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빛
흠뻑 무르익은 봄은
마치 강원도 산골같은 괴산 속리산 자락에도
가득 피어있었다.
민들레와 제비꽃이 만발한 보람원 숙소 앞 잔디밭/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을 떠올리며 찍었는데, '꽃의 영광'을 살리지 못했다... 카메라와 나의 능력은 여기까지 뿐...
수련회에 가면서 난
행사 중 홀로 나와 뒷산을 천천히 둘러 볼 예정을 잡았는데,
막상 수련회가 시작되면서 그럴 수 없었다.
너무나 무성의하게 수련회를 대하는 이들을 보면서
나라도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의무감이랄까...
그래도 온통 넘치는 봄을 어쩌랴...
진달래 가득한 냇물가 오솔길
막 피어나고 있는 조팝나무 흰꽃들
보람원 본관 옆 소나무 숲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외롭다.
난 그 외로움을 홀로 거닐며 털어내는데,
이번 수련회에서는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지나고 보니
기록적인 숙박 수련회였더라...
가장 술을 적게 먹은 수련회...
가장 일찍 잠을 잔 수련회...
공동투쟁 승리! 통합산별 건설!/ 딱히 길이 보이지 않아도, 가야하는 길이 있는 것 같다...
달집태우기/순식간에 일어난 불길은 마치 달나라까지 닿을 것처럼 타올랐다.
자기 나이만큼 저 불사다리를 뛰어넘으면 소원이 성취된다나 어쩐대나 ㅎ/ 사람들 참 신명이 많더라...
밤이 되어도 꽃의 유혹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홀로 잡은 방 창문을 여니 꽃이 활짝핀 배나무 위로 보름가까운 달이 떠올라 있다...
책임이라는 게
지고 싶어서 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아무런 생각이 없어도 문득 떨어지는 것...
마치 옛날 경찰하고 대치하는 거리 투쟁에서
뒷줄에 서 있었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맨 앞줄 경찰하고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랄까... ㅎ
그러고 싶지 않은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활짝 핀 벚꽃
계단 돌틈에 핀 제비꽃
서울로 돌라오는 길 온 산천은
봄이 활짝 피어나
피곤에 절어 쏟아지는 잠도 잊을 정도였다...
2008. 0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