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눈 덮힌 겨울 능내

풀소리 2018. 2. 9. 13:50

지난 1월 25일(화)이었던가요, 눈 덮힌 능내에 다녀왔습니다.

 

능내는 제가 대학시절,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 동안 자주 다녔던 곳입니다.

그래서 사계절의 변화, 풀과 나무 그리고 바람까지도 기억 속에 남은 곳이지요.

 

어느 날 옛 기억이 비수처럼 아픔으로 여겨지면서부터

저는 능내를 가기는커녕 생각조차 길게 이어가지 못 했습니다.

 

이제는 세월도 너무나 흘렀고, 기억도 많이 무뎌졌습니다.

그 일 말고도 아픈 기억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작년 초여름 맥가이버님을 따라 가 본 이래로 꽤 여러 번 능내를 찾은 거 같습니다.

그래도 사방이 온전히 눈으로 뒤덮힌 날 이곳을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능내역에서 철길을 따라 팔당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토끼섬 가는 길이 나옵니다. 

 

 

 

 

얼어붙은 토끼섬입니다. 지난 초여름 맥가이버님과 함께 갔을 땐 토끼섬 한가득 노란 애기똥풀꽃이 피어 있었지요. 지금은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들이 흰 상고대를 엷게 입고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 능수버들에도 상고대가 피었습니다.

 

 

 

 

다시 마재를 넘어 다산 선생 생가 쪽으로 갔습니다. 지난 번에 이곳을 찾았을 때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던 곳을 들어갔습니다. /저녁바람이 시원하게/ 란 집입니다. 밥도 먹을 수 있고, 차도 마실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습니다. 장작이 타는 벽난로가 따뜻하기도 하였습니다.

 

 

 

 

예쁜 창가로 밖을 내다보며 담소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상량문을 보니 1966년에 지어진 집입니다. 골격을 살려놓으니 그 또한 좋았습니다.

 

 

 

 

이중으로 되어 있는 주방도 예뻤습니다.

 

 

 

 

다산 선생 생가입니다. 1928년 한강 대홍수 때 떠내려갔었다고 하네요. 제가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땐 그져 텅빈 밭이었었습니다. 

 

 

 

 

다산 선생이 기거하셨다는 사랑방입니다.  평생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살아야 했던 선생의 노심초사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능내 강변(정확하게는 호숫가)에 가 본 것은 20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그 사이 마을길도 다 막히고 해서 꽁꽁 얼은 강 위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강변에 날아와 먹이를 먹던 꿩들이 날아 오르고, 한 구비를 도니 사람들이 얼음 위로 몰려 나와 있었습니다.

 

 

 

 

능내 마을길을 지나다 요 작고 예쁜 방울새 떼를 만났습니다.

 

 

 

 

다시 또끼섬 옆입니다. 지난 초여름 저 정자에 오손도손 모여 점심을 먹었었지요.

 

 

 

 

마지막 여정에서 뒤돌아 보니 갈대 뒤로 겨울 토끼섬이 있었습니다.

 

2011. 02. 01 입력(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