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툇마루

경계인 우리 아들

풀소리 2018. 2. 13. 12:59

#1

제 아들 이름은 최성연이고 현재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 성연이 이종사촌이 3살이었는데, 병원에서 만나는 아이마다 밀치고 때려서 "뭐 저런 놈이 있나?" 했습니다.

우리 성연이가 3살이 되니 그때 그놈 3살 때와 똑 같았습니다...

말하자만 한 마리의 짐승이었죠...

4살 때 유치원을 가고, 5-6살이 되자 사람과 짐승의 경계인이 되었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들어가니까 이제 좀 사람 다워졌지만요~ ㅎ

 

#2

그러던 녀석이 이제 다시 경계인이 되었습니다.

지각과 안(?)지각의 경계인.. ㅎ

 

얼마 전 지 엄마랑 있을 때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너는 지각과 안지각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지?"

그러자 이 녀석 씩 웃으며 한마디 합니다.

 

"그런데 나 아슬아슬하게 학교 가니까 늘은 게 2개 있고, 달라진 게 1개 있다."

"그게 뭔데?"

"어. 달리기 실력이 엄청 늘었어~"

"그리고?"

"폐활량도 엄청 늘었어~"

ㅎㅎㅎ

우리는 한참 웃었습니다.

 

"그럼 달라진 건 뭐야?"

"어~ 그건. 세상이 참 아름답다는 걸 느꼈어~"

우리들은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이제 지각이다 싶으면 포기하고 천천히 걷거든. 그러니까 사방이 보이는 거야~ 나무도 보이고, 꽃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대신 애들이 모두 가버려서 길도 뻥 뚤리고~ ㅋㅋ"

ㅍㅎㅎ

우리는 한참 웃었습니다.

"그런데 어슬렁거리며 가다보면 어른들이 '너 왜 이제 가냐?'하고 묻는 거야~ 그럼 난 '아 예~'하면서 지나가지~ ㅋㅋ"

ㅍㅎㅎ

 


 

성연이 3학년 때 사진 - 사진 찍는 걸 싫어해서 사진이 없네요... 이것도 모네 그림 보고 숙제용으로 간신히 찍었다는... 

 

 

2010. 12. 14 입력

'툇마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멍게깍두기 만들었어요  (0) 2018.02.13
눈 내린 아침 숲  (0) 2018.02.13
눈이 참 많이 내리네...  (0) 2018.02.05
안녕 2009년  (0) 2018.02.02
화이트크리스마스  (0) 2018.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