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문경새재
연일 수련회다.
이번 3일-4일 운수노조 사무처 수련회 장소는 문경에 있는 문경새재유스호스텔이다.
유스호스텔은 이름 그대로 새재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주최측(?)에선 둘째날 오전에 산책 프로그램을 잡아놨다.
나로선 환영이다.
숙소 앞 풍경/ 주흘산이 눈발에 묻혀있다.
아침을 먹고 나오니 눈이 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어쩜 이번 겨울 마지막 눈일지도 모른다며 즐거워했다.
우리들은 일단 문경새재를 오르기로 했다.
어디까지 다녀올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약 1시간 30분이 주어졌다.
문경새재 제1관 앞
웃고 떠들며 가볍고 즐겁게 길을 나섰다.
가볍게 내리는 눈은 황량한 겨울산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일상에서 탈출한다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산길에 눈까지 오니 너무나 좋다.
현감 홍로영 영세불망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서 그랬는지 쇠로 비석을 만들었다.
무엇을 영원히 잊지 않고자 했는지 뻔히 보이니 주는 이나 받는 이나 흐뭇해 하였을 것 같다.
문득 새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이름 모를 새 두 마리가 안절부절 못하며 서로 파닥거린다.
맞다.
저 새들에게 눈은 얼마나 가혹한 걸까?
가뜩이나 먹이가 부족한 겨울인데,
그것마져 눈으로 덮일 터이니...
그 작은 뱃속에
채워진 먹이로 얼마나 버틸까...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참으로 안전하게 사는 존재 같다.
사회가 아니라 같은 동물로 보아도 몸집부터 크지 않은가.
교구정/ 관찰사가 바뀔 때 전임 관찰사가 이곳에 와서 신임 관찰사를 맞이하고 인수인계 하였다고 한다. 1999년 중수된 것으로 가까이서 보면 성의없이 지어졌음이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제법 근사하다.
교구정 옆모습
상념도 잠시다.
눈내리는 멋진 풍경은 또 다시 현실을 잊게 한다.
나는 서울쪽 그러니까 새재 맨 위에 있는 관문이 제1관일 거라고 생각했다.
항상 서울이 중심이었으니까...
자신 있게 그렇게 말했는데, 안내 표지판을 보니 그게 아니다.
계곡/ 오염원이 없는지라 사철 맑고 수량이 많다.
길 옆 노송
문경새재 하면 대부분 영남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를 보러 서울로 오는 과거길로 불리운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은 이 길을 안 넘어다녔을까?
물론 일반 백성들이 과거보는 선비들보다 훨씬 많이 넘어다녔을 것이다.
영남의 세곡이 이 고개를 통해 충주 포구로 반출되었다.
새재가 다른 고개에 비해 비교적 평탄하다고는 하지만 옛길을 보면 힘쎈 황소가 끌어도 우마차가 넘기 힘든 구간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세곡을 등짐을 져서 날랐을 터인데, 누가 져서 날랐겠는가...
물론 과거를 보로 오는 선비들은 이 길을 넘나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식자층이니 기록을 많이 남겼을 것이고...
옛날 국립 여관인 원터
<2008. 3. 5 입력>