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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는데, 어제 당대회의 후유증이 있었나보다.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기도 힘들고, 출근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계속 미뤄왔던 '일루미나타'를 보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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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있지만 아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극작가 투치오는 자신의 희곡 ‘일루미나타’ 공연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극장주는 ‘루스티카나’를 무대에 올린다.
그러나 ‘루스티카나’ 초연에서 주인공 삐에르가 기절을 하면서 공연은 위기를 맞는다. 이때 투치오가 닫힌 막 앞으로 나와 ‘루스티카나’는 종영하고 자기의 희곡 ‘일루미나타’가 다음 공연작임을 일방적으로 선전한다.
한 남자가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내게 어떤 사랑을 원해?”
그는 바람을 피우게 됐죠.
“고통 없는 사랑을 원해?”
그는 정부를 집에 초대해 아내를 모욕했습니다.
“잔인하지 않은 사랑을 원해?”
그가 저녁 내내 정부와 꼭 붙어있는 동안 아내는 창 밖만 바라봅니다.
그러다 정부가 뛰쳐나가자 남자는 그녀를 뒤 쫓아 가지만
결국 찾지 못한 채 돌아와서 음독한 아내를 발견합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난 어쩌라고?”
“난 당신 없인 살 수 없어”
아내는 약을 토해내죠.
“내가 얼마나…아름다운 사랑을 주고 싶어 하는 지 알아?”
아내는 계속 토합니다.
“내 맘을 그렇게 모르겠어?”
삶이 논리적이며 질서 정연하리라는 믿음은 망상이죠.
여러분은 오늘 영화를 보러 오셨습니다.
방금 얘기한 러브스토리는 그 예고편이죠.
제목은 ‘일루미나타’
주인공 투치오/ John Turturro
관객들은 일루미나타를 즉각 공연할 것을 요구하고, 배우들은 일루미나타 공연에 들어간다.
그러나 공연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특히 영향력 있는 비평가 베발라콰는 가혹하게 혹평했고, 관객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바람피고 돌아온 남편을 더욱 더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이 엔딩인데, 세상에 그런 여자가 어디에 있느냐고들 하였다. 이에 극장주는 ‘일루미나타’를 즉각 내리고 입센의 ‘인형의 집’을 공연하고자 한다.
투치오는 거의 포기상태인데, 배우들은 일루미나타를 공연할 수 있도록 모두 합심하여 방법을 찾는다. 투치오의 연인인 중심배우 레이첼은 극장주를 설득하고, 다른 배우들은 비평가이면서 호모인 베발라콰가 좋아하는 남자배우를 그에게 보낸다.
투치오를 유혹하는 셀레멘느/ Susan Sarandon
유명 여배우이지만 이제는 한물간 셀리멘느는 일루미나타를 내려서 낙담한 투치오에게 빠리로 함께 가자고 유혹한다. 그녀는 성공을 위해 어떤 행동이라도 불사하며 누구든 이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레이첼의 설득으로 극장주는 일루미나타를 좀 더 공연하기로 결정하였고, 비평가 베발라콰는 사랑을 위해 다시 한 번 공연장으로 찾아온다.
그러나 투치오가 셀리멘느를 만나러 간 것이 ‘투치오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셀리멘느와 빠리로 가기로 결심했다’고 소문이 나면서 레이첼은 투치오를 의심하고, 실망한다. 레이첼은 투치오와 다투다가 - 그녀는 결코 기대하지 않았던 - 그가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를 소상히 기억하는 걸 보면서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투치오의 연인 레이첼/ Katherine Borowitz
...
“사랑해.”
“...뭐라고?”
“...사랑해.”
“사랑이 단절됐었다는 듯이 들리는데.”
“단 한번도 단절된 적 없었어.”
물론 내 기억으로 옮겨놓은 거라 실제 대사와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느낌은 비슷할 것이다.
레이첼은 이어 투치오에게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은…
병들어 있었어.
보다시피
난 불완전한 존재야.
불완전하게 태어나, 불완전하게 교육받고
불완전한 손에 크며, 내 감정은 병들어 갔지.
이런 내가… 뭘 해줄 수 있겠어?
하지만 당신이 찾고 있는 게
불완전한 사랑이라면…
멀리 갈 것 없어.
나 여기 있어.
아직 날 사랑한다면,
나 여기 있어.”
라고 한다.
다시 공연은 시작되었다. 극중극 일루미나타에서는 유부남인 남자 주인공이 젊은 여배우와 사랑에 빠지고, 그 여자는 남자와 함께 멀리 떠날 것을 요구한다. 남자는 그녀의 요구를 거부하고, 여자는 떠난다.
위에 있는 레이첼의 대사는 다시 돌아온 남자가 자기 부인에게 하는 극중 감동적인 엔딩대사로 살아난다.
극중극에서 유부남 주인공을 사랑하는 젊은 여배우로 나온 도미니크/ Rufus Sewell
영화는 참 감각적이고 시적이다. 불완전한 소통구조를 가진 인간. 더욱이 존재 자체가 불완전한 인간. 그런 불완전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지순한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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