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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다음날 모처럼 진주 처갓집에 갔습니다.
저는 다음 날인 화요일(12일) 홀로 하동에 갔습니다.
하동에 장인 어른이 가꾸던 조그만 산이 있는데, 2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제 아내에게 상속을 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 2년 동안은 몸이 불편해 거의 돌보지 못하셨으니 지금까지 4년을 돌보지 못한 산입니다.
약 4,000편의 산에 1,000평의 녹차밭과 매실, 감나무, 두릅, 밤나무 등을 심어 가꾸셨는데,
돌보지 않은 4년 동안 얼마나 망가졌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아버님이 은퇴하시고 소일거리로 가꾸던 산이라도,
당신의 손때 묻은 산이니 제가 조금이라도 돌보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동 가는 길에는 남도에서 드물다는 눈이 내렸습니다.
나는 남도의 풍경을 기억 속에 담으려고 창밖으로 눈을 고정했습니다.
진주에서 하동으로 가면서 산들의 규모가 커졌고, 산 입구의 경사는 급해집니다.
사천을 지날 때 고속도로 넘어까지 커다란 저수지마냥 들어온 바다는 아름답고 평화로웠습니다.
산은 입구부터 예전의 모습과 많이 달랐습니다.
입구에 몇 그루 있던 가는 대나무가 제법 숲을 이뤄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희미하게 난 길로 들어가니 이번엔 또랑 옆으로 난 길이 완전히 막혀 있었습니다.
또랑 너머 이웃 산에 대밭이 있는데, 언제 넘어졌는지 대나무와 소나무가 온통 넘어져 길을 완전히 막고 있었습니다.
녹차나무 순 - 조그만 눈이 나오고 있어 찍었는데, 핸드폰으로 찍으니 초점이 안 맞았습니다.
경사가 급한 산을 우회해서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돌보는 사람의 발길이 끊긴 산은 빠르게 자연으로 회귀하고 있었습니다.
잡목들이 여기저기서 올라오고, 새들이 옮긴 산딸기들이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쓰러진 나무들은 녹차나무를 뒤덮고, 매실나무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빠르게 자라는 덩굴식물들은 매실나무 위로 덤불을 올렸고,
주인의 손길을 잃은 매실나무들은 미친X 머리처럼 산발한 채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생각보다는 덜 망가져 있었습니다.
두릅나무들은 그새 많이 컸고, 많이 늘었습니다.
감나무들은 옛날 그대로입니다.
물론 열매는 덜 맺었을 것입니다.
한 일주일만 손을 보면 대강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내고, 산이 더 망가지지 않게 응급조치는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산너머로 보이는 섬진강 - 그 너머가 광양 다압입니다. 눈이 비로 바꼈다 갠 날씨라 먼 산엔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이리저리 다니느라 사진도 많이 찍지 못했지만, 찍은 사진들도 초점이 맞질 않아 쓸모가 없습니다.
산을 다 돌아보고 이제는 마을이 아니라 아주 작은 고개 넘어 섬진강 가를 따라 읍내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섬진강변 마을은 하저구라는 마을입니다.
바로 위는 상저구라는 마을이고요..
섬진강은 남한에서 4번 째로 큰 강이면서도 영산강에 밀려 4대강에 들지 못하는 강입니다.
그러나 4대강에 못 낀 것은 참으로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을 헤집지도, 하구를 막아놓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이곳 하저구, 상저구 마을은 바닷가처럼 포구가 있습니다.
아마도 강에서 재첩(이곳에서는 경조개라고 합니다.)을 잡고, 바다에서는 바닷고기를 잡겠죠.
바로 옆 하구에서는 굴 중에 제일 큰 벚굴이 자라고요..
산에서 매실 사진도 찍었는데, 초점이 안 맞았는데,
돌아오는 길 옆에 매실나무가 있네요.
역시 꽃눈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남도에는 그렇게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하동 하저구 마을 포구입니다.
멀리 하동에서 광양을 잇는 철교가 보입니다.
멀리 보이는 뽀족한 봉우리가 광양의 유명한 백운산입니다.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백운산은 눈을 가득 이고 있습니다.
강변에는 군데군데 갈대밭도 있습니다.
이곳도 조수의 영향을 받습니다.
썰물이라 배들이 바닥에 있습니다.
축대에 물이끼로 새겨져 있는 만조선을 보니 사리 때 물이 다 들어오면 3~4m는 수위가 오를 거 같습니다.
길가 한 무더기 핀 봄까치꽃입니다.
이곳에는 유채와 양파뿐만 아니라 배추도 노지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미 올라오기 시작하는 새싹들로 들판은 푸른색이 제법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건 조금 달랐습니다.
자세히 보니 소담스러운 들풀 사이로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봄까치꽃입니다.
정말 봄은 이렇게 오고 있었습니다.
시내 화단에는 이렇듯 꽃이 피고 있었습니다.
진주 남강변에 피어나는 버들강아지입니다.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서 처갓집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그 길은 옛날 이곳의 명승인 뒤벼리이고, 지금 강변으로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청둥오리와 해오라기가 노니는 물가를 느끼며 걷는 건 상쾌했습니다.
물가에는 버들강아지가 피어나고 있었고,
하동에서 본 봄까치꽃이 하동처럼 소담스럽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2013. 02. 14 입력(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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