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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일출

풀소리 2021. 1. 8. 14:46

 

한동안 새해 첫날이면 일출을 보려고 새벽부터 집을 나섰었습니다.

 

새해 첫날 일출은 수평선 기준으로 740분이 넘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산 위나 바닷가가 아니면 750분은 되어야 일출을 볼 수 있습니다. 첫날 일출을 보려면 7시 넘어 집을 나서도 되지만 그게 그렇지 않죠. 대부분 6시 전에 출발해서 약속한 이들과 만나죠. 그리고는 1시간 이상 추위에 떨고 있어야 겨우 동쪽 하늘을 붉으스레 바뀌기 시작합니다.

 

새해 일출을 본다는 감동도 있지만, 일출을 보고는 바로 집으로 오는 것도 아닙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떡국을 먹고, 자연스레 반주도 한 잔 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거의 정오가 다 되가고, 몸은 녹초가 됩니다. 골아떨어져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컴컴한 밤이 되어 있고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새해 일출을 보러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믐 일몰을 보러가곤 했습니다. 올해도 새해일출은 보러가지 않았습니다. 예년처럼 그믐 일몰도 보러가지 않았고요. 그러다 이웃의 벗이 일출을 보자고 하여 13일 아침 720분에 만나 차를 타고 뒷산으로 갔습니다.

 

 

새벽 여명을 배경으로 기러기떼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뒷산이라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하늘은 아주 맑아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13일인데도 일출을 보려는 차량이 이미 한대 와 있었습니다. 차를 동녘으로 대고 우리는 커피를 한잔 마시며 일출을 기다렸습니다. 13일 일출은 745분이라고 했습니다.

 

750분이 되니 동녘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한강에서 밤을 지샌 기러기들이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얼른 찍는다고 찍었는데, 겨우 한장 찍었습니다시간은 755분입니다.

 

 

1월 3일 일출. 뒷산에서는 비봉 능선 끝자락으로 새해 해가 돋았습니다.

 

곧 해가 뜨기 시작해서 8시가 되니 완전히 떠올랐습니다. 온전한 일출을 본 것이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일출을 보니 뭔가 새해 결심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어도 요즘 의기소침해져 있었습니다. 세상을 바꾸고자 했지만, 자본과 자본주의 정권에 압도당했기 때문입니다. 내부적으로 분열도 한몫 했고요. 사회는 분열과 분노의 목소리가 넘쳐나 양심과 정의가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떻하겠습니까. 목숨이 있는 한 삶을 이어가야 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꿈을 잃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억지로라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꿈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21. 1. 3. 촬영

2021. 1. 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