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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인 6월 27일 감자를 캤다.
보통 하지감자라고 해서 하지 즈음에 캔다고 하는데,
올해 봄, 특히 4월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감자가 더디 자랐다.
5월 31일 감자밭 풍경. 이때 꽃들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가 지나면 장마철이라 장마 전에 캐기 위해서도 보통 하지 즈음에 캔다는데, 더디 자란 감자를 캘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한다고 해서 6월 27일 감자를 캐기로 날짜를 정했다.
나는 감자를 캐고 그 자리에 녹두를 심고자 했다. 녹두는 7월 초까지 심으면 된다고 하지만 서리가 일찍 올 수 있으니 7월 초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감자 캐기 전날인 6월 26일 아침 일찍 농장에 들러서 녹두 씨앗을 물에 불려놓았다. 물에 불려놓으면 싹이 빨리 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녹두를 너무 일찍 불려놓았다. 27일 가 보니 벌써 뿌리가 나온 녹두 씨앗이 20% 쯤 되었으니 말이다.(뿌리가 나온 것은 심는 과정에서 뿌리가 떨어지기 쉽다.)
암튼 27일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감자가 많이 달렸다. 그렇지만 알이 조금 작았다. 1주일만 더 있다가 캐면 딱 맞을 것 같았다. 그러나 녹두 씨앗을 불려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연기할 수 없었다. (참고로 녹두는 중부지방의 경우 7월 초순까지는 심어야 제대로 수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감자를 다 캐고 보니 감자박스 기준으로 10박스는 넘는 것 같았다. 거름을 충분히 주지 않고, 비닐 멀칭도 하지 않은 것 치고는 참 많이 달렸다.
감자를 캔 자리에 녹두를 심어야 했다. 날씨는 잔뜩 흐릴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햇볕이 쨍쨍 났다. 지친 농군들을 독려해서 풀을 뽑고 두럭을 만들었다.
녹두 간격은 약 30cm를 기준으로 했다. 대충 눈대중으로 그렇게 했다. 그리고 한 구멍에 녹두 2알을 넣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물론 딱 2알씩 정확하게 넣을 수는 없다. 암튼 씨앗하고 밭하고 딱 맞았다.
다음날과 다다음날 아침 일찍 가서 물을 쁘려주었다. 그리고 6월 30일 아침 일찍 밭에 나갔다. 전날 저녁부터 비가 많이 내려 혹시 녹두 씨앗이 물에 쓸려내려간 것은 없나 걱정이 되서였다. 그런데 왠걸. 녹두밭이 멀리서 보아도 싹이 보였다. 가까이 가 보니 이렇게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생명은 늘 경이롭다.
녹두를 잘 가꾸려면 한 구멍에 하나만 키우면 된다고 하는데, 나는 되는 대로 키울 생각이다. 소출이 적으면 적은 대로 거두면 될 일이다. 함께 농사를 짓는 벗이 비닐멀칭을 하지 말자고 했지만 난 여름 풀매기에 자신이 없어 비닐멀칭을 했다. 그게 조금 걸리지만 이제 날씨만 도와주면 녹두는 순조롭게 자랄 것이다.
2020년 7월 1일
최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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