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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열흘쯤 됐나보다. 귀에서 진물이 흐르기 시작한 지가 말이다. 어떨 때는 ‘줄줄’이라는 의태어가 어울릴 정도로 흐르기도 했다. 병원에 가지 않는 날 보고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하곤 했다.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왜 병을 키우냐고 말이다.
그 동안 사실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설마 병원 갈 시간이 아주 없었겠냐만, 어쨌든 바빴던 것은 사실이다. 거기다 병원가길 싫어하고, 자신의 몸(건강)에 대하여 무관심인 편인 성격이 맞물려 시간을 질질 끌었다.
오늘 지방 출장에서 돌아오는데, 귀가 점점 더 심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오늘 병원에 가지 못하면 월요일까지 참아야 한다. 주 5일제 병원도 많은데 어떻한담.
일단 인터넷 검색을 했다. 다행이 집에 가는 길에 있는 화정에 좋은 이비인후과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추천하는 의사가 있었는데, 마침 그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았다.
막상 병원을 가기로 결심하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큰 병이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말이다. 돈과 시간도 문제지만 병원 가는 것, 병원 사람 만나는 게 나에겐 고역이기 때문이다.
병원 진료 의자에 쫄아서 앉아 있는데, 의사 하는 말이 고막에 구멍이 있단다. 언제 다쳤냐며, 일단 나아도 또 진물이 날 수 있단다. 고막에 구멍이 날 정도로 다쳤다면... 바로 생각나는 게 고등학교 2학년 수학시간이었다.
수학만큼은 곧잘 하는 난 그날은 웬일로 평소 잘 하지 않던 예습까지 해 갔다. 그러니 수업시간이 너무 심심했다. 그런데 일이 꼬이려고 해서인지 새로 산 구두 뒷금치가 책상 밑 발을 올려놓는 2개의 가로막대 사이에 끼어 잘 빠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고개를 수그리고 발을 빼는데 갑자기 사악한 기운이 엄습했다. 수학선생이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다짜고짜 뺨을 때린 것이다. 그 순간 너무나 어이없고, 부끄럽고, 뒤 이어 화가 나고, 하여튼 기분이 무지 나빴는데, 문제는 고막이 너무 아프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선생은 내가 맨 앞자리에서 앉아 있으면서도 잔 것으로 착각했는지 모르지만 자초지종도 묻지 않고 다짜고짜 뺨을 때린 건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하여간 그 때 고막이 잘 못된 것 같다. 그리고 병원에 가보지도 않았고...
지지난 주 성연이가 목욕탕에 가자고 졸라 미안한 마음에 함께 갔다. 성연이는 목욕보다 물 속에 노는 걸 좋아한다. 성연이는 수경에 스크롤을 가지고 신나라 하며 목욕탕에 갔고, 그곳에는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은 냉탕이 있어 더 좋아라 했다. 나도 성연이를 따라 냉탕에 들어간 김에 수영을 하고 놀았는데, 그때 중학교 아이들이 물장난을 너무 심하게 해 물 파도가 갑자기 귀를 때렸고,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음날인가, 다다음 날인가부터 진물이 나기 시작했다.
어찌됐든 고등학교 수학선생이 저지른 만행(?)이 여전히 내 기억뿐만 아니라 몸에도 따라다닌다는 생각을 하니 또 다시 화가 난다. 제길...
<2006. 9. 1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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