
2021년 2월 23일
풀소리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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