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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간다
- 허수경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닮아 있었구나
밤꽃이 활짝 핀, 지난 6월에 찍은 원릉역 옆 밤나무
그녀의 시 '원당가는 길'을 보면
757종점이 나오고, 이 밤나무는 옛날 757종점 옆 원릉역에 있으니
허수경 시인이 노래한 밤나무는 아마 이 나무이리라.
원릉역은 교외선이 다닐 때도 이미 아무도 지키는 이 없는 무인역이었다.
교외선이 다니지 않는 요즈음은 아예 역이 폐쇄되었다.
그래도 밤나무는 왕성하게 꽃을 피우고, 등나무도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다.
하지만 저 나무는 머지 않아
이미 끊긴 기차처럼,
한 때 이곳에 살던 시인처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잊을 것이다.
이미 건너편 주공아파트는 재개발공사가 한창이고,
이쪽도 그놈의 '뉴타운'개발이 공시된 상태여서
개발이 시작되면, 나처럼 이곳에 세들어 살고 있는 이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 다시와 살 기회는 없을 것이다...
싸면서도, 불편 없이 갖춰진 기반시설 때문에
나처럼 돈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 같은 이들에게
참 좋은 주거환경이었는데...
11월의 밤나무/ 무너진 철망만큼이나 을씨년스럽다.
<2007. 11. 1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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