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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문득 위 글씨를 보고야 말았다.

 

"本立而道生"

 

이 말은 논어 첫편 첫장에 나오는 말이다.

 

有子曰 <중략> 君子는 務本이니 本立而道生이니라.

유자(有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근본에 힘써야 하니, 근본이 서면 도가 생겨난다.

 

좋은 말이다.

 

 

2.

그런데 이 글씨를 쓴 이는

철종의 부마인 금릉위 박영효다.

 

박영효는 흔히 개화파로 알려졌지만,

한일합방 뒤 후작이라는 최고의 작위를 받았고, 조선귀족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런 자가 저런 좋은 문구를 썼다.

그것도 저 글씨는 일본 총독부가 교육용으로 배포한

"忠良之道"라는 책에 들어 있다.

 

일제에 협력하면서 온갖 부를 누렸던 박영효에게

"本立而道生"란 대체 무슨 뜻일까..

 

 

3.

역사를 보면 판단이 쉽다.

나와 당장 관계가 없으니 선악을 쉽게 구별할 수 있고,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판단은 어떻게 하겠는데,

판단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주변에는 수없는 박영효가 있고,

그런 박영효를 옹호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역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이유가

혹시

역사를 보면 판단이 쉽기 때문일까??

 

 

2013. 05. 17 입력(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