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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

순결교육

풀소리 2017. 7. 21. 13:36

* 이 글은 HelterSkelter님의 [(기사대체)“미혼 직장여성 40%가 정기적 성관계”] 에 관련된 글입니다.

순결교육

 

어제 일이다.

고양시 학교운영위원회 회장 선거가 있었다.

이 단체는 임의단체라 별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민주적(?) 인사가 출마한다고 꼭 투표해달라는 전갈을 받았기에 같은 학운위원인 정경화랑 같이 갔다.

 

투표만 있는 줄 알았는데, 별 행사를 다 한다.

몸살로 몸은 쑤시고, 기침은 반복된다. 그래도 투표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이어 유세.

총 3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후보는 독립지사처럼 열변을 쏟았내기 시작했다.

다 씨잘대기 없는 얘기지만 말이다.

그러다 하는 말이 자기가 무슨 순결교육 뭐시기 하는 단체의 거시기란다.

그리고 1주일에 한번씩 교육을 나간다고 한다.

나와 정경화는 동시에 뒤로 넘어가다 근엄한 청중들을 보고 즉시 원위치했다.

 

세상에.

순결교육 말은 들어봤지만, 실제 당사자를 본 것은 처음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교육을 할 생각을 했을까?

더군다나 실천에까지 옮기다니.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이 앞서서 한 얘기도 선과 악으로 나눈 이분법에 의한 것 같았다.

선과 악.

과연 순결(용어가 맞기나 하나)이 선인가?

그러면 성경험은 악인가?

 

예전에 몇번 했던 세미나까지 들쳐내지 않더라도, 막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인간의 행복을 왜곡시키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비뜰어진 가치관을 갖게 하는 것도 화나지만, 자신이 순결교육을 한답시고, 선과 악으로 아이들을 나눌 때, 이미 성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뭐란 말인가?

그리고 그런 교육을 용인하고, 유치하는 학교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투표 끝나고 나오면서 정경화 하는 말이 자기는 20대 초반까지 '성폭행'을 당하면, 즉, 순결을 잃으면 자살을 하려고 했단다.

이른바 고등학생운동을 하고 곧바로 공장으로 달려간, 당시로는 가장 의식화(?)된 부류였는데도 그랬단다.

 

우리가 여전히 새세상을 꿈꾸지만, 불완전한 우리의 의식조차 세상에서는 작은 섬에 불과하다는 걸 자꾸만 느낀다.

 

<2005. 4. 3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