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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통일로변 필리핀참전비 안쪽 계곡에 다섯 분의 왕자님이 계십니다.
일명 왕자의 계곡이라고 하는데, 지난 토요일(7월 14일) 고양들메길 역사문화답사로 이곳을 다녀왔습니다.
이성군 사당입니다.
필리핀참전비 옆 팔각정에서 인사를 하고 큰길을 따라 걷다가 이성군 사당을 거쳐 이성군 묘로 올라갔습니다.
이성군(利城君) 묘입니다. 이성군은 성종의 서8자입니다.
매우 총명했다고 하며, 연산군 시대에 형인 연산군하고 나이차가 많이 나서인지 아니면 처신을 잘 해서인지 무탈하게 생을 마쳤다고 합니다.
제가 왕자들과 왕족 무덤을 별로 잘 찾지 않는 이유는 그냥 무탈하게 잘 살다 잘 죽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ㅎ 이성군도 그런 왕자님 중 한 분이시고요.~
답사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이성군 묘에서 비석의 모양이나 조각을 많이 봅니다.
저는 비석보다는 장명등을 봅니다. 약간 붉은 빛이 도는 화강암 석재로 만든 장명등은
기하학적 무늬가 현대에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고요,
재질이 좋아 최근에 만든 것처럼 마모도 거의 되지 않았습니다.
이성군 묘를 거쳐 바로 옆에 있는 봉안군(鳳安君) 묘에 들렀었습니다.
봉안군도 매우 총명했다고 하는데, 형인 연산군에게 미움을 받아 사약을 받고 비명에 죽습니다.
연산군의 모후인 윤씨가 폐비되는데 봉안군의 모친인 귀인 정씨가 한몫 했다는 이유죠..
숲길로 들어서면 이렇듯 햇볕이 거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우거져 있습니다.
경주 김씨 묘역 김홍집 묘 뒤편에 있는 성황당이 있는 길입니다.
성황당이 있다는 건 언젠가 그곳에 고갯길이 있었다는 얘기겠지요..
벧엘교회 뒷산을 오르다 참나무 그르터기에서 사슴벌레를 발견했습니다.
낮에 잘 다니지 않는 녀석인데.. 암튼 건강한 식생이 보존되고 있는 것 같아서 반가웠습니다.
온령군 사당으로 가는 길목 무덤가에 핀 도라지꽃입니다~
세 번째 온녕군(溫寧君) 차례입니다.
온녕군은 태종 임금의 아들입니다.
아들이 없어 엄마가 같은 근녕군의 둘째 아들 우산군을 양자로 들였는데, 우산군은 여섯 아들을 두었습니다. 당시로는 매우 다복한 것이었죠..
그러나 시대는 연산군이 집권하던 때라 이 집안은 연산군 폭정의 직격탄을 맞습니다.
우산군의 둘째 아들은 무풍군으로 유난히 총명하여 당대의 석학 김종직(金宗直)의 문하에서 학문을 닦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김일손(金馹孫) 등과 교유하였으며, 1498년(연산군 4) 김일손 등이 무참히 죽음을 당하는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유배되었습니다.
결국 1504년 갑자사화 때 무풍군은 참수되어 목이 저자거리에 걸리는 효수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우산군과 형과 아우 4명도 모두 죽임을 당합니다..
온녕군 묘에서 제가 설명하는 모습입니다.
온녕군 묘는 서울 삼양동에 있었는데, 1962년 서울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부득이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이장을 할 때 왕자님의 무덤이니 무슨 보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서울 사람들 1000여 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무덤을 파자 커다란 석곽(관과 부장품을 넣는 공간이 넓은 돌로 된 곽)이 나왔습니다.
석곽을 열자 관람객의 기대와 달리 수저 1벌, 청화백자 2개, 접시 2개가 다였다고 합니다.
사치스러운 고려에 대항해 나라를 세운 조선왕조이기 때문인지 암튼 건국 초기의 건강한 검소함을 온녕군 무덤이 증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간촌 마을로 내려가는 길목에 연산군 금표비가 있습니다.
연산군이 사냥터를 만들기 위해 일부 군현을 폐지하고 그곳에 사람이 못 들어오게 했다고 하는데,
이 금표비는 그걸 역사적으로 증명하는 비석입니다.
연산군 금표비에서 이웃한 간촌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곳 맛집인 숲속마을과 국수집으로 나눠서 먹었는데, 저는 국수집으로 갔습니다.
이곳 동동주는 제법 맛 있어서 한 동이 시켜서 꺾어 간 칡꽃을 띄워봤습니다.
점심을 먹고 온녕군의 동생 근녕군의 묘역으로 갔습니다.
근녕군 묘역은 왕릉처럼 매우 넓고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잠시 망서렸습니다.
그늘이 좋지만 오르기 힘든 대자산 코스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땡볕이지만 빠른 행길 코스를 택할 것인가 하고요..
물론 씩씩한 회원님 덕분에 대자산을 올랐는데,
이곳은 경사가 심해 좀 힘들긴 했습니다~ ㅎㅎ
전망이 좋은 성녕대군 묘역입니다.
대자산에서 성녕대군 묘로 내려가는 길은 예전에는 참 좋았는데, 몇 년 전에 난 커다란 산불로 큰 나무들이 불에 타 작은 나무들이 마구 자라는 바람에 정글을 방불케 해서 어렵사리 내려갔습니다.
성녕대군은 세종대왕의 바로 아래 동생입니다.
10세에 결혼해서 14살에 홍역을 앓다가 죽습니다.
아들이 없어서 사후에 나라에서 양자를 들였습니다. 첫 번째 양자가 그 유명한 안평대군입니다.
안평대군이 세조와 권력다툼에서 패하여 죽으면서 성녕대군의 부인 성씨도 곤욕을 치릅니다.
이 집안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도 종손이 참전해 전사하는 등 노블리즈 오블리제를 실천한 대표적인 종실 중 하나입니다.
밑에서 본 사초지와 소나무도, 제실도, 비각도, 푸른 하늘과 흰구름도 모두 단정하고 정갈합니다.
성녕대군 묘를 나온 우리들은 바쁜 분들은 퇴청 하시고, 시간 되시는 분들은 최영장군 묘 입구 계곡에 가서 맑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갔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몇 째 토요일이 될 지 정해질 겁니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더위 관계로 제가 책을 썼던 북한산성 계곡 중에서 걷기 편하고 물 좋고 시원한 곳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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