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창덕궁 홍매화 만첩홍매 만개
매년 3월 20일 전후면 창덕궁의 오래된 매화나무 만첩홍매가 만개합니다. 날씨 변화에 따라 일찍 피기도 하고 늦어지기도 하는데, 올해는 늦겨울과 초봄 날씨가 추워서 1 주일 이상 늦게 피는 편입니다. 그래도 봄이 왔으니 창덕궁 만첩홍매화를 봐야겠죠. 점심 시간에 짬을 내 얼른 달려갔습니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진선문 가기 전에 조그마한 화단이 있습니다. 이곳에 만첩홍매 애기나무를 심어놨는데, 지금은 제법 자랐습니다. 후원 앞 만첩홍매가 얼마나 피었을까 가늠하기 위해 이 애기나무로 달려갔는데, 한 두 송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후원 앞 만첩홍매도 안 피었으면 어쩔까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화단에는 미선나무가 활짝 피어 특유의 진한 향기를 가득 풍기고 있었습니다. 일찍 꽃을 피운 영춘화는 이미 시드는 꽃도 있었습니다.
만첩홍매가 멀리 보이는 곳, 어차고를 지나서 오른쪽 언덕에 진달래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 진달래는 후원 앞 만첩홍매와 피는 시기가 거의 같습니다. 들어갈 때 찍지 않으면 잊을까봐 기록으로 한장 찍었습니다.
먼저 사람들이 적은 성정각 자시문 앞 만첩홍매로 갔습니다. 관리소 측에서 사람들이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펜스를 쳐놓았습니다.
수형이 좀 더 수려한 삼삼와 앞 만첩홍매 앞으로는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멀찍이 펜스를 쳐놓아서 그래도 만첩홍매의 온전한 전체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다행인가요? 암튼 핸드폰으로는 꽃송이를 클로즈업해서 찍을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만첩홍매 밑에는 예쁜 진달래가 피어납니다. 어떻게 보면 진달래가 훨씬 예쁜데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이곳에 있는 산수유꽃도 참 예쁩니다. 유난히 노란색이 짙습니다.
돌아나오는 길에 성정각 앞 만첩홍매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늘을 배경으로 한장 찍어봤습니다.
낙선재로 향합니다. 백성의 집을 닮은 낙선재 공간은 이 궁궐의 특별한 곳 중 하나입니다. 물론 많이들이 좋아하기도 하고요. 거기에 얽힌 얘기는 다른 계절에 나눠 보고 우선 풍경을 감상합니다. 낙선재 앞 화원은 아직 온전한 봄이 오진 않았습니다. 매화도 듬성듬성 피었고, 앵두꽃은 아직 피려 생각지도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매화 한 송이를 찍어보았습니다.
낙선재 공간에는 얘기거리도 많고 볼거리도 많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저는 한번 휭 둘러봅니다. 수강재 옆에서 넘어보이는 회화나무 고목은 오늘따라 유난히 멋있어 보입니다. 가지 끝에 물이 올라 움이 커지는 걸 보니 머지 않아 잎이 나올 모양입니다.
낙선재 뒤편의 한정당은 참으로 단아한 정자입니다. 아름다운 이 정자를 볼 때 저는 늘 쓸쓸한 마음을 느낍니다. 이 공간에 있던 여인들이 저기서 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나오면서 정전인 인정전은 봐야겠죠. '어진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정치의 공간입니다. 어진 정치란 백성이 기댈 수 있는, 백성이 억울하지 않게 하는 권력을 말하는 거겠지요.. 그것이 불가능할지라도 노력이라도 하겠다는 선언이고요.. 위선조차도 내팽겨치고 막무가내 정치를 하는 현재의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이 왠지 더욱 쓸쓸해집니다.
시간이 없어 빠른 걸음으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옥당은 꼭 들러보고 싶었습니다. 옥당 앞 매화는 창덕궁에서 제일 먼저 피는 매화인데, 이제는 완전히 만개했네요.
바로 옆 원서공원을 올랐습니다. 창덕궁 모습을 좀 더 사진에 담고 싶어서요.
원서공원에는 개나리가 한창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모두 참 예쁜 꽃인데, 흔해서 그런가요? 평가를 제대로 못 받는 것 같아요.. ㅎ
원서공원에는 등나무 그늘이 참 좋았는데.. 4월 말, 5월 초면 등나무꽃이 주렁주렁 열린 게 장관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밀어버리고 게이트볼장으로 만들었네요.. 노인 인구 비중이 점점 늘어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봅니다..
2022. 3. 29. 답사
2022. 3. 30. 기록
풀소리 최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