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봉에서 바라본 오봉/ 역광이라 빛은 좋지 않았지만, 바위는 너무 희고 좋다...
내가 학생운동부터 노동조합 활동까지 너무 오랫동안 운동권 사람들하고 부딪끼며 살아와서 그런지 운영위원들이나 학부모 대표들하고 어울리는 건 쉽지 않다. 아마도 문화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어찌됐든 나는 그들과 함께 산에 갔고, 어찌됐든 산은 있는 그대로 너무나 좋았다.
능선길 들머리에 뿌리를 드러내고 누워있는 노간주나무/ 아직은 살아있다...
산은 여럿이 올라도 혼자일 수도 있고, 혼자라는 것이 특별히 이상하지도 않다. 새소리든, 햇빛을 엷게 받아 번지는 숲속의 깊은 내면이든 멀리 보이는 끝없는 산맥이든 아니면 회한이든, 사랑이든, 열정이든 때로는 곧은 시선과 때로는 흐린 시선이 산속에선 모두가 눈에 띄지 않고 녹아낼 수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단풍빛이 엷게 번지는 깊은 숲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다. 살아있는 빛들이 빠르게 퇴각하고, 겨울의 무채색 빛들이 빈 자리를 또 그렇게 빠르게 채운다... 높은 산부터 서리가 먼저 오고, 보기에 당당한 두터운 잎들도 서리 앞에서 약하기는 마찬가지다. 빈 가지들이 회색빛 휭한 자리를 채운 떡갈나무숲이 산봉우리부터 점점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계곡을 따라 빠르게 빠저나가는 빛의 행렬
오봉에서 바라본 북한산/ 북한산 암군은 언제봐도 당당하다.
수락산 너머로 운해 위로 먼 연봉들이 끝없이 펼쳐저 있다.
함께 산행을 한 운영위원들과 학부모대표들
2008. 11. 1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