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통영 여행 3

풀소리 2018. 1. 24. 17:28

2018년 1월 21일 일요일. 진주, 통영, 거제 여행 3일차.

 

오후에 거제 장승포 친척집에 가기로 했기에 한가롭게 통영 시내를 돌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여행 간 아내가 몸이 좀 안 좋았습니다.

 

숙소 옆에 있는 남망산 공원을 지나 버스를 타고 윤이상 기념관으로 갔습니다.

남망산 공원은 생각보다 잘 꾸며놓았고, 풍경도 좋았는데, 아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관계로

사진 없이 그냥 지나쳤습니다.

 

 

 

 

저는 여행을 할 때 계획을 널럴하게 짜는 편입니다.

꼭 가고 싶은 곳 몇 곳만 계획하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내키는 대로 여행하는 그런 편이죠.

그럼에도 윤이상 기념관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위는 윤이상 공원에 있는 동상입니다.

 

 

 

 

윤이상 기념관 외벽에 걸려 있는 흑백사진입니다.

특히 저 위 가로로 길쭉한 통영의 옛 흑백사진은 윤이상이 독일 집에 걸어두고 매일 보았던 사진이랍니다.

 

윤이상은 고향 통영을 무척 사랑했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했던 통영.

아름다운 항구와 다도해..

그러나 그는 추방되어 고국을 떠나 죽을 때까지 통영에 올 수 없었습니다.

세계적인 음악가로 활동하다 간첩으로 몰려 납치돼 영어의 몸이 되었던 것도 억울한데,

그리운 산천을 돌아볼 수 없었다니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기념관 안에 있는 윤이상의 흉상과 연대기입니다.

 

 

 

 

윤이상은 '음은 이미 하나의 완전한 우주'라고 했습니다.

음에 대한 이해나 접근이 서양과 달랐으니,

서양인들이, 세계인들이 그의 곡에 열광했을 겁니다.

물론 제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요..

 

공자도 음악을 매우 중시했습니다.

악(樂)은 '조화(調和)'가 생명이며,

조화로운 세상은 그가 그토록 원했던 세상이기도 했습니다.

 

 

 

 

윤이상의 첼로입니다.

일제에 투옥되었다가 풀려나 또 다시 수배를 당했을 때도,

이 첼로를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윤이상의 첼로입니다.

낡고, 케이스가 깨져 있어도, 현재까지 남아 준 것만해도 고맙습니다.

 

 

 

 

윤이상의 데드마스크입니다.

끝끝내 자신을 저버린 조국..

그러나 표정은 그리 애닯지 않습니다..

 

미워하기 보다 열망하는 것..

대가란 그런 것이겠지요..

 

그를 외면했던 정권과 달리..

그를 기념하는 통영이 고마웠습니다..

 

 

 

윤이상 기념관을 지나 옆에 있는 통영 박물관에 들렀습니다.

아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찍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부산에서 온 후배와 복국을 먹고,

아내를 숙소에 재우고 우리는 조선 수군의 혼이 담긴 세병관으로 갔습니다.

 

세병관을 보러 갔는데, 세병관은 현재 수리중입니다.

천막에 가려진 세병관은 찍기 싫었습니다.

 

대신 세병관 앞 벅수를 찍었습니다.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의 삶이 더 이상 팍팍해지지 않도록 지켜주시길 바라면서요..

 

 

 

 

후배와 같이 거제 장승포 친척집으로 갔습니다.

친척집은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저녁 겸 술 한잔 하러 옥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옥포는 참 오랜만에 온 곳입니다.

 

술 한잔 하고 거가대교가 보이는 카페에서

후배와 이별의 커피 한잔을 했습니다.

 

다음 날은 일어나는 대로 통영을 떠나기로 했으니,

이제 3박 4일 남도 여행의 끝입니다.

 

흔쾌히 여행에 동참해 준 아내,

재워주고, 운전해 준 처형과 동서,

같이 놀아주고 거제까지 데려가고,

또 아내를 외롭지 않게 하려고 친척들과 술자리까지 함께 해 준 후배,

나이 들어서도 너무나 환대해주신 거제의 친척,

 

그리고 진주와 통영, 거제의 풍경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