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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그리고 오해
어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료받으러 병원이라는 델 가봤다.
물론 사소한 조사니 뭐니 해서 간 적은 있고, 20살 때 폐결핵으로 보건소에 간 적도 있지만 말이다.
몸이 좋지 않은 지는 1달 가까이 되었는데, 워낙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나는 습관처럼 그저 버티기만 했다. 그러다가 지난 목요일날 정치포럼이 끝나고 책임감에 마지막 술자리까지 있었던 게 최후의 패착이었던 듯하다.
메이데이날 뒤풀이도 하지 않고 돌아와 일찍 잤는데도 밤새 끙끙거렸다. 관절이 쑤시고, 근육이 쑤시고, 춥고, 무기력하다. 도무지 견디기 어려워 출근길에 병원에 들렸다.
체온을 재본 의사는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38℃ 쯤 되나보다. 별로 심드렁하게 반응하니, 어른은 아이들과 달라 체온이 높으면 몸에 심각한 결함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주사와 약 처방을 할 터이니 그러고도 낳지 않으면 다시 상담을 해야 한다고 겁을 준다.
아닌게 아니라 힘들기는 하다. 밥숟가락이 무겁게 느껴지고 수전증처럼 떨리기도 한다. 도저히 안 되겠다싶어 점심 후 조퇴를 했다. 그리고 오늘은 결근이다.
몸이 아프니 우선 다른 사람들이 야속하다. 어릴 때 엄마가 아파도 내 먹을 것 달라고 했을 때 서운해하더니 정말 그렇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아파도 그럭잖으려니 한다. 몸이 좋지 않다고 해도 전야제에 참가한 지방 동지들 2차 술자리에 잠자리 마련에 새벽에 도착하는 동지들 챙기는 것까지 도맡아 해야 한다.
서운하고 화가 났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듯도 하다. 어찌 알겠는가. 그리고 밀린 일들이 장난이 아니니 곰살맞게 대하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
아프면 아픈 티를 내야지. 그래야 배려하지. 아. 그래서 부자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은 병원에 자주 입원하는구나 하며 난 맘 편하게 조퇴하고 오늘 하루 결근한다. 그래 그게 정리가 빠르지. 더욱이 5일부터 2박 3일 금강산에도 가야하는데...
<2005. 5. 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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