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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

몬테소리 앞에서

풀소리 2017. 7. 19. 09:43

몬테소리 앞에서

 

출근시간이 끝나고
영업사원들이 한창 거리로 나설 오전 10시
커다란 건물들 앞 대로변엔
주차한 차들이 빼곡한데
몬테소리 앞에
한 엄마가 두 아이를 데리고 있다.

 

출근시간이 지나고 나면
말끔하게 차려입은 30대 아줌마들이
조그마한 차들을 타고 모여들고
퇴근시간에 앞서
웃음을 터트리며 떼지어 나오기도 하고,
움울이 홀로 빠져나오기도 하는 몬테소리 앞
오늘은 한 엄마가 남매 아이를 데리고 있다.

 

다섯 살쯤 됐을까? 작은 사내 아이는
칼라가 달린 연노랑 T셔츠에
커다란 체크무늬가 있는 멜빵바지를 단정히 입고,
머리까지 곱게 빗어 넘겼다.
아이는 두 손을 앞멜빵을 잡은 채
금새라도 터질 것같은 울음을 꾹꾹 참으며
말없이 땅만 바라보며 한 발로 보도불럭을 문지르고 있다.
엄마는
아이 앞에 앉아
더 이상 고칠 것도 없는 아이의 단정한 옷매무새를
고치고 또 고친다.

 

일곱 살은 됐을까? 계집아이는
흰색 칼라와 단추단이 단정한
하늘색 원피스를 곱게 입고
참는 것이 몸에 배었는지
엄마 앞에서 울지도 못하는 동생이 안타까운지
약간 치켜뜬 시선의 무표정한 얼굴로 두어 걸음 떨어져
엄마와 동생을 바라보고 있다.

 

저 엄마는
어떤 길을 휘휘 돌아
저 몬테소리 앞에까지 왔을까.
저렇게 곱게 자란 아이들은
또 어떤 길을 돌고 돌아 엄마의 나이에 이를까.
2001년 초여름 오전 10시
차들이 줄잇는 6차선 대로변 몬테소리 앞은
......
적막하기만 하다.

 

<2001년 초여름, IMF 한복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