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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비오는 덕양산 행주산성

풀소리 2018. 2. 14. 14:36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왔지요.

저는 점심을 먹고 느지막하게 길을 나섰습니다.

행주산성에 이르니 오후 4시가 되었습니다.

 

행주산성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주차장엔 차량이 여러 대 세워져 있었지만 데이트를 하는 커플 한 쌍 이외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카페를 하기 전이었습니다.

혼자 다니는 시간이 많았고, 블로그에 글을 제법 쓰던 시절입니다.

 

그 때 행주산성 앞길 - 자유로 - 이 저의 출퇴근길이었습니다.

주말에 집에 오는 길에 비가 내리면 행주산성 밑에서 내려서 행주산성을 홀로 걷곤 했습니다.

 

문득 그 때가 생각났습니다.

오늘도 홀로 다녀왔습니다.

 

 

 

 

권율 장군님도 비를 맞고 있습니다.

 

무모하게 진격하다 벽제관 전투에서 일본군에게 참패를 한 명나라 총대장 이여송 장군.

그는 패전 뒤 개성으로 후퇴해서는 몸을 사렸다고 합니다.

 

조선 정부와 백성들은 명나라의 참전과 평양 탈환으로 서울 탈환이 머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난 셈입니다.

 

이 상황을 돌파하고자 권율 장군은 한양의 코앞인 이곳에 진을 쳤습니다.

하지만 권율 장군과 휘하 2,300명의 군사는 일본군에 맞서기엔 턱없이 부족한 병력이었습니다.

 

죽음이 눈 앞에 보이는 전투를 결심했던 장군과 병졸들..

충절이라는 말은 그런 이들에게 붙이는 거겠죠..

 

전체 보다는 개인의 이익 우선시 되고 "실용"이 강조되는 세상입니다.

다시 권율 장군의 당당한 동상을 봅니다.

권율 장군과 이름 없이 죽어간 병사와 백성들의 충절이 초라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립니다.

사위는 어두컴컴해지고 으스스한 소리들이 들립니다.

 

 

 

 

비가 조금 잦아드니 안개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 이착륙을 형상화했다는 방화대교가 멋지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강에서, 언덕에서 피어난 안개는 하늘로 올라 구름에 더해지고 있습니다.

 

 

 

 

조금 구름이 걷힙니다.

내성 쪽으로 권율 장군 휘하 장수들이 세운 행주대첩구비가 보입니다.

 

 

 

 

다시 비가 내립니다.

자유로에는 오후 5시도 안 됐는데 차들이 전조등을 키고 다닙니다.

 

 

 

 

행주산성 내성입니다.

 

 

 

 

 

 

 

비가 내리니 행주산성 내성은 바다에 뜬 섬처럼 보입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저 벤치에도 사람들이 앉아 있겠지요..

 

 

 

 

기왓골을 타고 내려오는 낙숫물도 세찹니다.

 

 

 

 

외성과 내성을 잇는 토성길은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줄기에 잠겨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천천히 걸었습니다.

 

새로 정돈하느라 행주산성의 또 다른 명물(?)인 칡을 모두 걷어냈습니다.

이맘 때면 들큰한 향이 몽롱한 칡꽃이 막 피어날 터인데...

저는 칡꽃향을 상상하면서 걸었습니다.

 

 

ps.

 

비내리는 휴일 오후..

술 유혹이 강렬한 날이었습니다.

 

저는 빗속에서 가져간 80ml 작은 소주를 마셨습니다.

두 잔 채 안 되는 양이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물론 어디 선술집에라도 들어가서 술 한잔 더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요... ㅎ

 

 

2011. 08. 01 입력(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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